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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3일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가정보원의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진실위·위원장 오충일 목사)가 '부일장학회' 강제매각사건에 대해 조사방침을 세운 가운데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표는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당 소속의원 연찬회 참석에 앞서 의병장 유인석 장군의 사당인 자양영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1일 이사회에 사퇴의사를 밝혔다"며 "정수장학회 정기이사회가 2월말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정식 사퇴서를 제출하게 되면 2월 말 정기이사회를 통해 최종 처리절차를 밟게 된다.

박 대표는 또 "국정원 조사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여러 번 정기이사회에서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해 국정원의 조사와 사퇴결정은 무관함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7·19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이후 여권을 비롯해 당내에서도 이사장직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박 대표는 "여당에서 이걸 문제를 삼았을 때 그때 갑자기 물러나면 잘못이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이사회 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국정원이 조사에 나선 것에 대해 "(정부가) 조사한다는 것에 대해선 조사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법원에서 밝혀야 할 문제"라고 말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렇게 조사하는 것도 또하나의 과거사 될 것"

한편 국정원이 정수장학회를 비롯해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김대중납치사건 등 7대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방침을 세운데 대해 박 대표는 "이렇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거사가 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박 대표는 승용차편으로 연찬회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 이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국정원이 이런 일을 조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조사배경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조사위원들이 과연 이런 문제를 공평하게 판단할 위치에 있나,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가, 그 때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언론이 먼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일을 처음 겪은 것이 아니라 지난 30년간 겪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권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한 것은 처음 겪는다"며 "정권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고 하는데 막을 수는 없다, 조사를 하지 말란다고 안하지도 않을 것"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정권이 이렇게 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저는 역경을 이겨내고 앞으로 꿋꿋하게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인 차원의 해명이나 당 차원의 공식 대응에 대해 박 대표는 "맞대응하고 말고 할 힘이 있느냐"며 "그동안 많이 밝혀지지 않았나, 여당도 조사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 박 대표의 개인사와 당은 별개라며 분리대응의 입장을 보여왔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회원 20여명이 3일 밤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앞 진입로에서 과거사청산법 통과를 요구하는 철야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회원 20여명이 3일 밤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앞 진입로에서 과거사청산법 통과를 요구하는 철야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과거사법 처리는 한나라당의 미래 가늠"
[연찬회 현장] 박 대표 도착에 맞춰 시민단체 과거사법 처리 촉구 기습시위

▲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회원 20여명이 3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앞 진입로에서 과거사청산법 통과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기다리던 한 노인이 힘이 든 듯 뒤에서 피켓을 들고 앉아 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찬회 장소에 도착할 예정인 오후 2시께.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 앞 진입로에는 20여명의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의원들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의원들을 기다리는 이들은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원회)' 회원 20여명. 이들은 2월 임시국회에 있을 과거청산법 처리에서 한나라당의 동참을 촉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범국민위원회는 "과거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일어난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박 대표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왔다"며 과거사청산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춘열 고양금정굴학살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은 현재 국민의 관심에 부흥하는 정당으로 태어나느냐,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하고 몰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며 "당의 가장 큰 책무인 과거사청산법 통과에 있어 전향적 태도를 취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당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번 연찬회에서 임시국회에 대한 여러가지가 나온다기에 회원들이 이곳까지 왔다"면서 "과거사청산법 처리가 한나라당의 미래를 가늠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전달할 것이다"고 말했다.

범국민위원회 회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머무는 1박2일 동안 거리 시위와 철야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시위에는 충북뿐만 아니라 고양·강화·문경·산청·거창·부산 등 전국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족이 참가했다. /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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