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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시어터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인님의 홈시어터입니다. 제가 처음 전원을 받아들이고 화려한 화면과 웅장한 사운드를 재생한 지도 어언 만 4년이 흘렀군요. 그 동안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우선 제가 태어날 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 제가 눈조차 뜨지 못할 뻔 한 거 아시나요? 지금이야 결혼하는 분들 상당수가 저희 홈시어터 형제들을 입양대상으로 삼아 데려가십니다만, 2001년 당시에만 해도 홈시어터를 혼수로 장만한다고 하면 대개 '돈이 주체할 수 없이 남아도나 보지?' 'VTR이면 되지 무슨 홈시어터?' 같은 소리 듣기 십상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가전 친척들 입양의 칼자루를 쥔 쪽은 대체로 여자분들인데, 여성분들은 저희보다는 다른 가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으시죠. 저희 여주인님도 처음에는 주인님의 "홈시어터 갖추자"는 말을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주인님의 말이 진짜라는 걸 알게 되자, 여주인님은 좀더 심각해졌습니다. 드럼 세탁기니, 양문 냉장고니 하는 한창 잘나가던 사촌들과의 치열한 입양 다툼은 심지어 전자렌지 같은 집안 막내 녀석들과도 이어졌습니다. 여주인님은 버튼식 15만원짜리 전자렌지를 사자고 했지만 주인님은 "다이얼식 8만원짜리 렌지 사서 남는 돈은 홈시어터 사는 데 조금만 더 보태자"라고 겨우겨우 설득했답니다.

일단 입양을 결정하신 다음에 주인님은 저희 형제들 중에 맘에 드는 걸 고르느라 고심 또 고심하셨습니다. 마음 같아서야 대형 TV, 100만원이 넘는 스피커와 앰프, 고급형 DVD 플레이어를 데려가고 싶으셨겠지만, 다른 혼수 줄여 남긴 돈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결국 주인님은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저희들 국산제품들을 간택해 주셨고 아직까지도 만족하고 계십니다. 요즘은 그놈의 업글(업그레이드)병인가 하는 몹쓸병이 도져서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저희 형제들이 중고시장으로 나오고 있는 형편인데, 4년간 저희를 꾸준히 사랑해 주신 것에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나(홈시어터), 우여곡절 끝에 신혼집에 안착하다

▲ 안녕하세요? 이게 저의 모습니다.
ⓒ 신승렬
제가 태어나기까지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요즘 태어난 저희 형제들이야 일체형이니 올인원(all-in-one)이니 해서 복잡한 연결도 필요 없이 그냥 전원과 TV만 연결하면 바로 생명을 얻습니다만, 제가 태어날 당시에는 달랐습니다. 수십 개의 케이블을 일일이 자리에 맞게 연결해 주어야만 눈을 뜰 수 있었죠. 초보인데다 주위에 도와줄 사람도 없는 저희 주인님은 주말 전부를 바쳐 제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느라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셨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재생했던 DVD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유-571>이라는 잠수함 영화였는데, 지금까지도 입체음향이 뛰어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재생하는 저도 잠수함에서 어뢰가 날아가서 전투함을 폭파시키는 장면의 웅장한 사운드에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는데 저희 주인님은 어떠셨겠습니까? 그 이후에 수백편의 영화와 음악 DVD를 재생해 드렸습니다만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이었던가요. 저한테 그때까지도 마뜩찮은 눈길을 보내시던 저희 여주인님도 제가 보여드리는 생생한 화면과 들려드리는 입체음향을 처음 접하시고 감탄의 눈을 보내시며 비로소 제게 마음의 문을 여셨습니다. 그 이후는 뭐 매일 저녁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DVD가 제 입속으로 들어오면 저는 신나게 그걸 화면에 뿌려댔고, 주인님들은 영화관 못지않다며 즐겁게 감상하시곤 했죠.

홈시어터 마니아 주인님 덕에 식구가 늘었어요

▲ TV 뿐 아니라 앰프, DVD 플레이어, 스피커를 구입할 때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그러나 저희 가족사(史)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2003년이 되자 저희 홈시어터 형제들 사이에 신제품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고화질방송 수신기(셋톱박스)입니다. 근데 이 녀석은 가격이 좀 많이 셌습니다. TV를 제외한 저희 형제들을 모두 합친 가격에 육박할 정도였으니까요(물론 지금은 가격이 훨씬 낮아졌지만 다른 형제들도 같이 가격이 낮아져서 여전히 다른 형제들보단 비싸죠).

그럼에도 주인님은 과감하게 이 녀석을 데려오기로 결심합니다. 여주인님은 당연하게 또 반대를 했고, 주인님은 주말마다 백화점이며 할인점으로 여주인님을 데려가서 고화질방송을 틀어놓은 TV들을 보여주면서 여주인님을 설득하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제가 안 봐서 모르지만 아마 주인님은 여주인님 처음에 만나 마음을 얻을 때에도 그렇게 끈질기게 노력하시진 않았을 걸요?

결국 저희는 새 형제를 얻었습니다. 이번에도 여주인님은 고화질방송의 선명한 화질과 색감을 보자마자 바로 새 형제를 사랑해 주시더군요. 참 마음씨 고운 분입니다. 물론, 저희 주인님이 여주인님 좋아하시는 '음식대결' 프로를 처음에 틀어놓으신 탓도 있겠죠. 음식프로만큼 고화질방송이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도 없거든요.

자, 이제 정말 끝난 걸까요? 아직도 저희의 상봉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원래 저희 형제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 덩어리거든요. 저희 주인님의 욕심도 끝이 없었습니다. 이번엔 고화질 게임기에 눈을 돌린 겁니다.

어릴 때부터 동네 오락실에서 살다시피 했던 저희 주인님은 홈시어터와 같이 쓸 수 있는 고화질, 입체음향의 게임기가 그렇게 탐이 나더랍니다. 그런데 정말 이번에는 여주인님이 찬성해줄 것 같지 않았던지 주인님은 어느 날 저녁, 여주인님이 집을 비운 사이 저희 마지막 형제 게임기를 덜컥 사서 집에 들여 놓은 겁니다.

늦게 들어온 여주인님은 게임패드를 들고 입을 벌린 채 화면속의 게임에 멍하니 몰두하고 있는 주인님을 보며 할 말을 잊으셨습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요. 크크. 요새는 여주인님도 가끔 저런 모습을 제게 보여주십니다. 정말 재미있는 부부라니까요.

아, 그런데 저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대 반전이 있었으니 바로 주인님들의 2세, 저희의 '작은 주인님'입니다. 솔직히 주인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습니다.

위기가 찾아오다... "'작은 주인님', 제발..."

이 녀석이 태어나자마자 저희는 당장 관심의 대상에서 밀려났습니다. 늘 저희와 저녁시간 및 주말을 함께 하시던 주인님들은 늘 밤이면 아기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고, 주말에도 아이 본다며 TV 한 번 켜실 생각을 않으십니다. 어쩌다 아기가 일찍 잠들어도 예전처럼 신나게 볼륨을 올리고 영화관처럼 즐기시는 게 아니라 모기만큼 작은 소리로 틀어놓고 숨죽이며 보십니다. 그나마도 한 30분 보시다가 안방에서 울음소리가 나면 멈추고 뛰어나가길 여러 차례... 결국은 포기한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 작은 주인님은 정말 무서워요. 무조건 잡아뜯고, 긁어댑니다. 하지만 조만간 작은 주인님도 저희의 매력을 제대로 알아보겠죠. 그저 숨죽이고 기다릴 뿐입니다.
ⓒ 신승렬
수난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얌전히 누워 있던 이 녀석이 슬슬 기어다니기 시작하자마자 저희의 일용할 양식인 DVD들을 마구 들어 엎고, 저희 버튼을 마구 누르고 돌려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깨지고 긁혀버린 DVD들은 이젠 재생도 안 되는 판입니다. 저희가 이래도 이 녀석을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요?

다른 집에 계신 형님께 이런 한탄을 했더니 형님이 그러더군요. 그래도 참으라고, 몇 년 만 지나면 아이들은 우리 홈시어터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애니메이션 DVD를 틀어달라고 조르거나 아예 직접 틀어놓고 본 걸 또 본다지요. 그 날이 정말 오기는 오는 걸까요?

지금도 실실 웃으면서 저희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기어오고 있는 저 녀석! 정말 무서워요. 주인님들은 말리기는커녕 잘한다며 박수를 치고 있네요. 겨우 1년도 안된 저 녀석 때문에 4년간 쌓아온 주인님과 저희의 정은 무너져버린 것인가요? 아, 정말 저 악마가 예전의 주인님들처럼 저희를 사랑해줄 날이 올까요? 그렇게 믿으면서 한 3년 참아 보렵니다. 이제까지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 있는 저희 형제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 매장에 전시 중인 요즘 인기있는 벽걸이형 TV. 갈수록 LCD·PDP 패널값이 내려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조경국


나에게 맞는 홈시어터 고르기, 홈시어터 제대로 즐기기
구입 전에 정보 수집부터 하셔야지요

▲ 추천 DVD들
ⓒ신승렬
홈시어터가 필수품인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나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생생한 화면을 원하시는 분들은 차근차근 돈을 모아 하나쯤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단, 과시용으로 구입하는 것이라면 자제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제 경험에 비춰 좋은 홈시어터 고르는 요령을 몇 가지 말씀드릴게요.

하나. 인근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의 가전판매대에 가시면 고화질 방송을 시연해 놓은 곳이 많습니다. 과연 고화질이 얼마나 일반방송과 다른가를 직접 체험해 보세요.

둘. 홈시어터를 갖춘 분의 집에 찾아가서 영화나 음악 DVD를 감상해 보세요. 제가 소장한 것들 중 권해드릴 만한 작품들을 사진으로 보여드리면, 박진감 넘치는 화질과 음향을 선호하시는 분들께는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을 추천합니다.

아이들과 같이 즐기실만한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인크레더블>, 한국영화 중에선 가장 뛰어난 DVD 완성도를 가진 <살인의 추억>이 볼 만합니다.

그리고 고전영화를 훌륭하게 복원해 낸 모범작으로 <원스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 마지막으로 음악 애호가분들께는 <이글스>나 <메탈리카>가 최고의 체험이 될 겁니다.

셋. 홈시어터나 DVD, 고화질 방송 등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면 DVD프라임(www.dvdprime.com)이나 AVKOREA(www.avkorea.co.kr)를 방문해 보세요. 제품 리뷰 등 정보나 궁금한 점에 대한 친절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고, AV 애호가들이 별난 사람들, 혹은 갑부들이 아니라 돈 몇 푼에 덜덜 떨며 고민하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생활인이라는 것도 덤으로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신승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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