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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 대한 거품 논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식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거품 징후에 대해 우려한 뒤 부유층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FRB와 은행 감독기관들은 이자가 오르면서 주택가치가 떨어지면 리스크가 증대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은행들이 주택 담보 대출에 좀더 주의를 기울일 것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최근의 부동산 거품 논란은 실질적인 수요층을 넘어선 유동자금의 투자자들이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매매 차익을 노리고 인기 지역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더욱 고조되었다. 대도시에는 콘도 분양 열기가 불어 닥쳤고 주변 도시로는 땅의 매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연준리는 미국인들이 소유한 주택 가치가 지난해 말 기준 9조 62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평균 13%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올 들어 주요 언론들은 '미국의 부동산 열기가 90년대 말 닷컴식 열풍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잇달아 보도한 바 있다. 연준리의 부동산 거품에 대한 인식 변화는 최근 기준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자칫 부동산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면 거품이 증식되고 후유증도 크게 된다는 중앙은행의 우려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연방금융감독원이 모기지 상품에 대한 융자조건을 강화하는 신규 가이드를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적은 '다운 페이먼트(첫 지불액)'와 낮은 이자율로 손쉽게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구매자들이 앞으로 이자가 추가로 상승되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져 은행과 함께 자산관리 위험에 노출될 것을 방지하는 차원의 대책이다.

대표적인 리스크 상품으로 수년간 이자만 지급하는 방식과 소득 증명을 피하는 '노 다큐먼트'가 꼽혔다. 최근의 모기지 은행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 모기지 상품 중에서 이자만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한 고객의 비중이 전국적으로 17%에 이르며 캘리포니아와 동부 대도시와 같은 부동산 활황 지역에서는 그 선호율이 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지업체 프래디 맥의 모기지 조사기관인 PMMS에 따르면 30년 고정 모기지(FRM)가 지난 주의 5.56%에서 5.63%로 최근 5주만에 처음 상승했다고 밝혔다. 재융자에 많이 쓰이는 15년 고정 모기지는 지난주의 5.14%에서 5.22%로, 1년 변동 모기지는 지난주의 4.21%에서 4.25%로 각각 상승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기지 이자 상승 현상과 함께 거품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금리의 혜택을 만끽했던 주택시장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는 분석이다. 경기 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던 주식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개월 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 선행지수가 네 달 연속 하락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받쳐주던 취업률 상승과 주택구입 능력지수가 기대치를 벗어나 내리막을 걷는다면 부동산의 실수요도 함께 감소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상투는 항상 일반인들의 몫이다.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막판 투기가 발호(跋扈)하는 반짝 상승은 볼 수 있겠으나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난 이후에 다가올 거품 제거 과정과의 장기적 투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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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기자는 미조리 주립대애서 신문방송학을 수학하고 뉴욕의 <미주 매일 신문>과 하와이의 <한국일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사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로스엔젤레스의 부동산 분양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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