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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너머로 검은 커튼을 쳐놓은 것과 같은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다. 깊은 밤인데다 도로 주위에는 인가도 보이지 않아 밖의 경치는 좀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 경장과 채유정은 북한쪽 사람들의 차에 올라타 심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둘은 뒷좌석에 기대어 앉았지만 긴장이 되어 아무 말 없이 시선을 차창 밖으로 돌리고 있었다.

여태 자신들이 추측한 모든 내용이 사실 그대로 드러난 충격이 여간해서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더구나 이 일에 북한이 개입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힘들게 되었다. 북한 측은 자신들보다 먼저 이 일을 알고 오래 전부터 지켜봤다고 하지 않는가? 그들은 어디까지 이 일에 관여하고 있을까?

지금 차에 함께 있는 이들 뒤에 누군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어떤 상부의 지시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물어볼 순 없었다. 대답해 줄 리도 만무했지만, 민감한 상황을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대한민국의 공무원인 경찰이 아닌가? 조용히 자신의 일만 처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증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김 경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물었다.

"하우스 돌프라는 사람이 어떻게 해서 북한에 오게 되었습니까?"

조수석에 앉은 남자가 룸미러로 뒤를 살피며 대답해주었다.

"그가 독일에 있는 우리 대사관에 직접 찾아 왔었소. 우리 공화국에 입국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이오."

"그의 말을 쉽게 들어줬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군요."

"우린 이전부터 그를 잘 알고 있었소이다."

김 경장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그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하우스 돌프 뿐만 아니라 우리도 조선족들을 통해 만주지방에 피라미드 모양이 있다는 말을 들어왔었습니다. 이곳에서 풍문으로 떠도는 소리였죠. 그 풍문을 쫓아 피라미드를 찾고 있었는데 그 하우스 돌프라는 자가 중국에서 추방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우리도 그와 접촉을 하려고 했었소."

"북측에서 그 피라미드를 찾으려 했던 이유가 있을 게 아닙니까?"

"여긴 예전에 우리 땅이었소. 언젠가 되찾아야할 땅이기도 합죠. 이 부근 대부분의 유적들은 모두 우리 민족과 관계되어 있는 땅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과 마찰을 빚게 될 텐데요. 북한과 중국은 피로 맺었다는 우방이 아닙니까?"

"우리도 그것 때문에 한참 동안 망설여 왔던 게요.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쪽에서 동북공정인가 하는 걸 추진하면서 우리 공화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그게 북한과 무슨 관련이 있다 말이죠?"

김 경장이 그렇게 묻자 북한의 사내가 문득 흥분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공화국이 무너진 것을 가정한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오. 우리가 남조선에 흡수통일 당하면 예전의 만주 땅을 자신의 것으로 주장할 것을 미리 염려하고 있는 것이라 말이오. 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입니까?"

"그렇다면 안 박사님이 숨겨놓은 유물을 그쪽에서도 찾고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이건 북남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린 같은 민족 아닙네까? 우리도 부지런히 찾고 있으니까 그쪽도 분발 하시라요.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가 돕긴 하겠구만요."

김 경장은 무슨 말인가 하려고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민감한 이야기라 선뜻 나서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차는 어느새 심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김 경장이 묵고 있는 호텔 앞에 내려다 주었다.

"채유정씨는 댁까지 저희들이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김 경장은 대답대신 채유정을 건너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분들 차를 타고 갈게요."

김 경장은 차 문을 닫았다. 차는 이내 출발했고, 김 경장은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 늦은 밤이라 호텔 안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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