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여는 춤-우리춤 뿌리찾기'가 지난 2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마포구 창천동 포스트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8회를 맞는 '내일을 여는 춤-우리춤 뿌리찾기'는 창무예술원(이사장 김매자)의 기획공연으로 매년 8명씩 참가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 무용가가 전통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춤을 무대에서 보여준 뒤 춤을 관람한 관객들과 '내일의 춤'과 관련된 토론의 자리 마련했다. 공연 후 관객들은 전통춤의 춤사위와 내용 등을 질문했다. 특히 토론의 자리는 창작춤의 배경이나 작품의도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중국인으로 태평무를 선보였던 장소매씨는 중국인이면서 우리 춤을 잘 소화해 내 관객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장소매씨 안무, 라양씨의 춤 '선골(扇骨)'은 섬세한 발놀림과 빠른 장단에 맞춰 움직임이 경쾌하면서도 절도 있게 몰아치는 태평무의 묘미를 창작춤에서 그대로 살려냈다. 피고 접는 부채의 팽팽함과 느슨해지는 운율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 춤꾼이 갖고 있는 기량의 탄탄함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임응희씨의 창작춤 '나비-아리랑'은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전통무 살풀이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 맺힌 응어리를 절제된 몸짓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공연관람 후 토론에 참석한 박병득(극단 예꿈 대표)씨는 "보통 다른 창작춤을 보면 춤이 어려워 이해가 안 갔는데, 이렇게 주제가 명확한 춤이라면 춤공연이 대중화 될 수도 있겠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주제가 선명한 춤을 계속 출 것인가"라고 춤꾼들에게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응희씨는 "제 공연을 보고 무엇인가 한 가지씩 담아가기를 원하며, 앞으로도 소외 계층,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다"라고 화답해 박수를 받았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김서령 팀장은 "매해 수준의 차이는 있었지만 더욱더 전통춤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관객을 바로 눈앞에 두고 공연하는 소극장에서의 춤 공연은 춤꾼들의 눈빛, 표정,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는 묘미가 있지만, 춤꾼들은 그래서 더욱 부담스러운 무대이기도 하다.
다른 해와 비교해 비교적 춤꾼들의 연령층이 낮아진 이번 공연에서 춤꾼들은 전통춤보다 창작춤에 더 많은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는 몸짓보다는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주제와 전통춤의 탄탄한 뿌리를 갖고 창작을 선보이는 춤꾼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한국무용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창작으로 연결시켰을 때, 관객의 환호를 넘어 가장 세계적인 몸짓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