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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1일 오전 우체부 아저씨로부터 두툼한 봉투 하나를 건네받았습니다. 바로 <오마이뉴스>로 부터 온 등기우편이었습니다.

떨리는 짜릿함으로 봉투를 열어보니 노란 금박봉투가 두 개 들어 있었고 그 금박봉투 속에는 호텔 뷔페 초대장이 두 장씩 들어 있었습니다. 한 봉투 속에 두 개의 봉투가 들어 있었고 다시 하나의 봉투 속엔 두 장의 초대장이 각각 들어 있었으니 제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묵직함이 당연하다 싶으면서 소소한 그런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나 싶은 게 마음이 따뜻해 졌습니다.

▲ 두 개의 금박봉투에 따로따로 들어 있는 초대장
ⓒ 김정혜
그건 얼마 전 특별기획으로 공모했던 '부모님 자서전 대필 원고 응모'에 제가 응모했던 글이 우수작으로 뽑혀서 상품으로 받은 호텔 뷔페 초대장이었습니다. 그걸 손에 들고는 바로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뷔페 초대장이 왔어요. 좋은 날 잡아서 우리 맛있는 저녁 먹으러 가요.”
“그래. 이제야 왔구나. 에미 덕분에 좋은데 가서 맛있는 저녁 먹게 되었구나. 수고했다.”
“아버님 오시면 언제가 좋을지 여쭤 보세요.”
“그래. 그래 하마. 그런데 몇 사람이나 갈 수 있냐?”
“4명이요. 그런데 그건 왜요?”
“그럼 두 장이 모자라는 건데 어떻게 하냐?”
“왜 두 장이 모자라요? 어머니!”
“사돈 내외분도 모시고 가야지. 그럼 우리만 가려고 했냐?”

순간 반가운 나머지 친정 부모님 생각을 깜빡했는데 잊지 않으시고 친정 부모님 생각을 미리 해주시는 시어머니의 고운 마음 씀씀이에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아!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무슨 방법이 있겠죠 뭐.”

그렇게 얼버무리며 전화수화기를 내려놓는데 이미 제 가슴으론 모자라는 두 장의 초대장으로 명치끝에 무거운 추를 매단 것 같았습니다.

▲ 생전 처음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해 줄 4장의 호텔뷔페 초대장
ⓒ 김정혜
아마도 이 정도의 호텔 뷔페라면 가격도 만만치 않을 터. 그렇다고 어디든 항상 같이 모시고 다니는 네 분 부모님들인데, 시부모님만 모시고 간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어쩔 수 없이 모자라는 두 장은 따로 구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어 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따로 구입을 하는 것도 문제인 것이 요즘 남편도 밀린 공사대금이 수금이 되지 않아 노심초사 돈 걱정에 한숨이 끊이질 않는데
거기다 또 돈 들어갈 이야기를 할 생각을 하니 미처 말도 꺼내보기 전에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그때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에미야.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놔두고 친정 부모님 모시고 다녀오는 게 낫겠다. 우리 두 늙은이 가봐야 그 비싼 거 본전에 반도 못 먹고 오잖니. 그러니 우리 생각하지 말고 그냥 친정 부모님 모시고 너희들끼리 다녀오너라.”

요즘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은 이가 부실하셔서 치과를 다니고 계신지라 가봐야 제대로 음식을 드시지도 못할 테니 그 비싼 호텔 뷔페 초대장이 아마도 아까운 생각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여느 동네 뷔페도 아니고 호텔 뷔페인데, 이럴 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부모님을 모시고 그런데 구경을 해보나 싶어 저는 안달이 났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게 또 저의 인생철학인지라 그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습니다. 오후 내내. 아니 창에 어둠이 물들 때까지.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제 머릿속으론 섬광 같은 빛 한줄기 스쳐주지 않았고, 결국 해법이라고 찾아낸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따로 구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막 남편이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부부일심동체인지라 남편은 제 얼굴에 드리워진 근심 한 자락을 찾아내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왜 그래? 무슨 걱정 있어?”
“실은 <오마이뉴스>에서 호텔 뷔페 초대장이 왔는데 그게 넉 장이어서 말이야.”

저는 두툼한 봉투를 꺼내 남편 앞에 내놓으며 내 얼굴에 드리운 근심의 실체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참으로 어렵게 이야길 꺼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의 반응은 지극히 간단명료하였습니다.

“근데 그게 뭐. 두 장은 따로 사서 다 함께 같이 가야지.”
“그건 아는데…. 요즘 자기 수금이 안 되서 힘들잖아. 이 호텔 뷔페 가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아무리 비싸도 할 수 없지. 그래도 여섯 장 다 안 사고 <오마이뉴스> 덕분에 두 장 가격으로 부모님들 그런 좋은 데서 식사 대접해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아.”

돈때문에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남편이 그렇게 명쾌하게 이야길 해주니, 순간 남편이 왜 그렇게 든든해 보이던지. 하지만 남편의 지극히 간단명료했던 반응보다 몇 배 더 명쾌한 해답이 우리 부부를 어이없게 만들다 못해 기가 막히게 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부부가 하는 이야기를 다 들었는지 어쩐 건지 TV에 정신이 팔려있던 딸아이가 지나는 말로,

“엄마한테 방송국에서 보내준 상품권 많잖아. 그거 가지고 엄마는 별 거 별 거 다 사잖아. 그것도 그 상품권으로 사면 되잖아.”

우리 부부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제겐 얼마 전 방송국에서 온 관광상품권이 자그마치 35만원어치나 있었습니다. 관광 상품권이란 게 알고 보면 바로 그런 호텔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이기에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하기엔 정말 안성맞춤이었던 것입니다.

하루 종일 고민했던 그것이 이렇게 한순간에 너무 쉽고 간단하게 해결이 되고 보니 한편 허탈해지기도 하고 일곱 살 딸아이에게서 답을 찾은 것이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어쨌거나 <오마이뉴스> 덕분에 네 분 부모님들 다 모시고 제 평생 처음으로 근사한 호텔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게 되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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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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