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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8일자 <관보>에 나온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손자의 국적이탈 관련 자료.
지난해 2월 18일자 <관보>에 나온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손자의 국적이탈 관련 자료. ⓒ 강이종행

오자복, 공로명, 김종필, 홍일식….

국적이탈자에 자손들의 명단이 등재된 저명인사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국가안보를 강조해온 소위 '보수 우익' 인사라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의 손자는 각각 지난 2003년과 지난해 국적을 이탈했다. 또 최근 일부 언론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오자복 전 국방부장관의 손자·손녀는 모두 지난 10일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국적을 선택했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의 손자 두명도 지난 13일 국적이탈 신고를 한 뒤 미국국적을 선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소위 보수우익 인사로 국가안보를 강조하며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해왔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의 자손들은 오랜 외국생활로 국내에서 활동하기 힘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군대 적응은 더욱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그간 언행을 떠올려 보면 자손들의 국적포기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필] 국가안보 이데올로기는 다른 집안 이야기인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자료사진)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종필 전 자민련 대표 손자의 국적포기 사실은 지난 2004년 2월 18일자 관보 명단에 나타나 있다. 1986년 생인 김씨(미국 LA 출생)의 본적은 김 전 대표의 본적지인 '충남 부여군 OOO면 O리 OOO번지'라고 적혀있다.

김씨는 2003년 12월 31일자로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국적이탈 사유는 미국국적 선택.

김 전 총재는 김대중 정권 때인 지난 1998년 3월부터 2000년 1월까지 국무총리(98년 3월~8월 총리서리)를 지냈다. 또 국회의원 9선 경력의 김 전 총재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3김'의 한 축으로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었던 최고 지도자다.

특히 총리 재임 시절인 지난 1998년 11월 해외이주자에 대한 현역 입영 의무 연령을 30세에서 35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채택해 병역기피자들을 긴장하게 했던 그였다. 또 보수정당인 자민련의 총재를 오랫동안 역임하면서 '국가안보'는 그에게 있어 가장 우선적인 이데올로기였다.

현재 김 전 총재는 일본에 체류 중이다. 김 전 총재의 한 측근은 "김 총재와 연락할 길이 없다"며 "(김 전 총재의) 며느리가 외국인이고 (손자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무슨 국적이탈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오자복] "북한의 대남적화야욕 정책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왜?

오자복 전 국방부 장관 (자료사진)
오자복 전 국방부 장관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자복 전 국방부 장관은 제5공화국 합참의장을 거쳐 노태우 정권 때 입각했다. 현재 예비역장성들이 모인 '성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오 전 장관은 소위 '수구 집회'의 단골인사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줄기차게 '노 정권의 허술한 국가안보 정책'을 비판해 왔다. 특히 지난 2003년 노 대통령의 탄핵을 적극 지지한 인사 중 한 명이다.

또한 오 전 장관은 지난 2월 2일 국보법 논란이 한창일 당시 열린우리당사를 방문해 국보법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오 전 장관은 "국보법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민의 생존을 지켜온 법적 최후 보루"임을 강조하고 "북한의 대남 적화야욕 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국보법은 수호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국적포기 논란과 관련, 오 전 장관은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외국에서 낳았고 한국말을 못해 한국에서 대학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병역 기피를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공로명] 한·미 동맹 강조 위해서?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왼쪽)과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왼쪽)과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 ⓒ 오마이뉴스
공로명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 외무부를 이끌었다. 90년대 초에는 주일대사로 지내기도 했다. 공 전 장관의 손자 두명도 지난 13일 국적이탈 신고를 한 뒤 미국국적을 선택했다.

대일 전문가인 공 전 장관은 그간 북핵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주장함과 동시에 한·미·일 공조를 강조해 왔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공 전 장관은 지난 9일 (사)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한미동맹이 해체냐 존속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정부에선 2차대전 이후 동북아 균형자역할을 해온 미국 대신 한국이 균형자역할을 하겠다는 주장을 폈다, 대통령 주위에서 이런 말을 하게끔 만들고… 현실을 무시하고 망상(妄想)에 사로잡혀 국가대계를 망치는 사태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공 전 장관은 지난 4월 15일 '제37회 한일경제인회'에서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독도 망언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과 관련해 "과거지향적 사고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따름"이라며 오히려 국내의 들끓는 여론을 질타하기도 했다.

[홍일식] '효'의 확장이 '충' 아니던가

이밖에 90년대 중후반 고려대 총장을 지낸 바 있는 홍일식씨의 손자도 지난해 12월 21일 국적을 이탈했다. 87년 생인 그는 미국국적을 선택했다.

'효문화 전도사'로 불리는 홍 총장 역시 보수우익 인사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03년 보수 논조의 인터넷신문 <뉴스앤드뉴스> 창간하기도 했다.

현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의장인 홍 전 총장은 고대 총장 재임시절 '명심보감'을 필수교양과목으로 넣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원로들의 시국선언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며 참여정부를 친북정권으로 규정해왔다.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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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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