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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반쪽', 엄마·아빠도 힘내고 싶다
오마이뉴스 - 비정규직 공대위 공동기획

비정규직 800만 시대. 이들은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항상 해고의 위험 앞에 서있습니다.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거나 더 힘들게 일하지만 월급은 '반쪽'입니다. 그러나 불만도 이의제기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언제든 고용계약이 파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비정규노동법 개악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workfair.or.kr)와 함께 '월급 '반쪽', 엄마·아빠도 힘내고 싶다'는 제목으로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 대성산업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 `원직복직` `해고기간 동안 밀린 임금지급` 등을 요구하며 20일부터 서울 관훈동 대성그룹 본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회사가 기자를 포함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부근 빌딩옥상에서 농성자들과 전화통화중인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회사 직원이 비디오로 촬영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복직투쟁에 나서기 전에는 아들에게 책도 읽어주며 같이 놀기도 했는데…. 3년 6개월 동안 생활비 한푼 벌어다주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장사하던 아내의 가게는 문을 닫아야 했다. 남들처럼 가족과 함께 잘살고 싶어 애를 썼는데 꿈같은 일이었다. 일한 만큼 대우해달라는 비정규직의 주장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지난 25일 기자의 핸드폰을 통해 전해진 곽민형(49·대성산업가스비정규직지회장)씨의 목소리는 다소 떨렸다. 그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성산업가스(이하 대성산업) 본사 2층 국기게양대 난간에 서 있었고, 기자는 맞은편 건물에서 전화인터뷰를 했다.

3년 6개월째 복직투쟁 중인 곽씨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대성산업가스(이하 대성산업) 본사 2층 복도를 점거한 채 22일부터 정규직 복직을 촉구하면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곽씨와 함께 대성산업 복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사람은 윤효한(부지회장), 안우헌(화학섬유연맹 사무처장) 등 10명이다.

대성산업은 이들을 무단침입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또한 용역경비원을 채용해 취재진과 노동계 인사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이들의 불법점거로 업무가 마비된 상태"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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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곽씨는 회사측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6년 동안 정규직보다 더 뼈빠지게 일했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정도에 불과했다. 너무 부당해서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자 회사는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고시켰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만료라고 우기고 있다."

"내가 속한 용역업체는 껍데기일뿐"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곽민형 위원장이 부근 빌딩옥상에 올라간 오마이뉴스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곽씨는 고압가스 생산·판매업체인 대성산업의 용역업체에서 탱크로리 운전기사로 6년간 일했다고 한다.

곽씨는 지난 2001년 9월 8명의 운전기사와 함께 노조를 설립한 뒤 단체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개선과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조합에 가입한 운전기사가 속해있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뒤 노조 탈퇴자들을 소사장으로 전환시키면서 노조를 무력화시켰다.

조합결성 한달 만에 곽씨와 부지회장 윤효한씨 2명만 남게된 것이다. 곽씨는 2001년 10월 대성산업 반월공장 정문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천막농성에 돌입, 3년 6개월의 장기간 투쟁을 시작했다. 그는 본사 앞 1인 시위, 전국 순회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부당해고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곽씨는 이 과정에서 외아들을 잃는 등의 아픔을 겪었다. 곽씨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이 지난해 11월 곽씨의 아파트 12층에서 투신자살했으며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아내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2003년 11월 용역업체는 실체가 없는 회사로, 직접 사용자는 대성산업이며 또한, 노조활동 때문에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으며 곽씨는 이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곽씨는 "내가 속한 용역업체(사장은 이 회사 퇴직자)는 껍데기일 뿐이며 업무지시는 대성산업에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불법파견인 만큼 정규직으로 원직복직되어야 한다는 게 곽씨 주장이다. 그러나 회사측 관계자는 "곽씨는 우리 회사와 직접 고용관계가 아니며 이들의 점거농성은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화학섬유연맹 간부들은 번갈아 가면서 이 회사 정문 앞에서 지지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연맹 산하 노조간부 등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늘(27일) 대성산업 본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회사진입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충돌이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25일 성명에서 "회사는 부당 해고된 비정규노동자를 원직 복직시키고 노동부는 대성산업에 대한 불법파견을 재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노동부는 불법파견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은 채 방관자로 일관해 왔다"며 "대법원은 사내하청 또는 용역의 형식만 빌린다고 해도 불법파견을 피해갈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노동부를 규탄했다.

대성산업은 지난해 1371억원 매출에 238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일이면 아이들과 놀러가고 싶어... 산업역군? 인간 이하의 취급당했다"

▲ 일명 '노가다'로 불리는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밥을 먹고 있다. 이들은 화장실, 식당, 샤워장 등을 요구하며 인간답게 대접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울산노조

▲ 볼탱크에서 작업 중인 건설노동자들.
ⓒ 울산노조
"월남전에도 참전했고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6호기 공사까지 참여했으며 울진원자력에서도 일했다. 사막으로 달려가 뜨거운 모래폭풍을 이기며 일해 외화를 벌어왔다. 그런 산업역군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요구하자 빨갱이로 몰아 수배하고 구속하고 있다. 이게 뭐냐?"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이하 울산노조)' 조합원 오금철(58)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건설현장에 뛰어들어 30년간 건설노동자로 일했다는 오씨는 일명 노가다 인생의 고달픔을 털어놨다.

"새벽밥 먹고 현장에 오지만 옷 갈아입을 장소가 없어 도로에서 옷을 갈아입고 쇳가루 시멘트가루 날리는 현장에서 일한다. 비가 와도 피할 곳이 없어 맨 바닥에서 모래 섞인 밥을 먹는다. 땀에 흠뻑 젖어도 손 씻을 샤워장 하나 없다. 지금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다. 모래 바람 없이 도시락을 먹고 먼지구덩이 쇳가루라도 씻고 퇴근하게 해달라는 게 무슨 잘못이냐."

울산노조는 8시간 노동과 주·월차 보장 등 근로개선과 다단계 재하청 금지, 산업안전 보장, 노조인정 등을 내걸고 40일째 파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들의 파업이 정치적 이념에 의해 조종된 불법파업이라며 강경 대응하고 있다. 현재 12명 구속, 9명 수배, 110명 불구속 상태이며 826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울산노조 파업사태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원청인 SK(주)와 하도급 업체들이 교섭을 회피하고 있어 10개월째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울산노조는 밝혔다. 울산노조 조합원 20여명은 26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하면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김장환(39·상경투쟁단장)씨는 "일요일이면 아이들하고 놀러 가고 싶은데 주·월차가 없는 노가다라서 한번도 놀러가지 못했다"며 "말로만 산업역군이라고 부를 뿐 실제로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해왔다. 아들이 가져온 생활기록부 직업란에 노가다라고 적을 수 없는 아빠의 심정을 아느냐"고 항의했다.

덧붙이는 글 | 비정규직 공대위는 차별철폐 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좌번호는 308-04-993301(조흥은행/예금주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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