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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식
무엇이 그의 삶을 들어 올렸는가?

화창한 4월의 휴일 오후였다. 유원지 입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날씨만큼이나 얼굴들도 밝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가운데 유독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하반신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 사내였다. 햇볕에 몹시 그을린 얼굴, 바닥에 뉘인 몸을 힘겹게 끌면서 그는 동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유원지의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잠시 뒤 다른 관리인들이 몇 명 더 오자 주변의 공기는 갑자기 경직되고 불편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 사내의 몸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 심은식
그의 표정에서 나는 모멸감과 당혹감을 넘어선 충격을 볼 수 있었다. 관리인들이 들어올린 것은 그의 몸이 아니라 그의 인격과 삶이었다. 그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니며 무수히 많은 계단과 문턱들을 만났을 때 과연 누가 선뜻 나서서 그의 몸을 들어올리는 수고를 해주었을까? 그러나 지금 전혀 다른 이유로 그의 몸이 들어올려져 유원지 입구에서 멀찍이 떨어진 길가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무엇이 그의 삶을 들어올렸을까?

그의 얼굴에서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 심은식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일

저항도 소란도 없었다. 어떤 원칙, 어떤 규정에 의해 그가 그런 일을 당해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항의를 하지 않았다. 모두들 당연한 것처럼 그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곳곳에 장애인을 위해 휠체어 리프트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장애인의 날 행사가 치러지지만 일반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그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여전히 불쾌함의 대상으로 여겨진다는 것에 대한 암묵적 동의인 셈이었다. 잔인한 4월, 우리는 모두 공범이었다.

ⓒ 심은식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사진들의 공개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을 해야 했다. 우선 사진 속의 관리인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이 일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사회적 인식과 그 구성원인 우리들이 먼저 반성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또한 이런 기사가 장애인을 단순한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여기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을 알림으로써 조금이나마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사진 속 사내의 표정을 보는 일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잊지 않고 싶다. 그런 기억이 언젠가는 우리들을 변화시킬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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