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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들은 곧장 따라오더니 잠시 멈추어 선 채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큰길로 뛰어가고 있는 김 경장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빨랐다. 더구나 상대는 세 명이나 되었다. 김 경장은 달리면서 정상적으로 달려서는 그들을 따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계책이 필요했다. 골목이 꺾어지는 부분에 4층짜리 아파트 건물이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그 아파트 입구로 달려갔다.

현관을 통해 계단을 올라간 그는 곧장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 문은 열려 있었다.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온 그는 얼른 문을 살폈다. 다행히 옥상 바깥에서 문을 잠글 수 있도록 되어 얼른 문을 잠갔다. 이내 계단에서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이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옥상 문은 낡은 베니어판으로 만들어져 부수기가 어렵지 않게 보였다. 오래 버티지 못할 듯싶었다.

옥상 주위를 살피자, 바로 옆의 건물과 3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단번에 뛰어넘기에는 벅차 보였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힘차게 도움닫기를 하고는 길게 점프를 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쳐가며 옆 건물로 이동하였다. 바닥에 착지를 하면서 몇 바퀴를 데굴데굴 굴렸다. 다리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으나,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얼른 몸을 일으키자 방금 있었던 건물 옥상의 문이 열리며 세 명의 사내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도 이쪽으로 뛰어넘으려는 듯 했다. 여기 옥상에도 밑으로 향하는 출입문이 있었다. 얼른 그 문으로 달려가 반달 모양의 손잡이를 당기자, 뻑뻑한 문이 어렵게 열렸다. 다행히도 여기 문은 안에서 걸어 잠그게 되어 있었다.

그는 계단을 타고 내려와 얼른 건물을 빠져나왔다. 얼마 있지 않아 그들도 밑으로 내려와 자신을 추적할 것이다. 그는 잠시 선 채 생각을 정리했다. 이대로 내달려서는 곧잘 잡힐 것이다. 고민 끝에 그는 달려온 길을 되짚어 가기로 했다. 어쩌면 그곳에 자신을 미행하는 무리들이 더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물까지 따라 들어온 치들은 반대로 되짚어 갈 줄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김 경장은 여태 달려왔던 골목길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갔다. 다행히 뒤에 대기하고 있던 그들은 없었다.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요녕 대학교 교문이 보였다. 그 문을 옆으로 끼고 돌아 주택가 쪽으로 곧장 향했다.

얼마나 달렸는지 몰랐다. 숨이 턱에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져 나가는 것 같았다. 두 다리가 후들거려 조금 달리다가 걷고, 또다시 달려가다가 멈추어 서기를 반복하며 멀리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골목길만 골라서 달려온 덕분에 정작 자신이 있는 곳을 파악하지 못했다.

옴이라도 걸린 것처럼 껍질이 벗겨진 담벼락이 골목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게 보였다. 잠시 멈추어 선 채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을 미행을 어느 정도 따돌린 것 같았다. 달리는 속도에 여유를 두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트럭이 땅을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오가는 길로 나서자, 김 경장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드문드문 주택이 보이고 한국어 간판을 든 상점도 보였지만, 어디 부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구름이 일기 시작했는지 달빛은 느낄 수 없었다. 인도는 수은등 불빛과 배기가스 때문에 뿌옇게 흐려져,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다. 차도는 트럭이 오고가 시끄러웠지만, 인도 쪽은 그렇지 않았다. 앞쪽이고 뒤쪽이고 보행자는 한눈에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그가 찾는 것은 공중전화 박스였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캄캄한 밤길을 더 걸어가자 골목 모퉁이에서 전화박스가 눈에 띄었다. 전화박스는 공원 입구에서 어슴푸레 빛나고 있었다. 공원 입구까지 걸어가 시계를 보았다. 밤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는 채유정이 걱정이 되었다. 그녀를 쫓아가는 자들은 없었지만 안심할 순 없었다. 또 다른 패거리가 있어 그녀를 쫓아갔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화를 걸어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해야만 했다.

전화박스 문을 밀고 들어갔다. 유리문을 통해 주위를 살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자신이 외우고 있는 채유정의 휴대폰 번호를 입으로 중얼거리며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넣었다. 그리고 숫자 버튼을 다섯 개 정도 눌렀을 때였다. 갑자기 눈앞이 번쩍하며 빛이 폭발하는 것과 같은 강한 섬광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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