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에서 꽃다운 나이에 이라크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어 우리 정부에 "살려 달라"고 호소했던 한 젊은이의 죽음.
22일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는 대구경북통일연대, 대구경북민중연대가 주최한 고 김선일씨 추모 1주기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 김선일씨의 죽음을 슬퍼하며 살아남은 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는 대구·경북지역의 대학생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회원 및 시민 60여명이 모였다.
이날 추모제에는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며 평택지킴이 모집활동과 서명활동을 벌이고 있는 평택주민 3명과 문규현 신부 등 평화유랑단 일행들이 대구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추모제 행사는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열렸으며, 대경총련 학생들의 몸짓패 공연, 이라크 파병을 규탄하는 자유발언, 문규현 신부와 유랑단이 함께 벌이는 노래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연재 위원장(민주노동당대구시당)은 고 김선일씨 추모 1주과 관련해 "다른 나라들은 파병을 철수하고 철수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우리는 이와 반대로 파병연장,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노무현 정부가 미국에 과잉충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파병 연장에 대해 반대했다.
또 "제2, 제3의 김선일씨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이고, 지금도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서 표적이 되고 있는데 여전히 우리는 이러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지나는 사람들은 미군기지 반대를 외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평택 주민들의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촉구하는 서명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열의를 보이기까지 했다. 일부 시민들은 직접 추모제가 열리고 있는 장소까지 다가와 촛불 추모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오택진 사무처장(대구경북통일연대)은 "고인은 억울하게 숨져갔지만, 자이툰 부대는 여전히 이라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세월이 흘러간다고 미국과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는 "우리 시민·사회단체들도 고인에 대한 추모의 의미와 이라크 문제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고 말했다.
작년 무더운 여름, 전쟁피해자들과 함께하는 평화도보 행진을 위해 대구를 방문한 바 있던 문규현 신부(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구 시민들이 우리 평택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미군기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놀라웠다"고 밝혔다.
문 신부는 "대한민국 정부나 노무현 정권이 고 김선일씨의 눈물어린 호소도 외면한 채 그의 죽음을 잊고 있지만, 추모 1주년이 말해주듯 그의 억울한 주검은 국민들의 마음에서 결단코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화유랑단 차량과 함께 대구를 방문한 주민대표 홍민의씨와 봉진근씨도 "평택하고는 환경이 틀린 부분이 많지만 대구도 미군부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할 줄 안다"며 "미군기지 확장 저지문제에 대구 시민들이 적극적인 서명참여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