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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할머니의 돈 200만원을 훔쳐간 범인을 찾는 현수막
노점상 할머니의 돈 200만원을 훔쳐간 범인을 찾는 현수막 ⓒ 박희우
나는 현수막 하나를 떠올린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철저한 문단속으로 도난사건을 예방합시다’란 글씨가 적혀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흔한 현수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연을 알고 나면 그렇지를 않다.

현수막이 걸린 사연은 이렇다. 얼마 전에 근방에 사는 할머니가 돈을 분실했다. 할머니가 어렵게 번 돈이었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채소를 팔았다. 깻잎도 팔고, 고추도 팔고, 가지도 팔았다. 그렇게 한푼 두푼 모은 돈이 2백만원이 되었다.

2백만원 속에는 10원짜리 동전도 들어있었다. 물에 젖어 꾀죄죄한 천원짜리 지폐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 돈을 도둑맞았으니 할머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그래서 내걸린 현수막이었다. 범인은 40대 초반의 여자라는데 아직 잡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할머니와 대비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한 자리에서 7천만원을 벌었다. 아니 몇 억을 번 사람도 있다. 그들은 노력하나 하지 않고 그만한 돈을 벌었다. 나는 공무원생활 17년째다. 퇴직금은 8천만원 남짓 될 것이다. 내 평생 퇴직금과 맞먹는 돈을 그들은 하루 만에 벌었다. 할머니는 뙤약볕 밑에서 힘들게 장사를 했다. 그렇게 모은 돈이 2백만원이었다. 그것마저 지금은 도둑맞고 없다.

후배가 김밥 몇 개를 남긴다. 더 못 먹겠다는 것이다. 마음이 불편한 모양이다. 나는 종이컵에 커피를 탄다. 후배에게 한잔을 권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일을 시작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래도 열심히 살자. 사노라면 때로는 좋은 날도 있을 것이다. 나는 바쁘게 등기신청서를 넘긴다. 후배의 등기신청서 넘기는 소리가 사각사각 내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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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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