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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안암을 앓고 있는 평준이와 은정이
ⓒ 희망방송
오는 2월 24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는 ‘소아안암 어린이돕기 콘서트’가 열린다. 올해로 7주년을 맞이하는 시각장애인 통신언론단체 성음회가 주최하고 인터넷 희망방송이 후원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안치환, 자전거 탄 풍경, 손현희 등 인기 가수와 시각장애인 음악인 CCM 가수 하경혜 , 피아니스트 김예지, 국악인 이미정 등이 출연한다.

성음회는 1998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하상장애인복지관 등 전국의 유관기관과 맹학교 동문회 등 8개 단체가 모여 만든 통신 언론 단체. 99년에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선교회가 운영하는 종달새 전화도서관으로 이전, 현재 40여개 기관이 90여 채널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각종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1일 이용자수는 약 1만명. 초창기 3분이었던 전화 사서함 이용 가능 시간은 현재 25분으로 늘어났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습득력 향상 및 나눔의 장을 마련한다는 목적 아래, 성음회는 그 동안 안암환자 돕기, 수재민 모금운동, 체험활동 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 왔다. 그러나 15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박민아(여, 5세)_양쪽 눈 모두 적출한 5살 민아는 장기적인 MRI 치료가 필요하다.
ⓒ 희망방송
소아안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이번 콘서트의 수익금 전액은 어린이 세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신생아 때부터 병원을 다니고 있는 6살 평준이는 현재 한쪽 눈을 적출한 상태로 항암 치료중이다. 양쪽 눈을 적출한 5살 민아는 장기적인 MRI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상태가 가장 심각한 은정(6)이는 한쪽 눈 적출 상태로 목까지 전이된 상태. 오는 3월 수술을 앞두고 있다.

주로 2~3세 미만의 유아나 소아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 소아안암은 초기 발견이 어려워, 암세포가 자란 상태에서 발견하기 때문에 대부분 눈을 들어내는 적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조기 치료가 안될 경우, 귀와 목으로 전이되어 생명을 잃기도 한다. 수술 후에도 일년여 동안 지속적인 약물과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암은 빠른 진단과 치료만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생명을 구하는 확률이 어떤 암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장애인은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운동’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희망이니까요. 콘서트는 일차적으로 소아안암환자를 위한 것이지만,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안암을 알리는 계기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나눔의 장을 마련한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구요.”

2001년 11월부터 2년간 성음회 2대 회장을 지낸 양남규 고문의 설명이다. 이날 공연 티켓은 전석 1만원으로 당일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주머니 털어 마련한 콘서트, 밝은 빛 될까요
인터뷰- 시각장애인 전화사서함 ‘성음회’ 이광형 회장, 양남규 고문

▲ 소아안암어린이돕기 자선콘서트를 마련하는 성음회 이광형 회장(왼쪽)과 양남규 고문(오른쪽).
ⓒ양남규

이번 콘서트를 준비하는 데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노력이 들어갔다. 그 중에서도 양남규 성음회 고문과 이광형 회장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콘서트를 준비했다. 양남규 고문과 이광형 회장을 양 고문의 자택에서 만났다.

방송 준비에 두시간 반 걸려- 양남규 고문

양남규 고문은 인터넷 희망방송 ‘양남규의 CCM 천국’ 진행자이자 찬양사역자로 활동 중이다. 양 고문은 96년 4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목포 은광학교 동문회 전화사서함을 맡고 있다.

서울에서는 774-5500번, 서울 외 지역에서는 060-704-5500번으로 전국 어디서나 시내전화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종달새 전화도서관의 사서함 서비스는 5번. 5번을 누르고 각 사서함 번호를 누르면 된다. 3000번을 누르면 “...여기는 목포 은광학교 총동문회에서 보내드리는 전화사서함 3000번 뉴스텔레폰입니다”라는 양 고문의 쾌활한 음성과 소식들을 들을 수 있다. 장애인 명의 등록 전화의 경우 50% 할인된다.

“준비하려면 하루에 못해도 최소한 2시간 반 이상씩은 걸려요. 저는 또 욕심이 많아서, 다양한 소식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 모든 뉴스를 다 뒤져요. 제대로 전달하려면 전부 내 걸로 소화해야 하니까, 점자 타자기로 사서함 원고를 10장 이상씩 쓰기도 합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무보수 일이니까 소명 의식 없이는 힘들죠. 제일 힘들었던 게, 사서 고생한다고 속상해 하는 안사람 설득하는 거였는데,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됐어요.”

주머니 털어 마련하는 콘서트, 잘 됐으면- 이광형 회장

2003년 3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광형 회장은 인천 혜광학교 동문회 전화사서함 담당자로 97년 5월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다. 안마가 업인 그는 매일 자정에 녹음을 시작한다.

“작년 9월부터 음악회 준비를 해왔어요. 양 고문이랑 참 많이도 돌아다녔는데, 장소 섭외부터 참 쉽지가 않았어요. 가로막고 있는 규칙, 법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한번은 비가 엄청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오목교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2만원도 넘게 어디 구민회관을 찾아가는데, 차도 엄청 막히더라구요. 근데 허탕 쳤어요. 참 어디라고 말은 못하겠는데….(웃음)”

“취지는 좋다고 다들 그러시면서도 모금운동이라면 도와줄 수도 있을 텐데, 기업들도 운영 방식이 많이 바뀌어서 후원은 또 다르다고 그러고. 예산도 없이, 거의 주머니 털어 마련하는 음악회입니다. 티켓이 1월 8일에 나왔거든요. 양복 주머니에 표 넣어 갖고 다니면서 파는 게 제 일입니다.

콘서트 티켓 팔러 다니는 마음이요… 아이들 막상 만나보고 나서는 또 다르더라구요. 애들도 부모님들도 힘든 가운데서도 그렇게 사람들이 밝고 착할 수가 없어요. 1500장 중에 이제 300장만 팔면 됩니다. 누군가는 희생을 해야 이루어지는 일이고, 그 희생을 통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들이 빛을 찾고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 우리처럼 뛰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시각장애인계가, 나아가서 우리 사회가 더 살 만해지는 거 아니겠어요?”

시각장애인 위한 전화사서함 서비스 늘어났으면

2001년 기록에 의하면 우리 나라 등록 시각장애인의 수는 약 22만명, 그중 교육을 받고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각장애인의 수는 약 2만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문명의 혜택’이라고 해도,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정보통신혁명과 그로 인한 혜택에선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에게 전화사서함 담당자들은 각 기관이나 학교 동문회의 대변인이자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전달하는 언론인이다. 또 그들은 시각장애인 관련 각종 사업과 행사의 홍보대리인일 뿐만 아니라 경조사란 경조사는 다 쫓아다니며 챙겨야 한다.

“사서함의 경우 KT에서 전화요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시각장애인에게 원활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방송요원들이 뛰어다니며 취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뉴스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면 좋겠지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좀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게 전화사서함을 만드는 게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

양남규 고문은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우리가 어렵다고 한숨 쉬기보다 우리가 가진 건강, 이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많이들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모든 일은 하나부터 시작하지요. 미약하더라도 한데 모이면 힘이 되는 거니까요.” / 이소연 기자

덧붙이는 글 | 일      시 : 2005년 2월 24일 목요일 오후 6시 30분 
장      소 : 건국대학교 새천년 기념관 
출      연 : 안치환, 자전거 탄 풍경, 손현희 등 인기가수와 시각장애인 음악인 하경혜(CCM 가수), 김예지(피아니스트), 이미정(국악인) 
티      켓 : 전석 1만원(당일 현장에서 구매 가능)
공연문의 :  011-738-8877 성음회 이광형 회장

희망방송  http://www.hm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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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기 기자만들기 과제 수행을 위해 가입함. 일기체, 수필체로 할 수 있는 잡다한 이야기. 주관심사는 사람과 문화. 근성이나 사명감은 거의 맹물 수준. 훈련을 통해 오마이뉴스의 다양성과 열린 진보 사회를 위한 실뿌리로서 역할을 다하며 의미있게 살다죽길 희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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