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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미아리의 점집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흔히 뭔가를 잘 알아 맞추는 사람에게 ‘미아리에 자리 깔아도 되겠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 자의든 타의든 재미 삼아 토정비결 한 두 번은 보게 되고, 지하철을 타면 스포츠신문 한 구석에 있는 오늘의 운세에 눈길이 간다. 태어날 아기에게 좋은 사주를 주기 위해 날을 받아 제왕절개를 하는 것은 예삿일이고 운명을 바꾸기 위해 손금 성형을 한다는 기사를 봐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그 만큼 점, 운세라는 것은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옆집 바둑이처럼 인간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전통 아닌 전통 - 미아리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 입구역에서 7번 출구로 나와 의정부 방향으로 가다 보면 고갯길 양쪽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철학원이나 수선화, 백일홍 같은 꽃 이름을 건 미아리 점성촌(성북구 돈암동)을 만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미아리는 ‘점’의 대명사가 되어 전통 아닌 전통처럼 굳어버렸지만 점성촌(占星村)이 들어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점성촌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 의하면 점성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 점술가 이도병(李濤柄)씨가 정착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전통적인 점집이라고 하면 소위 무당이라고 하는 무속인(巫俗人)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미아리 점집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이들은 자신이 주거하는 일반 가정집에서 점을 보며, 상당두 시각장애인들이라고 한다. 때문에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을 알기 위해 대문에 종을 달아놓은 경우가 많다.

한번은 대문에 발을 들여놓자 ‘어서 오십시오’ 라는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놀라 반사적으로 발을 뺐는데 다시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소리가, 다시 발을 내 딛자 ‘어서 오십시오’ 라는 소리가 들려 한 발은 대문안에, 한 발은 대문 밖에, 발을 빼지도 어쩌지도 못하는, 마치 대문을 걸터앉은 듯한 어정쩡한 자세가 나와 필자를 당황케 했던 집도 있었다. 대문에 부착된 센서 때문이었는데 센서 소리를 듣고 나온 역술인에게 어정쩡한 자세를 들킨 필자는 그 역술인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도 망각하고 참 많이 민망해 했다.

이들 시각장애인 역술인은 대한맹인역리학회에서 명리학(命理學), 성명학 등을 교육 받은 사람들로 사주와 운세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한 시간 가까이 걸려 사주를 자세하고 세밀하게 풀어서 설명을 해 준다.

대부분 생년(生年), 생월(生月), 생일(生日), 생시(生時)를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로 분석해 나무, 물, 불, 쇠, 흙 의 다섯 가지 기운의 배합률을 알아내어 8글자로 나타낸 사주팔자(四柱八字) 풀이와 관상, 작명을 주로 보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점집 중에는 거북점이라고도 하는 육효(六爻 주역)를 보는 집도 있었는데 작은 통을 흔들어 그 안에 있는 막대를 뽑아 점을 치는 모습이 생소해보였다.

“옛날 거북이 등껍질에 팔괘를 그려 통을 만들고 대나무로 만든 막대기를 넣어 흔들어 뽑아 점을 친” 것에서 거북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 육효는 정해져 있는 사주와는 달리 “점치는 당시의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다른 점괘가 나온다”고 40대 초반의 여성 역술인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 곳의 복채는 대부분 3만원으로 통일되어 있다. 싼 편은 아니지만 웃돈을 요구하거나 살풀이 굿을 권하는 경우는 없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20대부터 5,60대 이상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며 역술인 역시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 신촌의 한 사주까페
ⓒ 김시연
점술의 대중성 - 사주카페

카페 골목을 돌아다니다 어쩌다 발견한 ‘사주카페’라는 낯선 간판을 보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어갈까 말까를 망설이던 것이 10년 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을 나서면 어디서나 눈에 띄는 편의점이나 PC방처럼 큰 결심 없이도 거리낌없이 들어가 차를 마시기도 하고 사주를 보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다.

90년대 중·후반에 급격히 증가한 사주카페는 주로 이대입구와 압구정에 몰려 있는데 그 수는 수십 개가 넘는다. 일반 카페와 다른 점은 거의 없으며 사주를 보지 않고 차만 마시고 나와도 상관없다. 사주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 요청을 하면 역술인이 와서 점을 보는데 대형카페의 경우 두세 명의 역술인이 상주해 있기도 하지만 작은 카페의 경우 전화로 역술인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사주카페가 주로 젊은 층이 모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고객도 20~30대의 젊은 층이 주류다. 역술인들 또한 나이 지긋한 60~70대는 거의 없으며 20대부터 40대까지 로 나름대로 젊다고 할 수 있다.

사주와 자미두수(紫微斗數), 육효, 타로카드 등을 이용해서 점을 보는데 각각을 전공으로 하는 역술인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 명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본다고 한다. 필자는 그 중 한 가지만 공부해도 일생이 모자랄 것 같은데 그 모든 것을 망라했다니 감탄이 절로 인다.

이런 저런 질문에 친절하기는 해도 자세한 답변은 아무래도 미아리 점집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 애정운, 결혼운, 재물운 등의 개별운을 볼 수도 있고 종합운을 볼 수도 있는데 개별운의 경우 대부분 차 한 잔 정도의 복채를 내면 되는데 5분에서 10분 정도 점을 본다. 복채는 역술인에게 직접 주는 곳도 있고 찻값과 함께 계산하는 곳도 있다.

미아리 점성촌도 마찬가지였지만 호황을 누리던 4-5년 전에 비하면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기적인 경제불황 타령이 영향을 주기도 했겠지만 여기저기 난립하고 있는 ‘사주카페’가 이미 색다를 것이 없는데다가 좀 더 싸고, 좀 더 쉽게, 집에서 클릭만 하면 점을 볼 수 있는 인터넷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점술의 바다 - 인터넷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검색에서 ‘사주’로 웹사이트를 검색하면 70페이지가, ‘운세’로 검색하면 66페이지가 나온다. 즉 인터넷으로 사주, 운세를 보는 사이트의 수가 수 백 개에 이른다는 말이다.

사주, 운세 사이트에서는 보통 무료운세와 유료운세로 나뉘어져 있는데 무료운세의 경우는 대부분 서비스의 차원이기에 간략하게 나오는 편이다. 좀 더 자세한 점을 보고자 한다면 유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용료는 300원짜리도 있는가 하면 3000원짜리, 만원짜리 등등 천차만별이다. 또 결제방법도 휴대폰결제, 신용카드결제, 계좌이체, 운세권 구입 등등 다양하다.

인터넷 사주의 경우는 개별운을 사주카페보다 더 세분화시켜 놓았는데 그 종류가 전통사주, 토정비결, 궁합, 작명 등은 기본이요 짝사랑 성공비법, 꿈풀이, 로또운세, 전생, 바람기, 풍수지리, 십장생운세, 타로점, 화투점, 혈액형점, Rune, 트럼프점, 자미두수, 육효 등등 세상의 점이란 점은 모두 모아 놓은 듯하다.

이용료가 싸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종류가 다양하고 희한한 게 많다 보니 이것저것 보다 보면 이용료는 점점 불어나게 마련이다.

특이하게 속궁합이나 성적취향, 연인 공략법 등 성인전용 운세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19세 이상이라는 성인인증을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다.

신(新), 구(舊) 혹은 동(東), 서(西) – 신점 vs 타로점

신점을 보는 이들은 역술인이라기보다는 무속인(巫俗人)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신을 모시는 신당을 차려놓고 있으며 점을 볼 때 쌀, 엽전, 깃발 등의 소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TV나 잡지에 소개된 적이 있거나 용하다고 소문이라도 난 곳의 복채는 7~8만원을 넘어서고 때로는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있다. 간혹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무속인 중에 젊은 여성이 있기도 하지만 젊은 무속인을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앞에 서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손해 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자마자 반말로 야단을 친다 해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 역시 다소곳이 앉아 어머니뻘 혹은 할머니뻘 되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계단식 단에 작은 불상과 대형 양초, 놋대야에 가득 담긴 쌀 등 어설프긴 하지만 나름대로 방을 신당으로 꾸며 놓았다. 단순히 이름과 나이만으로 점을 보던 무속인은 살이 끼었다며 거듭 살풀이를 권유했는데 방 구경에 정신없던 필자는 세 번, 네 번 듣고서야 살풀이의 의미를 알아챘다.

살풀이 비용으로 800만원을 부르던 그 무속인은 5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춰 부르며 그 아래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700~800만원은 든다고 하며 규모에 따라서 1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해 타로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의외로 타로점을 보는 카페는 그리 많지 않다. 하나의 직업으로 발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이유도 있을 테지만 개인이 접근하기에 역학보다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인터넷에는 수 십 개, 많게는 수 백 개의 타로카드 관련 카페가 개설되어 있고 다음의 한 카페의 경우 5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혼자 혹은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 타로카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타로카드는 메이저 아르카나(Major Alcane) 22장과 마이너 아르카나(Minor Alcane) 56장을 한 벌, 한 덱(Deck)이라고 하는데 ‘겨울연가’로 인해 가장 인기 있는 ‘유니버셜 웨이트’나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뱀파이어’ 등 그 종류가 수 십 개에 이른다.

어떤 점을 보냐에 따라 스프레드(Spread 배열방법)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덱의 종류와 스프레드의 종류, 그리고 카드를 뽑아 놓은 방향(정방향, 역방향)에 따라 해석과 의미가 달라진다. 덱은 보통 2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고 관련서적이나 스프레드천, 주머니 등을 구입하면 몇 만원이 추가 되기도 한다.

타로카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덱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고 두세 가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마니아의 경우 덱을 수집하기도 한다. 이들은 20~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10대도 상당수 있다.

무속인이 보던 신점에서 미아리 역학으로, 젊은이들이 넘치는 거리의 사주카페로, 그리고 다시 인터넷 속으로. 마치 점성술은 단계를 거치며 진화된 듯 보인다. 미아리 점집을 찾는 사람도 줄었고 사주카페의 거품도 가라앉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단지 엷어지고 넓어졌을 뿐이다. 세상이 변하고 과학이 발전한 만큼, 그 만큼 점성술도 다양하게 변화된 모습으로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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