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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겉그림 ⓒ 시공주니어
전설의 고향의 백발 귀신, 소복 귀신, 그리고 그 때 벽을 뚫고 콩콩 뛰어다니던 허연 얼굴의 강시까지 '어둠과 귀신과의 밀접한 상상력'은 잠자리의 나를 무척 괴롭게 했다.

그래서 제사 때면 밥을 조금 덜어 물에 섞은 것이 용감해지는데 효능이 있다 하여 일년에 몇 번은 꼭 그 물을 먹었건만 말짱 도로묵이었다. 그런 내가 대학에 와 홀로 자취를 하면서 이제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무서운 생각이 들 때가 생기고는 한다. 우울한 기분에 혼자 있게 되면 어릴 적 잠에 대한 공포가 다시 살아 나는 것이다.

최근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으로 영화배우가 자살한 사건은 왠지 완전히 남의 일같지 않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우울증을 겪는다. 누구나 불면증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나 또한 우울증을 느낄 때가 거의 분기별로 생기지만 그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줄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을 군데군데 찾아내고는 한다. 그것은 결코 크지 않으며 어쩌면 남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작은 것에서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여기,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인한 고민에 휩싸여 강력히 단잠자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있다. 미하엘 엔데의 <꿈을 먹는 요정>이다. 동화적 상상력의 꿈만 같은 나라, '단잠 나라'. 단잠 나라 사람들은 잠을 잘 자는 사람은 마음도 따뜻하고 정신도 맑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잠나라에서는 잠을 가장 잘 자는 사람을 왕으로 뽑는다.

이 나라 왕과 왕비에게는 '단꿈'공주가 있었는데, 단꿈 공주는 매일 밤 아주 무서운 악몽을 꾸어 잠을 자기 싫어 했다. 단잠나라 공주가 악몽을 꾼다는 사실에 왕과 왕비는 점점 근심에 휩싸인다. 단꿈 공주는 얼굴 빛이 점점 창백해지고 몸도 야위워 갔다.

단잠 나라 의사와 학자들을 부르고 갖가지 약도 써보고, 농부와 어부에게 물어도 보고 벽보도 붙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왕은 직접 방법을 찾아 오겠다며 여행길에 오른다. 왕은 길가는 기관사, 소방수, 학교 선생님, 공장 직원, 채소장사에게도 물어보고 카우보이, 에스키모, 흑인 소년과 중국 노인에게도 물어봤지만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몹시 지친 단잠나라 왕은 결국 여행기리에 길을 잃어 버리고 만다. 주위는 넓고 거친 들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눈에 덮힌 금작화가 으스스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사방에 퍼져 있었지만 왕은 몸과 마음이 하도 지쳐서 무서운 것도 느끼지 못햇다. 그 때 왕 앞에 나타난 요정이 있었으니 이 요정이 바로 꿈을 먹는 요정이었다. 요정은 조그맣고 빼빼 마른 몸뚱이에 자그마한 달빛같은 얼굴에 머리는 마치 고슴도치와 같았다.

꿈을 먹는 요정은 왕에게 펜에 잉크를 찍어 종이 위에 후다닥 주문을 써 준다.

꿈을 먹는 요정아, 꿈을 먹는 요정아!
뿔로 된 작은 칼을 들고 나에게 오렴!
유리로 된 작은 포크를 들고 나에게 오렴!
작은 입을 있는 대로 벌려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몽을 얼른 먹어치우렴!
하지만 아름다운 꿈, 좋은 꿈은 내가 꾸게 놔두고!
꿈을 먹는 요정아, 꿈을 먹는 요정아!
내가 너를 초대할게!


그리고는 요정은 왕을 태워서 단잠나라에 데려다 주었다.

걱정 말고 잘 자! 내가 악몽을 꾸지 않게 잘 지켜 줄테니까. 그리고 초대해 줘서 정말 고마워!

꿈을 먹는 요정은 단꿈 공주를 돌봐주었고 단꿈 공주는 그 뒤로 뺨도 점점 통통해지고 발그스레한 빛을 되찾았다.

단잠 나라 왕은 꿈을 먹는 요정을 초대할 수 있는 주문과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함께 적어서 책으로 만들게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꿈을 먹는 요정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초대할 수 있게 말이에요. 그래서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답니다.

나쁜 꿈을 잡아먹는 고슴도치 요정, '다 잘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긍정적인 마음이 고슴도치 요정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선미기자는 춘천시민광장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지역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꿈을 먹는 요정

안네게르트 푹스후버 그림, 미하엘 엔데 글,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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