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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기름지고 양지 바른 땅에서 자란 나무며 풀들이 꽃을 먼저 피웁니다. 기름진 양분을 양껏 흡수하고 따뜻한 봄볕을 마음껏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꽃 피우는 시기만 빠른 게 아니라 피운 꽃도 탐스럽고 향기 또한 진합니다. 그래서 벌이며 나비들도 많이 불러들입니다.

ⓒ 이기원
기름진 땅이 있으면 거칠고 메마른 땅도 있습니다. 양지바른 곳이 있으면 하루에 햇살 한번 제대로 받기 어려운 음지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꽃 피는 봄이 장소를 가려 온다는 말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듯이, 거칠고 메마른 땅에도 그늘진 음지에도 봄은 옵니다.

시멘트 틈새나 보도블록 사이에도 봄은 옵니다. 봄볕만 내려앉아 쉬다가 가는 게 아니라 조그만 풀들이 싹을 틔워 틈새를 비집고 올라옵니다. 기름지고 양지 바른 땅에서 자란 풀보다 볼품이 없는 녀석들입니다. 발길에 채여 흩날리는 흙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녀석들도 있습니다.

ⓒ 이기원
ⓒ 이기원
그래도 주눅 들어 시들거나 노랗게 떡잎이 진 녀석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힘겹게 올라온 녀석들이지만 햇살이 비치는 방향을 향해 힘차게 자라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대견하기까지 합니다. 벌써 꽃을 피운 녀석들도 있습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의 삶은 힘겹습니다.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이들의 삶을 한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안간힘을 쓰며
찌푸린 하늘을
요동치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저 쬐그만 것들.

작아서, 작아서
늘 아름다운 것들
밑에서, 밑에서
늘 서러운 것들.

- 조태일, <이슬 곁에서> 전문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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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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