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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돌프는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안정훈 교수가 있는 서울 대학교를 찾았다. 마침 그는 중국에 고고학 답사를 마치고 막 돌아온 뒤였다. 연구실에는 만주지방에서 찍은 사진을 붙여놓아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전화로 설명한 뒤로 하우스 돌프는 결론부터 물었다.
"이 피라미드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그렇게 물으면서 중국 공안에게 빼앗기지 않고 겨우 남은 한 장의 피라미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안 박사는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 역시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게 분명 무순 지역에서 발견 된 것이라 말이죠?"

"그렇습니다.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5천년전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자 안 박사가 책장에서 사진 한 장을 가져와 보였다. 장군총 사진이었다.
"고구려 시대의 이 장군총과 모양이 거의 흡사하지 않습니까?"

"저도 그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사님을 이렇게 찾아뵌 것입니다."

"5천년 전이라면 고조선 이전의 구리 시대입니다. 고구려도 이 구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뿌리가 맥이 닿아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단군 이전에 구리시대라고 있었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배달(倍達)민족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밝은 겨레의 땅'이라는 뜻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국명은 아닙니다. 분명한 나라이름은 구리라고 합니다."

"구리라구요? 처음 듣는 말입니다."

"구리라고 한 것은 중국 정사인 '25史'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 구리는 단군 조선 바로 이전에 18명의 통치자에 의하여 1565년 간, 동아시아 최강국으로 존재해 왔었죠."

"18명의 왕이라…… 그렇다면 그 피라미드들이 모두 그 왕들의 묘가 아닐까요?"

안 박사가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런 피라미드가 몇 개나 있다는 말이죠?"

"족히 서른 개는 넘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구리의 왕뿐만 아니라 왕족들의 묘일 가능성도 많습니다."

"이 묘를 발굴하면 엄청난 유물들이 쏟아 나올 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아직 구리 시대의 유물은 극히 일부만 출토되고 있어요. 그 시대를 구분하기 또한 어려운 상황이죠. 하지만 이 피라미드를 발굴한다면 엄청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측에서는 여기에 출입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요. 삼엄한 경비를 쓰고 있다 하더군요."



"그래서 피라미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군요. 저는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입국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멀리서 절 찾아오신 이유가……."

"박사님께서 그 피라미드의 정체를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시니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안 박사는 한 손으로 턱을 고이고는 잠시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중국 공안의 감시가 심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매우 힘든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맡아주실 분은 박사님 밖에 없습니다."

안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그 피라미드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형형한 빛이 일고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굳게 다문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알았습니다. 이곳을 제가 발굴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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