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인물과사상사
여기 술에 담을 쌓고 오로지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20여년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달려온 사람이 있습니다. 겨우 세끼 밥 먹을 밑천을 장만하기 위해 젊은날을 보내야했던 소설가 조정래는, 나이 마흔에 미친듯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유형의 땅>을 썼고, <불놀이>를 썼고, <태백산맥>을 시작했습니다. 흔적 없이 사라진 상처투성이 젊은 세월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글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인생이란 연습도 재공연도 할 수 없는 단 1회의 연극"이라고 규정한 조정래는, 그로 부터 20여년 동안 대하소설만 연달에 세 편을 써냈습니다. 20년 동안 술을 멀리하고 자신을 글감옥에 가뒀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내가 대하소설을 연달에 세 편씩 써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마음먹음의 실천 뿐이다. 그런 미련스러운 노력 말고 무엇이 우리 인생을 책임질 수 있고, 우리 인생에 빛을 줄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타고난 재능보다는 미련스러운 노력을 믿고자 했다."

인물과 사상사에서 펴낸 <젊은날의 깨달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외에도 정혜신, 박노자, 고종석, 손석춘, 장회익, 박홍규, 김진애, 홍세화 - 이름만 들어도 익히 알 만한 이들이 젊은 날을 돌아보며, 인생을 새롭게 발견한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방면에서 홀로 일가를 이룬 이런 분들의 글을 읽으면 숙연해집니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복판에서 조용히 열정이 끓어오릅니다. 쉽게 확 타버리는 어린날의 열정이 결코 아닙니다. 이것이 돈오(頓悟)의 느낌인지 점오(漸悟)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평생을 두고 매진해야 할 가치를 깨닫습니다.

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클리어마인드(2010)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