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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4일 밤 11시 5분]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회원 7명이 제기한 '나고야 미쯔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일본 법원이 기각했다.

나고야 지방법원은 24일 오후 선고 공판을 열고 광주유족회 양금덕(75) 할머니 등이 "미쯔비시 군수공장에서 강제노동을 당했다"며 일본정부와 미쯔비시사를 상대로 제기한 2억4000만엔 상당의 손해배상과 사죄요구 소송에 대해 "청구권이 없다"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한일청구권협정이 또 다시 일제하 강제노동 등에 대한 소송의 걸돌림로 작용한 것이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광주유족회 한 회원은 "이번 소송은 승소할 것으로 기대했는데…"라며 "우리 한국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를 질타했다.

법원, 한일협정 근거로 "개인 청구권 없다" 기각

배상을 요구한 이들은 "'일본에 가면 여학교에서 공부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거짓말에 속아 300여명이 당시 일본 군수회사인 나고야 미쯔비시사 공장에서 강제노동을 당했다"며 "그러나 미쯔비시사는 급료도 지급하지 않아 패전 이후에도 무일푼으로 귀향해야 했다"며 배상과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또 "귀국 이후에는 종군위안부와 똑같이 봐서 일본에 갔다왔다는 것 만으로도 혼담이 깨지는 등 정신적 피해를 받아왔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소송에서 강제노동, 노임 미지급 등에 대한 피해사실 확인도 요청했다.

원고측 우치카와 요시가즈(66) 변호사에 따르면, 나고야 지방법원은 "1965년 서명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재산과 권리 등에 관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면서 "한국인은 일본에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국가배상법(47년) 시행이전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지지않는다"고, 미쯔비시사는 "과거 미쯔비시사와 지금의 회사는 별도의 회사"라고 주장하며 기각을 요청했다.

우치카와 요시가즈씨는 이날 판결에 대해 "25일 일본 정부와 미쯔비시 본사를 방문해 교섭을 벌인 다음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원고중에 소송을 하겠다는 원고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원고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나고야 법원의 판결에 대해 광주유족회 노정(64) 할머니는 "이번에는 승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라며 "그 어린 것(44년 당시 13세에서 15세 소녀)들을 데려다가 돈도 제대로 주지않으면서 강제로 일을 시켜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데 참으로 서럽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협정 때문에 재판마다 기각당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이 못난 정부를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일본 정부 등과 25일 교섭 후 항소여부 결정"

일제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 이희자 대표는 "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해도 여전히 강제노동을 시킨 기업의 책임은 남아 있다"면서 "일본 법원이 강제노동과 노임미지급 등 기업 책임까지 한일협정을 핑계로 삼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희자 대표는 "강제동원, 징용자 문제 등은 재협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치카와 요시가즈(66) 변호사는 "강제노동과 패전 이후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일본정부와 미쯔비시사의 불법성 유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회장은 출국 전 "배상을 제기한 이후 20여 차례가 넘는 공동변론과 심문 과정에서 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많은 증언을 했다"면서 "우리는 이번 선고공판에서 승소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일본 법원의 형식적 논리에 분개"
[인터뷰] 원고측 담당 변호사

- 나고야 법원의 판결요지는.
"원고들의 경험과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사구마 재판장은 판결 이유에서 1965년에 서명된 일한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협정의 취지로부터 ) 한국인은 일본에 대해서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고 이해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쯔비시 중공업의 불법 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의 주장은 이 문제가 전쟁 중 피해로써 강제 또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서 12살∼13살 아이들이 강제노동을 하고 노임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후에도 한국에서는 ‘근로정신대’가 ‘종군위안부’와 동일시되어 정신적 차별을 당했다. 그래서 이러한 정신적 피해가 전후에도 계속되었다는 것을 주장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법률적인 시효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한일협정으로 다 끝났다는 것이다. 원고들의 고통은 한일협정이라는 장벽에 의해 차단되어 버렸다. 한일협정이 이러한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한일협정이 정치적으로 맺어진 것인데 법원이 법률적, 형식적 논리로 이러한 판결을 내린데 대해 분개하고 있다. 문제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본과 한국이 연대해서 시민들이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 강제노동과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피해사실 확인을 요청했는데 법원이 이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원고들은 속았거나 강제로 연행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과정에서 '강제노동’‘강제연행’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따라서 피해에 대한 인정이 약하다. 피해에 대해서 ‘평가’를 안하고 있다."

- 항소 계획은.
"25일 일본 정부와 미쯔비시 본사를 방문해 교섭을 벌인 이후에 항소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원고 중에 '소송을 하겠다'는 원고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원고가 있다."

- 일본 법원이 기각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법원은 인권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부모곁에 있어야 할 12살정도의 아이가 낯선 이국땅인 일본에 끌려 와서 강제노동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식이다. 원고들의 피해에 대해서 사실인지 의논조차 않고 있다." / 주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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