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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태욱
지난 17일 밤 대구 지하철 중앙로 역 앞.

2년 전 192명의 지하철참사 희생자들을 생명의 별빛으로 모아 놓은 자리에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그는 192개의 촛불 하나하나에 불을 밝히며 밤을 새겠다고 했습니다.

오종태씨가 192개의 촛불 하나하나에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오종태씨가 192개의 촛불 하나하나에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 우태욱
자신을 오종태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희생자의 가족이 아닌 친구였습니다. 작년 1주기 추모식 즈음에도 그는 이곳에 있었습니다. 하늘로 먼저 올라간 친구를 생각하며 중앙로 역 한구석에서 온종일 촛불 하나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가 아니더라도 생명의 별밭은 이날 아침부터 빛났습니다. 출근길 중앙로 역을 지나는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나 둘 밝혀 준 것입니다. 바람 불어 꺼지고 양초가 닳아 꺼지기를 수차례. 하지만 시민들 손에서 손으로 별밭은 환하게 빛날 수 있었습니다. 2년 전 참사와 달리 생명을 잃지 않은 것입니다.

밤은 깊었지만 하늘엔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행인들도 하나 둘 지하철 역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자정을 10분 남기고 지하철 막차를 알리는 방송이 역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이제 오씨가 별밭지기로 나섰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는 오씨의 친구. 이 녀석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서 따뜻할 거라며 불꺼진 초들을 살피며 불을 댕겼습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말했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비를 내리려 하네"

오씨의 말대로 18일 온종일 비가 뿌렸습니다.

다 타버린 양초를 칼로 긁어내고 있는 오씨.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다 타버린 양초를 칼로 긁어내고 있는 오씨. 하늘이 잔뜩 흐려있다. ⓒ 우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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