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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겉그림입니다.
책의 겉그림입니다. ⓒ 리브로
이를테면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독립시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던 마하트마 간디도, 시내버스 안에서 흑인차별을 보고서 승차 거부 운동을 펼쳤던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넬슨 만델라도,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비폭력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과 1970년대 이후 핵무기에 반대한 시위자들도 그리고 미국에서 자연보호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도 모두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른바 그들은 이름만 대도 금세 알 수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적잖은 영향력을 펼쳤던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자연주의자 같고 세상을 등진 염세주의자 같지만 한 시대를 뒤흔들었던 유명한 사상가들과 혁명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던 그는 누구인가. 그는 다름 아닌 헨리 데이빗 소로우다.

그는 오래 전에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 등을 써서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또 다른 편지글을 써 놓은 게 있다고 알려졌다. 신학자인 해리슨 블레이크와 주고받은 편지가 그것인데 그 편지들을 한데 묶어서 최근에 책으로 엮은 게 나왔다. 바로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류시화 옮김·오래된 미래·2005)가 그것이다.

소로우에게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었고 동물이 인간보다 열등한 종도 아니었다. 자연 속에서 태양의 빛과 열의 혜택은 모두에게 같듯이 사람과 동물은 대지 위에서 평등했다.(92쪽)

우리는 평생 동안 몸에 맞지도 않는, 숙명적인 코트 아래 눌려 숨이 막힐 듯 살아갑니다. 코트를 우리의 직업이나 지위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인간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진정한 모습으로 대하는 일은 얼마나 드문 일입니까? 우리가 얼마나 겉치장에 의존하고 또 그것을 묵인하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105쪽)

어떤 사물이 우리의 시야로부터 가려져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시선이 지나가는 방향에서 어긋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눈과 마음을 그 사물에다 온전히 쏟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을 볼 때 얼마나 멀리 그리고 넓게, 또는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오래 들여다봐야 할지를 모른다.(130쪽)


이 책에는 소로우가 2년 2개월 동안 살았던 월든 숲 생활을 정리하고 콩코드 시내로 내려와 6개월 뒤인 1848년 봄부터 13년 동안이나 블레이크와 주고받은 편지가 들어 있다. 처음 편지를 주고받을 때만 해도 소로우가 31살이었고 블레이크는 32살이었는데 그때로부터 소로우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50통에 달하는 편지를 서로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블레이크가 쓴 편지 한 통과 소로우가 답장으로 쓴 스물일곱 통에 달하는 편지 내용만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이 편지 속에는 자연주의자이자 방랑자, 강연자이자 토지 측량사, 사회비평가이자 실용주의 철학자, 괴짜 예술가이자 다정한 친구, 그리고 진리를 걷는 구도자 등 소로우가 지닌 모든 면들을 엿보는 데 충분하다.

더욱이 이 책은 소로우가 각각 써놓은 편지들 다음에 옮긴이가 덧붙여 놓은 해설도 담겨 있다. 거기에는 소로우가 답장으로 써 놓은 글에 잘 어울리는 시라든지 수필 내용이 각각 담겨 있다. 그것들을 따라 읽어나가면 소로우를 읽기가 한결 쉽다. 또 그 읽어나가는 맛도 무지 쏠쏠하다.

그 편지 가운데는 소로우가 인디언 세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느낌이 참 신선하고 신성했다고 밝힌다. 한번은 소로우가 메인 주로 여행을 갔는데 8킬로미터나 되는 늪지를 걸어가야만 했다. 그런데도 소로우는 지치지 않았는데 그건 인디언 지성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험한 여행길을 다녀와서는 자신이 여태껏 품어 왔던 경계선들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힌다. 이른바 인디언 종족을 향해 금을 긋고 살아왔던 작고 얕은 시야들이 이제 눈을 뜨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 세계가 더 크고 더 진실 되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디언이 살고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버린 땅에서 시작합니다. 인간의 새로운 재능을 알아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며, 우리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우리의 존재를 확장시킵니다. 인디언은 훨씬 더 신성합니다. 인디언은 숲 속에서의 삶을 멋지게 발견해 내며, 백인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을 지켜보는 동안 나의 포용력과 믿음이 커지는 걸 느낍니다. 예전에는 야만적으로 보이던 부분들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162쪽)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류시화 옮김, 오래된미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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