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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제라도 봄 물결이 밀려왔으니 한층 더 고맙고 따사로운 느낌입니다. 뭐든지 기다림이 간절할수록 그것을 맞이한 기쁨은 더한 법이니까요. 바짝 타들어가는 가뭄 끝에 내리던 비도 그럴 거구요.
반가운 봄소식을 알려 준 하얀 목련이 집 둘레에 피기 시작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것은 아직 아닙니다. 꽃봉오리를 하나 둘 터트리고 있는 단계니까요. 물론 그 가운데는 하나 둘 활짝 피운 것도 있긴 합니다.
집 둘레엔 그렇게 목련이 피우고 있다면 실개천 둑에는 노란 산수유가 뒤따르는 것 같습니다. 산수유도 제 멋을 한껏 자랑하려고 벌써부터 나무들을 온통 노란색으로 덧칠하고 있으니까요. 시커먼 나무들이 그래서 훨씬 더 생기발랄해 보입니다.
산과 들에 찾아든 봄기운
집 둘레에 찾아 온 봄기운이 그렇다면, 동네 밖 산과 들에는 어떨까요. 그곳에도 봄기운이 물씬 풍겨나고 있을까요. 아마 둘 중에 하나일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동네보다 훨씬 빨리 찾아 왔거나 아니면 더 늦장을 부리는 것.
모를 일일 듯싶어 산과 들녘을 찾아 나섰습니다. 마음 가는 곳을 따라 무턱대고 발길을 옮겼습니다. 야생초 같은 것이 보이면 무조건 발길을 멈추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눈이 작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좁아서 그런 것인지 좀체 자연 들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고 또 가다 어느새 충주 댐이 있는 곳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단양팔경을 따라 흘러내리던 물줄기를 담아 두고 있는 곳이 그곳이었습니다. 눈도 많이 오지 않고 비도 많이 오지 않아서인지 댐이 밑바닥까지 드러나 있었습니다.
거기까지 나왔으니 사진 한 장을 찍어 두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댐 가까이에 다가섰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비로소 들풀과 나뭇잎 사이에 피어난 봄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온통 죽은 것 같은 나무와 풀 사이에 하나 둘 봄기운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봄기운과 함께 힘찬 인생을...
그런 봄기운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봄이야말로 생명을 느낄 수 있는 때이구나. 진정한 봄이 되어야 들풀과 나무들이 새싹과 새 꽃을 피울 수 있구나. 봄인데도 만약 제 싹과 제 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그 풀과 나무는 온전한 것이 아니겠구나….
그건 사람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도 봄기운에 맞게 살아야 하겠고, 봄기운에 맞는 꽃을 피워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자연 들풀과 나무들이 봄에 새싹을 틔우고 새 꽃을 피우듯이 사람도 그에 걸 맞는 때에 새싹과 새 꽃을 피워내야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봄이 되었는데도 새싹과 새 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온전한 들풀과 나무라고 할 수 없겠지요. 살아 있는 나무라면 분명 봄철에는 새싹과 새 꽃을 피워야 마땅합니다. 그렇듯 사람도 봄철이 되면 자기에게 맞는 싹과 꽃을 피워내야 할 것입니다.
봄을 그래서 인생살이에 빗댄다면 아마도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겠나 싶습니다.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시기 말이지요. 그래서 봄에 피운 꽃이 여름철에는 열매를 맺고 가을철이 되어 더 알차게 영글고, 겨울철에는 따서 저장할 수 있도록요.
아무쪼록 이 봄 기운을 맞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에게 맞는 인생살이 봄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들풀과 나무들이 봄기운을 맞으며 새싹을 틔우고 새 꽃을 피우듯, 겨울나무처럼 지쳐있는 사람들도 다시금 힘찬 인생을 세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