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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풀이 수북히 자란 대문쪽 풍경
풀이 수북히 자란 대문쪽 풍경 ⓒ 임준연
50여평 되는 마당의 곳곳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풀과 꽃들이 제멋대로 수북하게 자라 자리잡고 있습니다. 좋은 자리를 자리잡고 있는 것은 텃밭이지만 그 주변에는 아직 이름조차 모르는 잡초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죠.

어제는 옆집에 제사가 있는지 못보던 어른들이 차를 타고 부지런히 드나들다가 아주머니 두 분이 우리 마당에까지 들어오셨습니다. 저랑 함께 사는 개, 플토가 요란스레 짖어댑니다.

"오셨어요?"

문을 열고 내다보니, 두 분이 코 앞까지 와서 쳐다 보시고는 다시 마당을 둘러 보며 말씀하십니다.

"잉.이것저것 많이 심었네."
"반듯허니 잘 해놨구먼."
"괞찮아요?"

씨익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이건 너무 배게 심어놨구만."
"안 그래도 벌써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마당으로 신을 신고 나섭니다.

"약쳐야지."
"네~에?"
"벤타존사다 뿌려야것구먼."
"한번 뿌리면 깨~끄머니 해지는디."
"약사다 뿌려."

찰라에 두분이 합창을 하듯 말씀하시더군요.

"약...안뿌릴려구요."
"잉? 왜?"

'제초제가 얼마나 해로운 극약인데요. 땅도 오염시키고 뿌리는 사람도 죽일 수 있다구요'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한박자를 숨을 머금고 그냥,

"그냥, 손으로 뽑아도 돼요."

뜨악한 표정의 두분,

"안되아. 못써. 약뿌려야재."
"그럼" 옆의 아주머니가 거듭니다.
"아니요. 거름도 만들려면 그냥 뽑아서 제가 쓸 거에요."
"거름을 만들어? 허허. 뭔 거름을 만든대?"
"…."
"약 얼마 안해. 농협에서 사다 뿌려."

다시 한번 마당을 휘~이 둘러 보시더니 대문밖으로 사라지는 두 분.

가슴이 휑한 느낌에 손으로 쓸어내리며 잠시 생각해봅니다. 두 분을 붙잡고 '강의'를 해드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사오정'이 되야 하나하고 생각합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마당을 보시는 분들이면 꼭 빼놓치 않고 '약'이야기를 하고 가시니까요.

틈틈히 낫과 호미를 사용해서 제초를 해야겠습니다. 그 놈들 쌓아놓고 말려서 음식물 쓰레기와 배설물을 이용해서 퇴비를 만드는데 사용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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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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