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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곤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기곤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정종인
도예가 기곤(38)씨는 내장산 한적한 골짜기에서 '솔티도예' 공방을 운영하며 청자와 백자를 구워내던 옛 도공들의 전설을 재현하고 있다. 어느 날 너무 신기하고, 작업에 열중하는 도공의 모습에 반해 도예가의 길에 들어선 기곤씨의 물레는 역사의 숨결을 잇기 위해 오늘도 멈추지 않고 있다.

"생활 속에 살아 숨쉬는 예술인이 되고 싶다"

작업실 입구에선 기곤씨.
작업실 입구에선 기곤씨. ⓒ 정종인
내장산 방면으로 빠져들면 내장저수지를 지나 다시 내장산 IC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행정구역상 전북 정읍시 쌍암동, 동네 이름으론 '솔티'라는 자그마한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왼편 내장산 자락에 버티고 있는 한 가든 뒤에 숨어 있는 도예공방, 뒤편에는 큼지막한 덩치로 서래봉이 버티고 있어 산 중턱은 아니지만 한겨울에도 훈훈한 입김이 감돌고 있는 곳이다.

쪽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방의 주인공 기곤씨가 장발에 흰 고무신을 신고 순진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한다. 30여평 남짓한 공방에는 갖가지 작품들이 늘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따뜻한 입김이 생겨난다.

입구에 솔티공예라는 나무목간판이 보인다.
입구에 솔티공예라는 나무목간판이 보인다. ⓒ 정종인

흙 속에서 찾은 나의 존재가치

기곤씨가 솔티에 입성한 지는 벌써 7년. 군산대 미술대를 졸업하고 학창시절 갈고 닦은 실력을 뒤로 하고 잠시 외도(?)했던 적도 있었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상경하여 2년여 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자기의 갈 길은 다른 곳에 있구나 하고 직감했었다고 회상하고 있다.

솔티에 들어 온 지 3년간 총각 생활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세월이었다. 공방에 처박혀 있으면 세월 가는지 모르게 밤샘하기 일쑤였고 자기의 존재가치를 오직 흙 속에서 찾기에 이르렀다.

"그냥 작업하는 그 순간이 좋아 지금껏 이 짓을 하고 있고 막걸리 한잔이면 생기가 돌던 적이 있었죠"라는 기씨는 이제 가정을 꾸린 지도 4년째, 네 살 난 아들 규민이만 보면 더욱 힘이 솟는다며 상기돼 있다.

3년간 칩거(?)생활을 하면서 운명적 만남으로 백년해로를 약속한 아내 안시윤(38)씨 덕에 이제는 더욱 안정된 작품 활동에 매진하게 됐다.

기씨는 "총각시절 전기밥통에 한번 밥을 하면 일주일간 식량으로 사용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고충을 덜게 돼 좋고, 생애 최고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니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아내 안씨를 치켜세웠다.

'솔티도예공방'은 그리 큰 공방은 아니지만 정읍에서 알만한 사람은 아는 곳으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들이 체험학습장으로도 이용하는 곳이다. 또 주부들 대상으로도 도기 학습을 하고 있어 지역사회의 문화 숨결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사정' 활동 작품에 많은 도움

도자기를 이용한 조명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도자기를 이용한 조명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 정종인
이밖에도 기씨가 몸담고 있는 '문화를 사랑하는 정읍사람들(문사정)' 회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으로 조각, 서예, 예술, 음악 각 분야의 회원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사정' 활동에서는 '샘골에 흐르는 달'이란 문화 전시행사를 4년째하고 있어 지역민들에게 예술의 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열심히 하다보면 세상에 많이 알려져 수익창출면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겠죠"라는 기씨는 "욕심을 갖고 흙을 만지면 가마에서는 깨진 그릇이 나온다"면서 이미 그런 면에서는 초월한 진솔한 예술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보니 실력도 많이 배양해 학교 강단에서도 가끔 서게 되고 이로 인해 더욱 내실을 기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자랑했다.

공식적인 대회나 공모전에 신경 안 쓰고 자기 작품 창작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기씨는 2003년 전북공예품경진대회에서 '휴대용 다기' 작품으로 대상을 타기도 했다.

이밖에 전국공예품대전에서 장려상,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그 외 다수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는, 숨은 실력으로도 내로라할만한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

내년 초쯤 개인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는 기씨는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면서 인터뷰 시간까지 아까워했다.

고려청자 도요지인 유천리 인근 부안 하서면 태생인 기씨의 아버지는 10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내년 환갑을 맞는 어머니가 고향에 홀로 계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4남 1녀 중 맏아들인 기씨는 "동생들이 스스로 할 일을 다하고 있어 홀가분하다"면서 동생들에게 고마워했다.

생활 속 예술, 예술이란 장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기씨는 '예술가는 이래야 된다'는 틀에 박힌 말을 부정하면서 "앞으로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속 도인으로 알려지고 싶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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