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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교육
그런 사회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큰 것만 좋아하고 이름 값 하는 것만 믿을 수 있는 사회라면 어떻게 될까. 또 그것만이 최고요, 이 사회를 이끄는 참된 지렛대가 될 수 있는가. 그래서 작고 소리 없는 것들은 다 죽어야만 하는 걸까. 큰 것에 묻혀서 작고 힘없는 것들은 다 없어져야만 하는 걸까.

아마도 그래서 그런 모습들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들지 않겠나 싶다. 큰 것과 이름 값 하는 것에 모두가 발 빠르게 따라 붙든지, 아니면 완전히 등을 돌리고 갈라서든지 하는 것. 그래서 애를 쓰고 기를 써서 중상류층 사회로 접어들든지, 아니면 거기엔 참된 희망이 없다며 또 다른 사회를 꿈꾸든지 하는 것.

물론 이 세상 어디에나 참된 끝 지점은 없다. 정말로 진리일 것 같고 마지막 보루일 것 같은 것들도 나중엔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시대가 달라지면 그것들이 허물로 평가받던 일들도 숱하지 않던가. 그렇더라도 그 바람을 꺾을 수는 없다. 바람도 그리고 꿈도 꾸지 못한다면 그 사회에는 정말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완전 어두움에 묻혀버리면 과연 어디에서 빛을 찾을 수 있겠는가.

서희숙씨가 쓴 <행복한 실천>(2005.우리교육)은 그래서 우리 사회에 ‘어떤 빛’으로 다가왔다. 온통 사람들 머리꼭대기에 서 있는 돈 때문에 주눅 들어 있고, 큰 것과 이름 값 하는 것에 기가 죽어 사는데, 이 책에는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참된 대안 사회를 꿈꿀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저 돈을 잘 버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삶을 생각하고 그 삶에 투신한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머리말)

그랬다. 이 책에는 이 사회를 올곧게 이끌어갈 대안사회와 그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 모습이 각 장에 걸쳐서 틀 거리로 짜져 있다.

이를테면 서울 도심에 정말로 고향 같은 곳을 만들기 위해 먹 거리와 입을 것과 배우는 곳까지 만들어서 함께 살림을 꾸려나가는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이라든지, 대전에서 ‘두루’라는 지역화폐를 만들어서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한밭레츠’라든지, 그리고 부산연제구에 살고 있는 무허가 빈민촌 사람들이 그곳을 재개발지구로 내주지 않고 한 평 한 평 땅을 사들여 참된 생태공동체인 ‘물만골공동체’로 만든 모습 들이 담겨 있다.

“대안화폐의 특징은 현금으로 환산되지 않을 것 같은 노동도 가치를 지닌다는 데 있다. 농민 회원의 벼 베기, 콩 뽑기, 곶감 깎기 같은 일을 도와주면 일당이 1만 두루이고, 애 봐 주는 것은 4만 두루다. 상을 빌려주면 2만 두루, 컴퓨터 수리는 5만 두루로 정해져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비록 가진 돈은 없지만 튼튼한 몸이 있다면, 이런 대안화폐체계 안에서 자기 몸을 열심히 움직여 자기가 원하는 대용물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대안화폐를 쓰는 이들이 꿈꾸는 세상이다.”(52쪽)

그 밖에도 경기도 안성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고 돈을 모아서 진료다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운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이라든지, 탯줄이 흐물흐물해지기도 전에 탯줄을 자르라고 하는가 하면 아이가 나오자마자 거꾸로 세워 때리기도 하고, 머리가 크다며 회음절개수술을 부추기는 그런 산부인과보다는 차라리 조산원을 택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인권 분만’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종이 생리대 대신에 천으로 생리대를 만들어서 쓰자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기름 값도 만만치 않은데다 공기 오염도 무시하지 못할 지경이니 소유하는 차는 그만 두고 이제는 함께 나누어 탈 수 있는 ‘초록자동차’를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니 큰 틀에서 우리 사회를 바꿀 모습도 담겨 있고, 아주 작은 틀까지도 참되게 꾸려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뿍담뿍 들어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이런 대안 사회를 꿈꾸며 이뤄나가다 보면 어느새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웃고 사는 이웃사촌은 자연스런 모습이 될 것이고, 학원이다 고액과외다 하는 구설수로 입방아 찢는 모습도 없어질 것이다. 오로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의사 중심으로 진찰을 하던 모습들도 사라질 것이고, 지역화폐가 있으니 돈을 머리 꼭대기에 올려놓고 사는 것보다는 돈을 발아래 놓고 사는, 부족함 없는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어떠한가. 그래서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게 아닌가. 온통 큰 것에 미쳐 있고 이름 값 하는 것에 푹 빠져 있지만 그와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어 소망이 있는 게 아닌가. 지역 곳곳에 대안사회를 일구는 조합도 있고, 단체도 있고, 공동체도 있고, 학교도 있고, 그리고 정말로 사소한 일들까지도 올곧게 바꾸어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지 않는가.

부디, 이런 대안사회 대안공동체들이 들풀처럼 그리고 우뚝 선 고목처럼 여기 저기 곳곳에 세워졌으면 하고 또 튼튼하게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하려면 이들 모두가 소유보다는 존재에 목적에 뜻을 두어야 할 것이고, 채우는 것 보다는 나눔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고, 진실하고 정직한 행동 속에서 얻는 참된 가치와 행복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 할 것이다.

행복한 실천 - 대안사회를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

서화숙 지음, 우리교육(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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