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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 이기원
햇볕이라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좋으련만 그도 또한 여의치 않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고 또 자라는 나무들에겐 작고 힘없는 민들레를 위해 가지를 접어줄 미덕이 있을 리 없습니다. 민들레가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해 누렇게 떠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도 나몰라라 외면할 뿐입니다.

ⓒ 이기원
민들레도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헛된 기대 품고 있다가 절망의 수렁에 빠지기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길을 찾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는 가늘고 길게 살아야 합니다. 굵고 짧게 사는 미덕이야 양지바른 곳에서 뿌리내린 팔자 좋은 민들레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입니다.

ⓒ 이기원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주저앉아야 누가 대신 꽃을 피워줄 리 없습니다. 꽃이 피지 않으면 나비랑 벌도 오지 않습니다. 결국 홀씨를 만들어 날리지 못한 채 쓸쓸히 시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비참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있는 힘 다 쏟으며 살아야 합니다.

ⓒ 이기원
ⓒ 이기원
그 험한 곳에서 뿌리를 내려 꽃 피우고 홀씨를 맺은 민들레의 고단한 삶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민들레처럼 붙박이로 사는 삶도 아니면서 속절없이 흔들리며 살아온 날들이 부끄러워집니다.

아이들과 함께 홀씨 맺힌 민들레 줄기를 꺾어 입으로 불었습니다. 저 홀씨들은 거친 땅이 아닌 기름진 땅에 자리를 잡아 굵고 짧은 민들레로 되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민들레 홀씨들을 날려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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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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