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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승규 법무장관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승규 법무장관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 연합뉴스 김동진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에 대해 작심한 듯 '쓴 소리'를 했다. 21일 청와대에서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취임 출범 초기의 '전국 검사와의 대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다른 부처 업무보고 때는 '칭찬 일변도'라고 할 만큼 부처에 대한 격려와 칭찬 일색이었다. 이에 대해 업무보고 형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배경설명도 있었다. 그래서 더 이례적이다. 검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뢰'의 척도가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 "하나의 방법을 제안한다면 버리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먼저 "정부가 일하는 데 제일 어려운 것이 신뢰부족의 문제다"고 전제하고, "법무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아직도 부족한 수준이다"면서 "법무부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비전은 '신뢰받는 법무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신뢰의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 방법까지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하나의 방법을 제안한다면 버리는 것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검찰에 대해 국민이 의심하는 것을 모두 버리는 것이다"면서 "과거의 기득권과 과거의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신뢰 회복의 대안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것(버리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다"면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제도 이상의 권력'을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내놓을 것은 내놔야 한다는 것이 (변화의) 흐름이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것(변화의 흐름)을 일찍 수용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가는 일도 즐겁지 않게 되고 마지막에는 불명예스러운 이름만 남기게 된다"고 충고했다.

"옛날에 하던 권위적 관행을 스스로 없애지 않으면 내 놓으라고 요구할 것"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옛날에 하던 권위적 관행이 남아 있는데, 이를 스스로 없애지 않으면 (국민들이) 내 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의 속도 경쟁이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누가 자기 권력을 스스로 내놓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하고 "그러나 불필요한 권력을 스스로 내놓아야 쫓기는 조직이 되지 않고 앞서가는 조직이 될 수 있다"면서 "변화에 앞서가고 나라를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을 갖는 법무부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법무부의 감찰위원회 및 인사위원회 설치 취지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이 기구는 검찰의 독선과 검찰의 이기주의를 견제하는 장치로서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 구조로서의 의미가 있다"면서 "검찰의 독립을 제도화하고 외부의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해 위원회를 설치 쪽에 손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또 '공수처' 등 공직자 비리 특별사정기관의 설치와 관련해서도 "이 문제에 대해 검찰이 마음속에 불편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앞으로 논의과정에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권력형 부정부패에 대한 국가의 대응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다"고 공수처 설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검찰의 기아자동차 채용비리·항운노조 비리 수사에 대해선 칭찬

업무보고 내내 쓴 소리만 한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구조적 부정척결 대책과 관련 "최근 광주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항운노조 비리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줘서 다행이다"면서 "수고 많았다"고 격려했다.

둘 다 대기업 노조의 비리와 관련된 것이다. 대기업 노조의 잘못된 관행과 '모럴 해저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를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사회의 구조적 부정척결이 중요하다"면서 "정경유착·토착비리·조직폭력·민생침해사범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정당 내부의 선거에 대해서도 관여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정당 스스로를 위해서도 부정이 용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정치문화가 법을 어기지 않고도 정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지난해 교정행정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교정업무가 제대로 성공하면 검찰의 업무도 줄어들 것이고 품질도 높아질 것"이라며 "교정 공무원의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 문제에 실효성 있는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민영교도소의 도입문제도 복지시설의 민간위탁의 성적이 좋은 것처럼 민간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 "긍정적으로 검토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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