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찾아갔습니다. 일정이 빠듯하였지만 시간을 쪼개 월정사를 들린 것은 그 전나무 숲 때문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나무 숲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숲길로 들어서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 길을 조금 걷다가 맨발이 되기로 했습니다.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땅과 숲의 기운을 듬뿍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맨발이 되고나서 제 시력과 관찰력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눈으로 볼 때는 흙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맨발의 감촉은 흙이 아니었습니다. 잘 살펴보니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었습니다. 포장된 지 오래 되어 파손되어 가고 있었고, 그 때문에 흙길처럼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맨발로 시멘트 포장을 걷는 감촉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흙길이 아닌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시 신발을 신기로 했습니다. 그냥 신발을 신기에는 발이 너무 더러워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숲 길 중간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로 내려가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시원한 물의 감촉이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경쾌한 물소리는 기분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시원한 물소리의 경쾌한 연주에 한동안 취해 있다가 다시 숲으로 나왔습니다. 전나무 숲길이 더 깊어졌습니다. 전나무 숲길을 처음 걸어 들어 올 때는 계곡 쪽으로만 전나무가 늘어서 있었는데, 500m 쯤을 걷다보니 양쪽 길에 모두 전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하늘을 가려 어둑한 길은 마치 깊은 밀림 같았습니다.
한 시간 남짓... 전나무 숲의 여행으로 마음이 행복해 졌습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이런 자연의 모습은 정말 큰 축복입니다. 바쁜 시간이었지만, 잠시 짬을 내 그곳에 들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자료를 찾다가 오대산 전나무 숲길의 포장도로 제거 작업에 대한 내용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올 10월쯤에는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1km 구간의 기존 포장도로를 제거하는 일을 시작할 계획이며, 지난 5월7일, ‘천년의 숲길’ 걷기대회에 앞서 포장도로의 일부를 걷어낸 행사도 열렸답니다.
정말 잘된 일입니다. 월정사 전나무 숲을 다녀온 사람들은 숲길을 걷고 행복해 하지만, 포장도로인 것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 역시 포장된 그 도로는 불만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곳이 흙길이었다면 더 많이 행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곳이 흙길로 다시 태어난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지요.
월정사에서는 지난해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7.4km의 비포장도로의 포장을 반대해 비포장도로를 그대로 남겨두도록 했던 일도 있었으니,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의 시멘트포장 제거 작업도 잘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작업이 모두 끝나면 거추장스런 포장이 완전히 제거되고, 정감 있는 흙길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흙길을 되찾고 나면 저는 그 길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맨발로 그 숲길을 걸을 것입니다. 발도 행복해 지고, 마음은 더 행복해 질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