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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망개 잎 향이 밴 '의령망개떡'
독특한 망개 잎 향이 밴 '의령망개떡' ⓒ 성락
시장하기는 마찬가지인 강사의 눈에 '망개떡' 준비 장면이 곧바로 '군침'이라는 생리현상으로 이어진 것. 군침이 가득 고인 상태에서 쉴 새 없이 말을 하다 보니 발음이 불분명해졌던 것이다.

농민들은 강사에게 시선을 집중하면서도 너도나도 '망개떡'을 입 속에 집어넣었다. 한 개를 입 속에 넣어보니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기막힌 맛을 낸다. 망개나무 잎으로 싸여진 떡은 하얀 표면에 기름기가 흐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러운데, 속에 들어있는 팥고물은 은은하면서도 짙은 단맛을 내 질리지 않도록 한다.

강사의 발음이 듣기에 거북할 정도로 자주 샌다. 아무래도 이대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떡으로 인해 시장기가 극에 달했을 강사에 대한 '고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의 접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강사 앞으로 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강사님,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먹고 합시다!"

내 말 한마디에 "와"하는 웃음이 쏟아진다. 잠시 머뭇거린 강사도 "그럴까요?"하며 얼른 떡 한 개를 입에 집어넣었다. 강의가 잠시 중단됐다. 물까지 한 컵 청해 마신 강사는 거의 한 접시를 다 비우고야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언젠가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다섯 시간 강의를 진행한 적은 있는데, 떡을 먹으며 강의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네요.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맛있겠지요?
맛있겠지요? ⓒ 성락
'망개떡'은 의령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물이라고 한다. 맑고 깨끗한 쌀을 주재료로 하고 야산의 망개 잎을 삶아 떡을 포장하기 때문에 특유의 쫄깃쫄깃한 맛과 상큼한 망개 잎의 향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의령최고의 가공 특산품이기도 한 '망개떡'은 보관일수가 짧아 주문에 의해서 생산 판매되는데 그만큼 신선하여 먹을 때까지 본래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독특한 맛이 이웃 일본에도 알려져 제법 많은 양이 수출되고 있기도 하다.

한 시간에 걸친 특강은 '망개떡' 시식을 곁들여 마무리 됐다. 아마 강사에게 떡 시식을 권하지 않았다면 청강하는 농민들과 강사 모두 불편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 맛으로만 먹는 떡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매개로 쓰일 수도 있음을 경험으로 알게 된 기분 좋은 사건이다.

각종 분야에서 다양한 성격의 세미나 등이 열린다. 내용에 따라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기도 하고 또 청강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과 같이 시장기가 도는 시간대에 진행되는 세미나도 자칫 집중력이 떨어져 강사의 맥을 빠지게 할 수 있다.

'망개떡'과 같은 그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한다면 자연스런 홍보와 분위기 전환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떡은 우리나라 사람 누구에게나 익숙한 존재이고, 옛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는 고유의 음식이 아닌가.

처음 경험한 '의령망개떡'의 독특한 맛, 그리고 떡과 함께 한 세미나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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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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