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세 가지를 말할 때 흔히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는 것이야 작으나마 익숙한 내 방이 있고, 입는 것이야 예전에 사다 놓은 옷들이 있으니 별로 마음가지 않는데, 없는 돈으로 하루 동안 어찌 먹고 살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먹을거리에 신경이 쓰이게 된다.

누구는 생존을 위해서 요리한 음식을 인터넷에 올려, 대박을 터트려 책까지 냈지만, 난 맛내는 재주도 없을뿐더러 사진 잘 찍는 기술도 없으니, 그저 진짜 생존을 위해 음식을 장만하고 먹어야 한다. 싼 가격으로, 몸에 영양도 듬뿍 얻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생각하다 제철 음식에 마음이 닿게 되었다.

한 겨울에도 토마토와 딸기를 먹을 수 있는 이러한 시대에, 제철음식을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한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길러진 수박과 한여름에 뜨거운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수박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몸에 좋겠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여름철에 자란 수박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가 영양학적으론 둘 다 아무런 다른 점이 없다고 한다면 솔직히 나는 할 말이 없다. 또한 다른 이가 비닐하우스와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내가 더 공부를 하게 되면 영양 문제든, 또는 환경 문제든 더 잘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가 제철음식을 힘주어 말하는 건 무엇이든 오로지 자연이 주는 그대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얼마나 중요한가.

물론 나도 예전에는 제철 음식에 거의 관심 없이 살았다. 스스로 말하길 ‘짠순이’ 자취생이라고 했으니, 어디 음식재료에 신경이나 썼겠는가. 100g당 무엇이 더 싼가만 눈을 부라리고 계산해보고, 싼 육가공품, 다시 말해 싼 햄이나, 소시지가 눈에 보이면 얼씨구나, 근데 왜 이렇게 싸지? 하면서도 의심 없이 사다 먹고, 채소라고 해봐야 상추나 사먹을까(물론 그것도 쌀 때만 말이다)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저런 책을 읽다, 이제야 제철음식이 얼마나 좋은가에 눈이 뜨였다고나 해야 할까. 새삼 우리 둘레엔 우리 몸에 좋은 채소와 과일, 생선들이 달마다 산과 들에서, 바다에서 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항상 내 둘레에 있었지만 이제야 나는 제철 음식들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제철이란 말은 자라거나 거두어들이기에 가장 알맞은 때란 뜻이다. 가장 알맞은 때에 자란 채소를 가장 알맞은 때에 거두어들이니 이 어찌 우리 몸에 좋지 않겠는가. 그것도 가장 좋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제철음식을 먹는다는 말은 달마다 그 달의 가장 좋은 음식을 먹는 다는 뜻이다.

▲ 이름이 귀여운 봄동
ⓒ 이갑순

▲ 싱싱한 풀빛의 파래
ⓒ 이갑순

3월

제철 채소 : 달래, 미나리, 냉이, 쑥, 봄동, 씀바귀, 고들빼기
제철 패류 및 해조류 : 삼치, 방어, 바지락, 대합, 꼬막, 파래, 물미역, 톳

4월

제철 채소 : 고사리, 더덕, 두릅, 쑥갓, 취, 쑥, 죽순, 쪽파
제철 어패류 및 해조류 : 갈치, 도미, 조기, 고등어, 바지락, 대합, 꽃게, 파래, 키조개, 주꾸미


이 목록을 그대로 수첩에 옮기고 장을 보러 갔다. 솔직히 달래, 미나리, 냉이, 쑥 등 이러한 채소들을 스스로 사 본적이 없기 때문에 가격은 어느 정도나 하는지, 마트에서도 팔긴 파는 지 알 수 없었다.

팔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트에 들러 채소 파는 곳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솔직히 놀랐다. 뭐, 그런 걸로 놀라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알지도 못 했던 씀바귀니, 봄동이니 하는 채소들이 내 눈 앞에 펼쳐져있는 것이다.

어머님들이야 다 알고 계셨겠지만 1000원짜리 소시지나 사 먹던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장보러 가는데도 딱 아는 만큼만 보인 것이다. 3월 제철 채소를 글로만 알았더라면, 나는 앞으로도 영영 씀바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귀여운 봄동은 대체 뭔지 어찌 알았겠는가.

또한 봄동이 3월 채소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 마트에서 봄동에 눈길이라도 줬겠는가. 제철 기운을 듬뿍 받은 달래도 보이고 쑥도 보이고 싱싱해 보이는 짙은 풀빛의 파래에서 물미역까지 가득가득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내가 유독 집착하는 싼 가격에 말이다.

▲ 4월이 제철인 쪽파
ⓒ 이갑순

봄동 500원, 물미역 500원, 파래 1500원치를 사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4월은 갈치가 제철이라고 한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갈치를 싼 가격에 마음껏 듬뿍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올바른 먹을거리로 내가 건강해지고, 가족이 건강해지고 내 둘레에 사람들이 건강해지고 지구가 건강해지고, 다시 내가 건강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daum.net/ggumdung에도 실려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남아있길...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