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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벚꽃 축제가 4월1일부터 3일간 열린다. 올해는 벚꽃 피는 시기가 늦어 10일 정도 되어야 활짝 필 것으로 보인다.
화개장터 벚꽃 축제가 4월1일부터 3일간 열린다. 올해는 벚꽃 피는 시기가 늦어 10일 정도 되어야 활짝 필 것으로 보인다. ⓒ 조경국
섬진강을 따라 바람이 분다. 꽃잎이 나풀거린다. 셀 수 없이 무수한 꽃잎이 바람에 일렁인다. 꽃비가 내린다. 뺨에 부딪히기도 하고, 옷자락에 붙기도 하고, 머리 위에 앉기도 한다.

길에 떨어진 꽃잎들은 바람을 따라 춤춘다. 섬진강의 봄은 그렇게 무르익는다. 벚꽃의 꽃망울이 맺힐 때 봄은 남도를 찾아들고, 벚꽃이 질 때 남도의 봄은 지리산을 넘어 백두대간을 타고 북녘으로 넘어간다.

봄엔 역시 꽃구경이 제격이다. 꽃구경 중에서도 섬진강을 따라가는 벚꽃길은 아마 최고가 아닐까. 봄이면 이곳을 찾지만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하지만 꽃은 예전과 다름이 없는데 꽃을 보려 다투는 사람들은 늘어났으니 아쉬울 뿐이다.

물론 나도 그중 한 사람이긴 하지만. 주말에 이곳을 찾았다가 꽃구경하기도 전에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낭패를 보았다. 그래서 이젠 꽃이 진다, 봄비가 내린다 하면 뒤늦게 벚꽃 십리 꽃비 맞으러 간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평일 이른 아침에 찾아야 벚꽃 십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평일 이른 아침에 찾아야 벚꽃 십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조경국
4월이 되면 섬진강의 봄은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피어난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벚꽃뿐인가, 지천에 매화, 배꽃, 산수유다. 코끝에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꽃향기가 나고 눈을 뜨면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어디 그것뿐이랴. 희고 고운 모래밭을 지나 섬진강에 발을 담그면 아직 지리산 높은 골짜기의 한기를 머금고 있는 물의 차가운 느낌까지, 섬진강을 따라 19번 국도를 타고 가는 이곳이야 말로 온몸으로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봄 구경은 하동 송림에서 시작한다. 두 번째 행선지는 하동대교를 건너 매화마을, 그리고 다시 섬진강을 건너와 쌍계사로 향하면 너른 악양들이 나오고, <토지>의 주무대가 되는 평사리가 보인다. 드라마 토지를 촬영하느라 꽤 그럴 듯한 셋트장이 들어서 구경거리가 더 늘었다.

해질 무렵 최참판댁 대문 앞에 서서 바라보는 파란 보리싹으로 덮인 푸른 악양들과 벚꽃과 함께 휘돌아 흘러가는 섬진강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화개장터를 지나 벚꽃이 절정인 쌍계사까지 십리길. 더 욕심이 나면 연곡사도 가고, 화엄사도 간다.

벚꽃축제가 시작되는 4월 1일 전후 휴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차라리 꽃잎이 떨어지는 4월 둘째 주 평일 이른 아침에 다녀오는 것이 섬진강 봄을 즐기기엔 더 좋을 것 같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어 화개는 10일쯤 되어야 절정에 이를 예정이다.

비오는 날 길에 우산을 쓰고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걷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비오는 날 길에 우산을 쓰고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걷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다. ⓒ 조경국
물론 꽃망울이 맺혔을 때 보아도 좋으나 벚꽃은 필 때보다 질 때가 더 아름답다. 승용차를 타고 이곳을 찾았다면 차는 화개장터쯤에 세워두고 걸어서 쌍계사까지 걸어 올라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유가 없다면 시외버스 매표소가 있는 쌍계사 들머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돌아보는 것도 좋다.

봄의 정취를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비가 내릴 때 찾아야 한다. 찻집에서 화개골 산등성이에서 재배한 녹차 한잔 앞에 두고 창 너머 비와 함께 떨어져 내린 꽃잎이 화개동천을 따라 흐르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왜 고운 최치원이 이곳을 찾아 신선이 되려 했는지 깨닫게 된다.

동해 쌍계사까지 우산을 들고 꽃비를 맞으며 떨어진 꽃잎을 밟고 가는 것은 색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벚꽃이 활짝 핀 맑고 화창한 날보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봄을 천천히 즐길 수 있다. 그렇게 길을 걷다 보면 '봄을 완상(玩賞)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하동 IC를 나와 우회전 하면 19번 국도를 타고 계속 섬진강을 따라가게 된다. 차가 밀리지 않을 경우 하동IC에서 하동 송림까지 20분, 하동 송림에서 평사리까지 15분, 평사리에서 화개장터까지 10분 거리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 입구까지는 약 5분 정도 걸린다. 

<먹거리와 묵을 곳>

섬진강을 찾았다면 뭐니뭐니 해도 재첩국이 제일이다. 요즘은 섬진강 재첩이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진짜 재첩국맛 보기가 힘들어졌다. 가장 유명한 재첩국집은 읍내에 있는 동흥식당(055-884-2257)이다. 재첩국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찾았다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참게탕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묵을 곳은 화개장터와 쌍계사 사이에 있는 ‘온천모텔사우나’(055-883-9346~8)를 추천한다. 시설도 깨끗하고 숙박할 경우 무료로 사우나를 이용할 수도 있다.

* 올해로 13회를 맞는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4월1일 부터 3일까지다. 하동군 홈페이지(http://www.hadong.go.kr)에 가면 자세한 행사 내용이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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