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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르는 메일은 그대로 삭제하세요

언제부터인지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를 켜고 간밤에 들어온 메일함과 쪽지함을 열어보는 게 그날 첫 일과가 됐다. 오늘은 받은 편지함에 4통의 메일, 받은 쪽지함에는 1통이 도착해 있었다. 받은 편지함의 2통은 평소 서로 메일을 주고받는 분의 것이지만, 2통은 스팸 메일이었다.

스팸 차단을 했건만 용케도 그 차단 벽을 뚫은 불청객 메일을 요즘은 보는 즉시 삭제 처리한다. 인터넷을 잘 모르던 시절에 괜한 호기심으로 그 스팸을 열어보다가 얼굴을 붉히며 삭제했건만 그놈이 심술을 부려서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는지 그것을 퇴치하느라고 아주 혼났다.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그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없어서 아들에게 구원을 청하였다.

“아버지, 모르는 메일은 열지마시고 그대로 삭제하세요.”

한 중소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컴퓨터를 손봐주면서 아비에게 충고했다. 그 말을 듣고는 아비의 체신을 잃은 것 같아서 몹시 부끄러웠다.

▲ 내 집에서 바라본 동쪽 마을 설경. 요즘 글밭 가는 일에 바빠서 그만 눈내리는 장면을 놓쳤다. 그 새 눈이 녹아서 그동안 메마른 개울에는 시냇물이 조르르 내리고 있다
ⓒ 박도
첫 번째 메일은 미주 동포로부터 왔다.

눈님이 그곳도 오고 있나요?

선생님, 사시는 마을에 가물어 어렵다고 하셨는데, 눈님이 그곳도 오고 있나요? 눈 내리는 산골풍경 너무도 아름답겠습니다.


나의 지난 1월 28일자 <천지신명에게 빌고 싶은 마음>과 2월 11일자 <이 추운 겨울에 갑자기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면>이라는 기사를 보고서, 산골 가뭄에 안타까워하며 보낸 정겨운 메일이었다.

필자가 실제로 해외에 가서 보니까 인터넷신문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많이 열독하고 있었다. 워싱턴의 한 동포는 일어나자마자 인터넷신문으로 고국의 소식을 확인한 뒤, 그날 일과를 시작한다고 했는데 그 분만이 아니라, 그렇게 사시는 분이 숱하게 많다고 했다.

사실 국내는 하루 종일 뉴스를 전하는 TV도, 거리마다 사무실마다 널브러진 종이신문에서 뉴스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지만, 국내보다 아무래도 매체가 제한된 해외에서는 고국의 인터넷신문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보도 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해외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해외 동포들은 국내에 있을 때보다 고국소식에 더 관심이 많아진다고 했다.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후 해외 동포로부터 많은 댓글과 쪽지와 메일을 받았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 독일 스웨덴 카자흐스탄 일본 … 등 해외 동포가 있는 곳에서는 거의 댓글이나 메일을 받았다.

미국에 사는 동포가 들려준 일화다. 인터넷뉴스를 보니 고국에 곧 태풍이 온다고 하여 부산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딸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잠자다가 전화를 받고는 곧장 대피하여 재난을 면했다고 한다.

또 다른 동포는 사위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고 목소리가 감기가 든 것을 감지하고는 딸에게 넌지시 메일로 너의 서방 감기든 것 같다고 처방전까지 보내자, 뒷날 사위로부터 ‘귀신같은 신세대 장모’로 칭송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옛날 사람이 무덤에서 깨어나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 정말 “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아마도 금세 졸도할 게다. 이제 우리는 어쩔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온라인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삶을 멀리하면 그만큼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 내 집에서 바라본 남쪽 마을 설경
ⓒ 박도
어느 애독자의 메일

또 하나 메일은 대전의 한 독자로부터 온 것이다.

반가움

선생님의 김홍걸씨 기사에 의견들이 칭찬이 있는가하면,
선생님의 마음을 언짢게 하는 글들을
제 멋대로 올려서 선생님께서 많이 속상해 하셨지요.

글도 못쓰시고 마음 아파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오늘 81회 "종소리 그친 모교에서 물레 돌리다"라는
선생님의 글 어느 때보다도 반가웠어요.
잘하셨어요.

힘내세요.
얼굴이 안 보인다고 막 쓰는 그네들의 댓글
못 본 척하세요.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질 거예요.
언제나 선생님의 좋은 글 기다리면서
안녕히 계세요.


지난 해 <안흥 산골에서 띄우는 편지>를 연재한 뒤부터 독후감을 자주 메일로 보내주신 분이다. 대단히 예리하게 내 기사에 평을 해주시고, 때로는 음악메일이나 포토메일로 즐겁게 해 주신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쉽게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독자의 즉각적인 반응 때문일 것이다. 오프라인인 종이에 글을 쓰면 그 반응이 무척 늦고 영원히 그 반응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온라인 상의 글은 시시각각 변하는 조회수도 알 수 있고,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금세 알 수 있다. 물론 냄비처럼 금세 달았다가 후딱 식는 폐단도 있지만, 글 쓰는 이의 의도를 아주 적확히 꿰뚫는 명쾌한 네티즌의 댓글은 컴퓨터 화면을 쉬이 끌 수 없게 한다.

배우가 관객이 없는 무대에서는 신명이 안 나고, 가수가 관중의 박수가 없으면 더 이상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요즘 학교 선생님들은 매우 힘들다고 하소연하신다. 그 까닭은 수업시간 잠자는 학생이나 딴 짓하는 학생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분 가운데도 "잠자는 학생들에게 더 이상 자장가를 부를 수 없다"고 교단을 떠난 분이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없는 수업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생님의 수업내용이 이미 학원에서, 교육방송이나 과외에서 배운 것이기에 신선미가 없기에 그렇다.

수업시간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면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려도 꼼짝 않는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은 신이 나게 마련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이도 이와 같기 때문에 시민기자들은 밤잠을 설치며 글을 쓴다.

▲ 횡성군 서원면 금대리의 폐교가 된 유현초등학교 금대분교(지난 해 가을)
ⓒ 박도
시골을 되살리는 일에 이바지하고 싶다

쪽지함으로 온 메일은 한 방송국 제작팀장이 보내주셨다.

항상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안흥 산골에도 눈이 많이 내렸는지요. 치악산 자락에 둘러싸인 안흥은 설국(雪國)이 되었겠지요. 일전 백혈병 장지연 어린이는 2회에 걸쳐 방송했습니다. 이번 소식(종소리 그친…)도 방송 소재로 염두에 두겠습니다. 다음 주 또 추워진다고 합니다. 건강 유의하십시오.


필자가 도시에 살다가 막상 시골로 내려와서 살아보니까 생각보다 시골이 피폐되었다. 폐가가 된 집들이, 폐교가 된 초등학교 건물들을 숱하게 보면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피폐해진 시골을 되살리면 교육문제도 도시집중 문제도 수도권 인구과밀화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모두 떠나다시피 황폐화된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들을 볼 때, 마치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이처럼 거룩해 보였다. 실제로 그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면 그렇게 순수하고 순박할 수 없었다. 그들은 시골에 사는 못난이가 아니라 부모를, 고향을, 흙을, 자연을 사랑하는 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따금 이런 피폐해진 시골 문제와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쓴다. 이런 내 글에 공감해 주고 같이 발맞춰 주는 방송국 제작팀장이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이 일에 징검다리를 받치는 한 돌멩이가 되는 걸 내 남은 삶의 보람으로 여기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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