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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장은 뒷좌석에 앉은 채 뒤쪽 창을 돌아보았다. 채유정과 두 사내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쪽 차를 언뜻 보긴 하였으나 그냥 스쳐지나갔다. 이차를 의심하진 않았다.

김 경장은 한참동안 뒤를 바라보다가 다시 앞을 향해 앉았다. 그의 옆 좌석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는 바로 얼마 전 김 경장을 데리고 단동을 향했던 북한의 기관원이었다. 김 경장이 불안해서 자꾸 뒤를 돌아보자 기관원이 빙긋 웃어 보였다.

"저들은 선생께서 이 차에 타고 있는 걸 상상도 하지 못할 겁니다."

김 경장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그가 다시 물었다.

"괜찮습니까?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매트리스를 깔아놓았기 때문에 하나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미리 그걸 갖다놓길 잘 한 것 같군요. 하지만 아슬아슬했습니다.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김 경장은 잠시 눈을 감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마르고 갈라진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전 채유정이 그들의 사람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그의 얼굴에 한순간 침통함과 분노의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어 차창으로 얼굴을 돌린 채 무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는 것이다. 북한의 기관원은 김 경장의 표정을 살피며 잠시 기다렸다가 이렇게 묻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그들이 심어놓은 사람이란 걸 어떻게 아셨죠?"

"박물관에 갔을 때부터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죠. 그 박물관의 유물은 일반 사람에게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전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욱 경계를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순순히 유물을 보여주더군요. 이건 윗선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녀가 그 윗선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 생각한 겁니다."

"그랬었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유물을 혼자서 가져가려 했을 때 확신을 했죠. 이 여자 뒤에 누군가 있다는 확신 말입니다."

듣고 있던 기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옆을 돌아보았다.

"그 유물을 가지고 곧장 저희를 찾아오신 건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그 유물을 중국에서 빼내올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으니까요."

"그보다 그쪽과 우린 같은 민족이 아닙니까? 전 그걸 믿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김 경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유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쯤 평양에서 그 유물에 대해 발표하고 있을 겁니다. 이례적으로 우리 조국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하여 전 세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아마도 전 세계에 난리가 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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