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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근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담배는 코카인, LSD, 대마초 등 다른 마약보다 머리의 대뇌피질에 도달하는 시간이 가장 빠른 반면 지속시간은 가장 짧다. 다시 말해 약효는 빠른데 약발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담배는 기타 마약에 비해 자주 먹어줘야 한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다른 마약은 몸에 축적된 100%에서 10%만 부족해도 환각작용이 지속되는 반면, 담배는 90%의 약발이 남아 있어도 'I am still hungry'를 호소하며 항상 100% 충족상태를 원한다.

그래서 하루에 2, 3갑도 태우고 줄담배도 피우는 헤비스모커는 담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이기 보단, 100% 충족상태를 원하는 담배의 니코틴 욕구에 그냥 몸이 따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몸에도 안 좋은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악질 마약인 담배에 중독되었기 때문인가? 그렇다! 흡연자들이 법적으로 허용된 유일한 마약인 담배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 물론 있다. 흡연행위를 자세히 보면, 그건 한숨의 반복이다. 한숨이란, 폐부 깊숙히 숨을 들여마신 후 코와 입을 통해 다시 토해내는 동작으로 가슴이 벌렁거리거나 답답할 때 안정을 취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담배의 흡입배출 과정과 동일하다.

즉, 담배는 한숨과 같은 긴 호흡을 통해 정신적인 안정을 도모한다. 게다가 담배를 태울 때는 뽀얀 연기가 발생하며 시각적 효과가 더해지는 장점도 있다. 또한 담배를 입에 무는 행위는 구순기 때 젖을 빨며 식욕과 쾌락을 충족시키는 과정과도 흡사하다. 이것을 확대해석해 보면 유아기 때 엄마젖을 충분히 빨지 못해 욕구불만인 사람이 성장 후에 담배를 입으로 빨며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 배우근
결국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은 그 시작이 어찌되었든 간에 현재 한숨 쉴 일이 많은 사람이며, 유아기 때 욕구불만인 사람으로 규정된다. 물론 그 속에는 나도 포함된다. 거의 십 년간 피우고 있으니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내가 요즘 담배를 끊었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럼 그 사연을 적나라하게 밝힌다. 얼마전 나는 작은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2주쯤 지난 으슥한 밤이었다. 한 달간 담배는 절대 안 된다는 의사의 공갈성(?) 협박이 있었지만 창문을 열고 반짝이는 도시의 별들을 바라보며, 묵정이처럼 2주간 묵혀둔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보름 정도 지났으니 몸에 별 무리가 없다고 스스로 단정하고 자행한 일이었다.

앞코가 붉게 물든 담배를 가슴 깊이 빨아삼켰다. 어릴 적 처음 피우던 담배맛이 이런 거였던가? 손가락이 파르르~ 떨린다. 이것은 전율인가? 경련인가? 온몸이 격렬하게 반응한다. 짜릿하면서도 어찔한 맛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현관 속에서 질주한다. 이렇게 좋은 걸 그동안 왜! 몰랐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좋은 것일수록 아껴야하는데 그동안 너무 과용했기 때문이다.

ⓒ 배우근
세끼 중 한끼만 거르고 밥을 먹어도 식사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배가 고프면 맨밥에 물을 말아 김치하고만 먹어도 맛있다. 단촐한 식단이지만 배가 고픈 상태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부족함은 즐거움과 기쁨을 담는 그릇이기에 배부른 사람과 과용하는 사람은 행복을 담을 여유가 없다.

어떤 절세미인도 매일 보게되면 그 아름다움에 면역이 생기는 것처럼 그동안 나는 담배를 매일같이 습관적으로 태웠기 때문에 그 맛을 잊어버린 것이다. 음식이 가장 맛있을 때는 산해진미를 먹을 때가 아니라 배가 고플 때 먹는 것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담배를 가장 맛있게 태우기 위해서는 습관적으로 피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온몸으로 전율하며 담배를 사위는 것이다.

ⓒ 배우근
하지만 담배가 백해무익하기에 흡연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담배는 몸에 좋지 않다. 니코틴 뿐만 아니라 몸에 좋지 않은 많은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를 살면서 농약을 안뿌리고 항생제가 안들어간 음식만 먹고살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유기농만 먹는다고 해도 모든 음식을 그렇게 먹을 수는 없고 우리가 마실 수밖에 없는 공기에도 온갖 독성물질에 녹아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오염의 그물에 갇혀서 살아간다.

이왕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독(毒)도 약으로 쓸 때가 있다고 하듯이 담배 또한 마찬가지다. 습관적으로 많이 태우면 안 좋겠지만, 가능한 한 자제했다가 피우고 싶을 때 피면 되지 않을까? 유명한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가끔 먹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맛있는 담배맛을 보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홈페이지 www.seventh-ha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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