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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할 수 있는 국도

▲ 이른 봄, 팔당대교 부근의 한강
ⓒ 박도
안흥에 내려 온 뒤 가능한 서울나들이를 자제하건만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다녀오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그곳에 있고, 지난 40여 년간 생활근거지였기 때문이다. 나 혼자 다녀올 때는 시외버스를 타지만 아내와 같이 다닐 때는 승용차를 이용한다.

승용차를 타고 서울에 오갈 때는 고속도로를 거의 이용치 않고 국도로 다닌다. 거리도 비슷하고 시간도 조금 차이가 날 뿐이다. 국도로 다니면 고속도로 통행료도 아낄 수 있고, 무엇보다 국도 언저리 경치를 유유자적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출발하면 양평까지는 한강을 끼고 달리게 된다. 미사리, 팔당대교, 팔당유원지까지 넉넉한 강물을 끼고 달리면 다산유적지가 나오고, 거기를 지나면 곧 남한강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가 나온다.

드넓은 팔당호에 눈길을 주다보면 곧 차는 양수대교를 지나 강물 위로 달리게 마련인데 그 경치가 아주 일품이다.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의 체사피크만 바다 위에 놓인 다리 못지않은 장관이다. 양평에서 한강과 작별하고 계속 6번 국도를 따라 내륙 깊숙이 동쪽으로 달리면 양평군 청운면에 이어 곧 경기도와 강원도 도계가 나온다.

▲ 미국 동부 메릴랜드 주의 체사피크만의 바다 위 다리
ⓒ 박도
거기서부터는 금세 산세가 달라진다. 산세도 험하고 산림도 훨씬 우거진다. 강원도 횡성군서원면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우리 국토 가운데 상대적으로 청정지역은 강원도다. 강원도에 접어들면 공기도 확실히 다르고, 밤하늘의 별빛도 더 영롱하다.

개구리들의 대합창

지난 주, 예사 때와는 달리 서울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출발했다. 아내와 함께 저녁놀에 물든 한강을 바라보면서 한적한 국도로 달렸다. 언저리 분위가가 아름다워서 비단에 수를 놓듯, 요한시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 문득 듣고 싶었지만 차도 낡은데다가 테이프도 없었다.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갈운리 들길에서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산길로 접어드는데 그새 어둠이 짙게 깔렸다. 차창을 열자 한꺼번에 대합창이 들려왔다. 개구리 떼들의 요란한 합창이었다. 어느 음악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으랴. 밤하늘의 별조차도 우수수 쏟아지듯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운 대자연의 조화인가. 천국이 여긴가 싶었다. 차창을 한껏 열고서 개구리들의 대합창 속에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행복을 가득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날 우리들은 여름이면 개구리들의 합창 속에 살았다. 서울서도 미아리 고개만 넘으면 그 합창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니 경복궁 옆 삼청동 계곡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흔했던 개구리 합창을 웬만한 시골에서조차도 들을 수 없다. 들판에 개구리가 없기 때문이다.

온 들판에 농약과 제초제가 마구 뿌려지고 있다. 그 흔했던 메뚜기가 사라졌다. 메뚜기가 없자 개구리도 볼 수 없고, 그 개구리를 잡아먹던 뱀도 보기가 힘들다. 이러다가는 이 지구에는 야생동물들이 사람들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사람의 삶이 자본의 논리에 깊이 병들었다. 어린 영혼을 기르는 학교조차도 자본에 피폐되더니, 이제는 사람이 사는 어디든 구역질나지 않는 곳이 없고, 자연조차도 자본의 물결(개발)에 황폐화되고 있다. 세상이 온통 자본의 논리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 아름다운 강원도의 산골마을, 횡성군 안흥면 송한리
ⓒ 박도
이 마을에 오래 사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앞 주천강은 1급수로 엄청 맑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상류에 아무개 레저시설이 개발된 뒤로는 식수는커녕 멱조차 감을 수 없는 탁류로 변해 버렸다고 한탄한다.

그런데도 여태 일부에서는 개발만이 살 길인 양 청정 국토를 오염시키려하고, 매번 선거 때면 그런 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고 있다.

깊어가는 초여름 밤, 앞 들판의 개구리 합창과 뒷산의 뻐꾸기를 비롯한 멧새들의 합창을 교향악처럼 산골 촌부들은 여태 즐기고 있다. 하지만 머잖은 날에 이나마도 아득한 전설이 되는 그날이 올까 두렵다.

야생동물은 없고 사람만이 사는 세상이 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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