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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시중 주유소에 판매되는 휘발유 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시중 주유소에 판매되는 휘발유 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 ⓒ 김종철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김정배(35)씨. 올해 초 과장으로 승진한 그의 관심은 자동차다. 입사 7년만에 갖는 자동차의 첫 번째 구매조건은 연비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고민에 싸였다. 샐러리맨 입장에선 휘발유 값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국제 기름값이 오르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값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가 상승만큼 휘발유값도 크게 오를까. 답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휘발유 값의 인상폭이 국제 기름값 상승폭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21일 기준으로 중동산 두바이유 값은 배럴당 34.08달러였다. 정확히 1년이 지난 후, 올 6월 21일 두바이유 값은 배럴당 52.84달러였다. 1년 사이에 무려 55%나 오른 것이다.

국제유가 55% 오를때, 휘발유 기름값은 1.4%

이 기간동안 국내 주유소에서 팔리는 휘발유 값은 어떨까. 작년 6월 둘째주 기준으로 휘발유 값은 리터당 1377.11원이었고, 올 6월에는 1396.65원이다. 1.4%(19.54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휘발유보다 싼 경유의 상승폭은 좀 높았다. 작년 6월 878.00원이던 경유 값이 올 6월에는 1022.61원으로 16.5% 증가했다.

결국 국제 기름값이 50% 넘게 올랐지만,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값의 인상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국내 기름 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소비자 값의 변동 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 또 국내 정유회사들이 유가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도 인상폭이 적은 이유다.

석유공사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내 휘발유값에 들어가 있는 세금 비중은 60% 가 넘는다. 올 5월 기준으로 평균 휘발유값은 1399.30원. 이 가운데 세금이 871.13원으로 62.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름값의 세금 비중 높고, 정유사들이 유가 인상분 반영 안해

국내 한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나머지 부분을 가지고 가격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 "그만큼 조정할 수 있는 폭이 적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름값 인상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인상이) 쉽지 않다"면서 "만약 유가 인상분을 그대로 적용하면,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좋지 않은데, 시쳇말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주정빈 대한석유협회 부장도 "국제제품가격의 오름 폭이 원유도입단가보다 작은 데다, 기름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정유사들이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부장은 이어 "고유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겠지만, 과거처럼 석유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별로 없다"면서 "과거와 달리 석유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42.5% 수준까지 크게 떨어졌고, 우리 경제도 고유가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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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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