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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6일 한 초등학교 교문에 걸린 현수막
2005년 3월 6일 한 초등학교 교문에 걸린 현수막 ⓒ 김환희
2005년 3월 6일 학교 운동장에 쌓인 눈
2005년 3월 6일 학교 운동장에 쌓인 눈 ⓒ 김환희
3월 초. 개학을 하자마자 온 교정이 흰 눈 속에 갇혀 버렸다. 그런데 아이들의 마음은 활짝 열렸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아침 출근길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 퍼붓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기상 특보 발령과 동시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폭설로 인한 임시휴교령이 내려졌다.

지난 4일 수업 시작 8시 20분, 교실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난로 옆에서 몸을 녹이며 학교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임시 부장회의가 소집되었고 선생님들은 회의 결과를 주시하면서 교무실 창가에서 내리는 눈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회의 결과 원거리 학생들만 일찍 귀가 조치하는 것으로 되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오전 수업만 하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결정되었다. 선생님 중 몇 명은 결과에 불만족스러운 듯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기상 관측 이래, 3월 초 영동지방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폭설로 인한 피해가 걱정은 되었지만 시끄러운 정국(政局)을 생각하니 잠시나마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지기도 하였다. 부정과 비리로 오염된 이 세상이 깨끗한 하얀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2005년 3월 5일 학교 교정에서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
2005년 3월 5일 학교 교정에서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 ⓒ 김환희
2005년 3월 6일 눈보라
2005년 3월 6일 눈보라 ⓒ 김환희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와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눈썰매를 타며 동심의 세계에 빠지기도 했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 얼굴을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일년 365일, 매일 아이들 마음이 오늘 같기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4교시가 끝난 뒤,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눈싸움을 했다. 나에게 눈을 던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옛날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려졌다. 내심 즐거워하는 저 아이들 얼굴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두번 다시 드리워지지 말기를 바랐다.

덧붙이는 글 | 김환희 기자는 강원도 강릉의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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