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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헌법 재판관.
이상경 헌법 재판관. ⓒ 연합뉴스 최재구
이상경 헌법재판관에 대한 사퇴 여론이 거세다. 몇몇 일간지들은 27일자 사설을 통해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자리에 있는 헌법재판관에겐 최고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용퇴를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이상경 대법관의 탈세 사실은 행정수도 위헌 판결로 입은 '지방 사람들'의 상처와 분노를 헤집는 꼴이 되었다. 이 대법관이 자신의 건물 임대소득을 적게 신고해 10년 동안 3억원 가량의 세금을 떼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탈세도 관습헌법에 해당하냐"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아이디 '그린맨(greennuri)'은 "수구적 헌법재판관들이 행했던 일방적인 위헌결정은 수도기득권 세력을 위한 이익 대변이었다"며 "수도권에 건물을 가지고 임대소득도 빵빵하게 올리고 있으니 국민적 시각에 의한 위헌결정보다는 사적인 이익관계에 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칼춤(ybhs)'은 "헌재 재판관 자리에 앉아서 자기가 소유한 부동산값 똥값 될까봐 행정수도 불가 판결이나 내리고 뒷구멍으로는 10년간이나 탈세해서 전모가 밝혀지니까 마누라가 관리해서 모른단다"며 헌법 재판관 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디 '미리내(tjryou)'는 "이런 ××이 주심을 한 신행정수도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은 무효다"라며 "프로야구 경기에서 홈팀 선수한테 심판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공정성에 시비를 걸었다.

"그럼 그렇지..."

이상경 대법관은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 주심으로 신행정수도 위헌소송 판결을 내린 9명의 대법관 중 한 명이다. 당시 전효숙 대법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은 수도는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렸다.

작년 한창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온 나라가 들끓었을 때 찬반 입장은 종종 '강남' 대 '비강남'의 대립으로 맞섰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강남 사람' 발언은 보수언론으로부터 '또 편가르기냐'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노 대통령은 헌재 판결을 두 달여 앞두고 강원도를 방문해 "서울에서 매일 서울의 이익을 생각하는 강남 사람들과 아침점심 먹고, 차 마시고 나온 정책이 분권적, 균형적 발전정책일 수 없다"고 '생각의 지방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를 '강남 비난' 발언이라 규정하고 "영호남에, 수도권과 비수도권도 모자라 서울시민을 강남 대 비(非)강남으로 나눈다"며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것은 노 대통령 자신이라고 맹비난했다.

위헌판결 뒤 '비강남권'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헌재 재판관 5명 이상이 강남지역에 살고 있다, 그래서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판결했다"며 "강남의 손바닥만한 땅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막고 나라 전체를 못살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재건축으로 이사한 사람을 빼고는 헌재 재판관들이 거의 다 강남에 살더라"며 "(강남에 집이 있는 재판관들은) 재판을 회피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서프라이즈의 공희준씨는 "경국대전까지 들먹이며 얼토당토 않은 궤변을 펼치는 걸 보면 헌재의 강남판사들도 어지간히 급했나보다""라며 "헌재의 판관들은 강남부자들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기득권 세력의 구미에 철저히 영합하는 법 해석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정치부장은 행정수도이전은 "강남에 대항하는 지방의 도전"이었다고 규정했다. "모두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설사 고향이 지방이어도 늙어서 내려갈 계획이 없는" 헌법 재판관들에 대해 "기득권 계층의 논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강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세무관행이라니..."

이상경 대법관 사태는 바로 그런 '강남 사람들'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법관이 사는 곳은 강남이다. 또 강남의 최대 자본인 '땅값'으로 재산을 불렸다. 지난 2월 28일 공개된 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재산변동 내용에 따르면, 이 재판관은 아파트 평가차액 덕분에 2억5천만원이 늘어났다고 신고, 헌법재판관 중 재산 증가액이 가장 많았다.

여기에 불법까지 겹쳤다. 이 대법관은 1994년부터 강남 신사동에 살면서 자신의 2층 양옥집에 세들어 살던 한정식집 주인에게 "매달 350만∼400만원인 임대료를 100만원으로 신고하라"고 종용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또 3억을 벌었다.

'강남식 재산불리기'에 합법, 불법이 다 동원된 것이다. 헌재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이 고울리 없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헌재 사무차장의 해명이 가관이다. "이상경 재판관은 임대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탈세의도는 없었고 (이 재판관의) 부인이 세무사에게 맡겼는데 이는 당시 세무관행"이라고 또다시 관행을 들먹였다.

헌재는 언제까지 법치주의를 내세워 관습과 관행을 옹호할 것인가. 작년 2월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이상경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위공직자의 사생활과 관련 "고위 공직자일수록 보호돼야 할 사생활은 제한돼야 하고, 대통령이라면 거의 모든 것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잣대는 자신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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