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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선행
언젠가 대금소리를 들으니 너무 멋져서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보아온 터라, 우리 가락을 다른 나라사람에게 들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악기를 배우려 하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우리악기는 연주하는 모습만 보았지,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내 나이에도 될까?'
'대금은 소리내기가 어렵다는데 소리가 안 나면 어쩌지.'

악기를 구입하는 액수도 내게는 큰돈인데 '무용지물이 되면 어쩌나' 등 걱정도 많았지만 드디어 오늘 일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열흘 전쯤 주문한 악기가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제게 국악기를 배울 기회가 되려는지 대금을 전공한 분이 제 주변에 있다는걸 알게 되어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선생님의 한마디 말씀이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메모를 했습니다. 오늘은 악기 다루는 법과 연주 자세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이 소리 내는 법을 시범보인 뒤 해 보라고 하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더라구요. "아휴, 뱃살은 빠지겠네요" 했더니 복식호흡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휘익 휘익-"

입술을 오므리지 말고 웃는 모양으로 하라는데 잘 안됩니다. 인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 급한 성격을 다스리는데도 큰 몫을 하겠네요.

어! 어쩌다 소리가 나는 듯이 들리면 기분이 이상합니다. 보통 소리 내는데 삼 개월 걸린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더 걸릴 거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을 했지만 조급한 마음에 저녁시간을 대금 부느라 보내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처음부터 연습을 너무 많이 하면 금방 싫증이 나니 쉬엄쉬엄하라는 선생님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 잠깐 불었는데도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이 듭니다. 호흡을 길게 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했으니 평소의 호흡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내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애물단지가 될지 아니면 내 소중한 보물이 될지 모르는 대금을 보고 있노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우리의 멋진 가락을 연주하는 내 모습을 꿈 꿔 봅니다.

"제 소원이요? 세계여행을 하며 우리가락을 알리고 싶어요."

겁도 없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제 소원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대금은 다른 악기에 비해 부피가 크지 않아 갖고 다니기에 수월하게 보여 선택을 했는데 모든 악기가 그렇듯 조심스레 다루어야 한다고 합니다.

'사알 살, 조심조심' 어린애기 다루듯 만지며 서툰 손짓으로 구멍을 막아 봅니다. 넓직한 간격 때문에 구멍에 손마디를 짚는 것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는 구멍을 막지 말고 연습을 하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하면 열심히 해 보려는 내 태도를 보아 와서 그런지 웬일로 남편이 아무 소리도 하지 않습니다. 또 시끄럽게 생겼다느니 그 나이에 쓸데없는 일을 시작했다느니 하며 제동을 걸지도 않고 빙긋 웃기만 합니다. 아마 잘 해보라는 뜻 일겁니다.

지금 같아서는 설령 여러 사람 앞에서 연주를 못하더라도 남편에게 들려 줄 정도의 실력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멋스러운 소리가 언제쯤 날까?

소리가 날 때쯤 제 주변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악기소리로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제 자랑 때문에요. 이미 지인들에게 대금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으니, 소리라도 나면 얼마나 요란을 떨지 제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우리민족의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다는 대금을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 줄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몇 년이 걸릴지 아니면 아예 소리를 못 내게 될는지 걱정도 되지만 애물단지가 아닌 제 보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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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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