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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조국과 황 교수의 연구팀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생명공학자인 제럴드 새튼 교수가 지난 5월 19일 영국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에서 전 세계에 또 한번의 줄기세포혁명을 선포했던 황우석 교수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 황우석 교수
ⓒ 황우석후원회
이제는 황우석 교수가 하루 수차례씩 이메일을 주고받고 한차례 이상 직접 통화를 하며 줄기세포연구에 뗄 수 없는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지만,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황우석 교수가 얘기했던 것처럼 해외학회에서 말 한마디 건네 보기 힘들 정도의 세계 생명공학계의 거물이었다. 그는 전 세계 생명공학계를 이끄는 거장 중에서도 거장이었고, 특히 영장류 복제분야의 내로라 하는 석학이었으나 불과 2년 사이에 당당한 파트너로서, 아니 학문적 성과로 한발 앞서가는 자리에 선 셈이다.

재미난 것은 해외학회에서 말 한마디 나누기 힘들었던 아시아의 한 과학자가 오늘날 이렇듯 세계를 폭풍 속으로 몰아넣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그 성과를 빛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럴드 새튼 교수의 역할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과학적 성과야 언제고 인정받았겠지만 이토록 휘몰아치는 세찬 바람처럼 빠르게 확산되지는 못했으리라는 것은 전 세계 학자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과 숱한 검증의 시간을 고려했을 때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2004년 2월 세계 최초로 인간의 배아줄기세포의 성공을 전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도록 <사이언스>와 세계 유력 과학언론인과 학자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새튼 교수가 세계 생명공학계에 위치하고 있는 위상과 권위 덕택이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그는 세계 생명공학계를 이끌어가는 거장이었던 동시에 또한 '학자'였다. 그는 아시아의 한 까마득한 후배 과학자의 학문적 성과를 인정하고 빠른 시일 내에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의 논문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 결과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자신의 주장 뒤집는 황우석 교수팀 연구결과에 깨끗이 승복

제럴드 새튼(Gerald Schatten)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교수. 2000년 세계 최초로 붉은 털 원숭이를 복제, 영장류 복제의 길을 연 생명공학분야의 석학이다. 2003년 4월, 새튼 교수는 "영장류에서는 체세포 복제배아를 만들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발표, 영장류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시기 황우석 교수팀은 이미 2개월 전 인간의 배아줄기세포의 복제에 성공했을 시점이었다.

세계적 거장의 논문이 그것도 <사이언스>에 발표되었을 때 황우석 교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의 말 한마디면 그의 연구 성과가 어찌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하늘이 기회를 준 것일까? 당시 발표 이후 그 새튼 교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 소 복제에 일가견이 있던 황 교수에게 연구진 파견을 요청했다. 새튼 교수는 파견되어온 황 교수의 제자의 실력에 감탄하며, 곧바로 직접 황우석 교수에게 연구실을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온 것. 세계적 거장의 눈에 파견 나온 한 과학도의 놀라운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의 스승인 황 교수에게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을 잡았던 것일까.

어쨌든 새튼 교수는 황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황 교수는 그때 새튼 교수의 방문에 대해 "10년간 학회를 찾아다녔지만 눈 한번 맞추지 못했던 거장이라 상당히 긴장했었다"고 강연에서 말한바 있다. 황 교수는 모든 걸 결심하고 새튼 교수에게 불과 몇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연구실까지 완전히 오픈 했다.

그리고 방문날짜에 맞춰 인간난자 12개를 복제하는 실험을 모두 보여주었다. 자신의 연구 성과가 사장될 지 아니면 세계적 거장인 새튼 교수를 든든한 후원자로 맞이하게 될지의 기로의 순간이었다. 새튼 교수가 영장류 복제분야의 거장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생명공학계를 이끄는 유대인 중 한 사람이었으니 황 교수의 당시 고뇌를 능히 짐작할 만 하다.

하지만, 연구과정을 모두 지켜본 새튼 교수의 첫 마디는 바로 "당신은 천재다. 비행기표를 연기해야겠다"였다고 한다. 뒤이어 나온 얘기가 바로 "오늘로 새튼의 시대가 끝나고 '우석'의 시대가 열릴 것".

불과 수개월 전에 <사이언스>에 올린 그의 논문을 모두 부정하는 연구결과를 한국이란 나라에서 보았을 새튼 교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는 황 교수의 연구를 기절할만한 성과라 평하며 그의 학문적 업적을 인정했고 그때부터 전 세계인들에게 황 교수의 성과를 선보일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황 교수의 학자적 성실성과 새튼 교수의 학문에 대한 열린 마음이 지금의 돈독한 인연의 고리를 만들었음이니 참으로 축복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새튼 교수는 황우석 교수의 든든한 과학적 후원자이자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했다.

2004년 초 세계를 놀라게 한 발표 이후 새튼 교수의 한국으로의 발걸음은 분주해졌다. 2004년 9월, 21세기 프런티어 세포응용사업단 주최로 열린 '2004 서울 국제줄기세포 심포지엄'에 참가해 "한국이 앞으로도 줄기세포연구를 통해 커다란 경제적, 의학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줄기세포연구에 대해 매우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현재 줄기세포연구를 제한하고 있는 미국도 한국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부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한국과 황 교수에 대한 애정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그해 10월 '제5회 세계지식포럼'의 생명공학 강연자로 다시 참가한 새튼 교수는 "인류가 한국에 감사 한다"며 황 교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황 교수 연구로 의학 미래를 다시 쓰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줄기세포연구, 커다란 경제적·의학적 성과 낼 것

그해 12월 새튼 교수는 의미 있는 논문을 발표한다. 2003년 발표했던 자신의 <사이언스>논문을 정반대로 뒤집는 논문을 황우석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다시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은 황 교수팀의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인간 외 영장류에도 효과적임을 입증한 것으로, 과학저널 <발생생물학>(Developmental Biology) 11일자에 게재되었다. 당시 공동연구자인 새튼 교수는 한국 연구진의 복제방법을 이용해 그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원숭이 체세포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를 가감 없이 인정하는 학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새튼 교수와의 학문적 협력을 통해 올해 5월 19일 세계에 또 한번의 폭풍우를 몰아치며 '코리아'와 '황우석' 이름 석자는 전 세계 생명공학계를 경악시켰다. 1년 전과 달라진 점은 발표장에 제럴드 새턴이라는 인물이 함께 자리한 것.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세계적 거장이 나란히 황 교수와 앉아 있었고 그가 연구과정의 데이터분석 및 검증을 맡았으니 그 신뢰성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가 없었던 셈. 새튼 교수는 당시 25명의 논문저자 중 유일한 외국인으로 참가했다. 영국 런던의 '사이언스 미디어센터'는 찬탄과 흥분의 열기로 가득했고, 공동연구주관자로 나선 새튼 교수는 BBC방송 등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찬사를 표했다.

"백신이나 항생제 발견보다 더 획기적인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백신이나 항생제 발견보다 더 큰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볼 수도 있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났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것이 혁명인 줄 몰랐다. 한국에서 어쩌면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생명과학 혁명이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에게 살맛나는 희망과 자긍심을 알려준 황우석 교수. 매일 새벽이면 일어나 1년 365일을 매진하는 연구자적 성실성, 순수 토종과학자, 아무로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길을 갔던 그의 신념, '과학은 국경을 초월하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필요하다'라는 과학적 애국심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어쩌면 황우석 교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제럴드 새튼(Gerald Schatten)'이라는 세계적인 거장을 파트너로 맞이할 수 있었고, 100여명에 이르는 내로라 하는 연구진들과 모두 함께 이 길을 걸어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일지 모르겠다.

인간적인 신뢰감, 공동선에의 추구, 학자적 순수성. 그의 성공스토리가 사뭇 다른 이들의 것과 달라 보이는 건 소를 사랑했던 한 과학자의 순수한 사랑과 한 길을 걸어갔던 변치 않는 신념에서 비롯되는 걸까. '하늘을 감동시켜라'라는 그의 좌우명이 새삼 감동으로 밀려드는 요즈음이다.

전세계 체세포 복제연구의 현황

1997년 영국에서 최초의 체세포복제 동물 '돌리'가 탄생한 이후 소, 돼, 쥐 등 수많은 포유류의 복제에 성공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99년 복제소 영롱이가 탄생했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복제는 한동안 난관에 부딪혔다. 2003년 4월 세계적인 영장류복제 귄위자인 제럴드 새튼 박사는 영장류의 복제 과정에서 세포분열에 필수적인 단백질이 손실돼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한동안 영장류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었으나 황 교수팀이 2004년 2월 인간에서 체세포핵 이식기법을 이용한 배아복제가 가능함을 실험으로 입증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해 연말 새튼 교수는 황 교수팀의 복제기술을 활용, 원숭이도 체세포 복제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 자신의 주장을 20개월여 만에 뒤집었다.

뒤이어 올해 5월 황우석 교수팀과 새튼 교수는 공동으로 치료용 배아줄기세포의 획기적인 진보를 이루어냄으로써 줄기세포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타임즈(ScienceTimes)>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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