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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우리 모두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과 내일, 그리고 지난해보다 더 나은 올해를 바라는데 실제 그렇게 될지, 그렇게 되길 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 중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경제가 나아져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을 좀 덜하는 것이리라.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영세 서비스산업, 재래시장의 경기는 우리 생활에 가깝고, 그 종사자 숫자가 많다는 점에서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의 양극화

지난해 우리 경제의 화두는 양극화였다. 수출경제는 근래 드물게 활기를 띠어 세계 곳곳에 우리의 상표를 단 상품들이 평가를 받고 팔려나갔다. 우리 상품이 세계 곳곳에서 일류제품으로 평가를 받는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것도 전자 정보통신 조선 자동차 등 최고의 생산기술을 필요로 하는 제품들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경제가 IMF관리라는 참담한 경제난국을 슬기롭게 겪어 전화위복의 경지를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그런 수출경제는 서민의 생활과는 별개의 것이어서 중소기업, 영세상인, 그리고 심지어는 중견기업들까지도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 영남일보 2월 1일
ⓒ 영남일보
이렇게 양극화가 심화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일류 수출제품일수록 부품국산화율이 낮아서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들과는 관련이 없는 점, IMF관리 이후 구조개혁의 여파로 생산업체들은 자기자본 관리를 위해, 또 외국업체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투자를 맘놓고 할 수 없다는 점, 은행들도 구조개혁의 여파로 설비자금 융자보다는 소비금융을 즐겨하게 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또 구조조정의 여파로 실업자와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격하게 늘어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소비 수요가 많이 위축되었다. 여기에 정치적인 불확실성과 교육 부분의 불만족 때문에 외국으로의 이주 혹은 유학이 늘고 그에 따른 자금 유출이 내수경기를 위축시킨 부분도 컸다.

물론 경제의 양극화는 한국경제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정보통신산업과 수송산업의 발달, 그리고 세계경제의 단일시장화를 촉진하는 여러 제도의 진전으로 이제 세계시장을 무대로 '승자 독식의 경제' 시대가 도래했다. '20대 80의 사회'가 형성되어 소수의 강자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환경이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대외적으로 국내 기업을 조금씩은 보호하고 싶지만 그러다보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마냥 뒤처진 채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많고, 또 뒤떨어진 상품들을 마냥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더라도 세계적 경쟁에 노출시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현실을 탓하며 모든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데 현실 경제의 어려움이 있다. 경제 전반의 구조를 고도화하여 대표 선수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고, 동시에 나머지 80의 사람들과 산업들이 먹고 사는 대책도 강구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지역혁신체제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으면서 지역 언론들도 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혁신에만 관심을 가져왔는데, 그에 못지않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 영세 서비스산업, 예컨대 그 중 재래시장의 활성화 문제가 있다.

재래시장 육성과 대형할인점 진입: 어떻게 볼 것인가

▲ 영남일보 2월 1일
ⓒ 영남일보
국민경제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지역 재래시장의 문제도 상인의 입장과 소비자의 입장을 함께 보아야 한다. 상인의 입장만 생각하면 전국적인 규모의 대규모 할인점 진입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더 좋은 상품을 더 싼 값에, 그리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아가며 구입하고 싶어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당장 그런 것들을 우선시해서 소매유통을 온통 대규모 할인점에 넘겨버리면 그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돈들이 지역에서 유출되어 그 지역 경제가 침체되어 간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지역 재래시장 종사자들의 기반이 붕괴되고, 그뿐만 아니라 지역 재생산권 내에 있는 중소 생산업체들도 기반이 붕괴되어 가게 된다.

그래서 소비자들에 대한 소매유통의 서비스 향상을 자극하는 수준에서는 할인점의 진입을 촉진해야 할 필요성도 있고, 그 서비스 수준에 자극을 받아서, 또 정부의 지원 아래 자금의 열세를 보충해가며 재래시장의 근대화도 추진해야 했다.

<영남일보>
2005년 2월 1일 포항 재래시장 상인 집단반발, 대형복합상가 건축심의 유보

<매일신문>
2005년 1월 19일 롯데마트 서대구점 폐점
2005년 1월 14일 "할인점 진출 말라" 첫 규탄시위


우선 지역에 계속 진입해 들어오는 할인점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1월 13일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서는 "대형할인점이 IMF 다시 부른다", "지역경제 말살하는 대형할인점 철수하라", "대구경북은 대형할인점 천국인가" 등을 주장하며 슈퍼와 재래시장 상인들이 차량 120여 대를 동원하여 시위를 벌였다.

이미 대구지역에서는 롯데마트 서대구점이 1월 말 폐점을 결정할 정도로 대형할인점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는데, 대명동에 할인점이 새로 개업함으로써 인근 영세상인들이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반발을 보인 것이다.

이미 입점 허가를 받아 개업하게 된 곳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새로이 심의절차를 밟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 지역 주민의 이익인지를 관련 행정기관에서는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포항의 경우 대형복합상가 건축심의가 재래시장 상인들의 집단 반발로 유보된 것이 2월 1일 보도되었다. 그러나 경북 영주의 경우에도 새로이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려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언론도 취급하고 있지 않다.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 문제

<영남일보>
2005년 2월 1일 "상반기 주요사업비 100조 집행"
2005년 1월 27일 대구시·경북도·시민단체 등 재래시장 활성화 나서

<매일신문>
2005년 1월 22일 서문시장 동산상가 ‘새단장’

<국민일보>
12월 4일 재래시장 리모델링 ″혈세만 축냈다″
[위기의 재래시장―문제점] 재개발등 융자 '그림의 떡'
[재래시장 리모델링] "상인들 협조 잘 안해 애로"
[위기의 재래시장] 리모델링 藥인가…毒인가…


한편 재래시장 시설근대화의 성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서문시장 등 몇몇 지역의 시장들과 전국의 시장들이 시설근대화 사업에 착수하여 거래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3500여 점포가 들어 있는 서문시장은 지난해에만 시장 환경개선에 70억 원을 투입했다.

1지구 1층 바닥타일 교체공사를 시작으로 2지구 지하상가와 5지구, 동산상가 등이 산뜻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상인들은 15억 원을 시장현대화에 투자하였다.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의 구조개선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재래시장의 시설근대화에 자금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결과들이 지역 언론에 최근 다양하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근대화 노력이 아직까지는 미흡한 점이 많고 또 그것을 다룬 언론의 보도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시설근대화를 끝낸 대표적인 몇몇 시장의 경우를 크게 다루고 있지만 그 외 대다수의 재래시장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직접 발로 뛰어가며 현장 취재를 할 필요가 있다.

바깥 기온과 눈, 비 등의 날씨에 대비한 시설, 에어컨 환기장치 등 실내 냉난방시설, 도로 포장 등 보행에 영향을 주는 바닥 시설, 길가에서 영업을 하는 좌판, 그리고 주차장, 화장실, 소비자 휴게시설 등 구매활동을 지원하는 각종 편익시설이 어떤지 꼼꼼히 파악하고 시설 개선을 촉구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온갖 시설들의 근대화 공사에 상인들의 직접부담이 늘면 그것은 곧 재래시장의 최대 장점인 싼 값의 매력을 상실하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지원이 따르도록 정책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국민일보 12월 4일의 재래시장에 관한 특집은 이 점에 관해 좋은 사례가 된다. 시설 근대화 사업이 그 사업에 따른 자금부담 때문에, 또 시설근대화 사업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떨어지는 소비자들의 반응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근대화가 재래시장을 살리는 방안의 첫 번째인 점은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젊은 고객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

▲ 국민일보 2004년 12월 4일
ⓒ 국민일보
<영남일보>
2005년 2월 1일 매주 토요일 패밀리데이 지정, 재래시장·식당 이용하자"
2005년 1월 28일 "서비스가 우선"…서문시장 '친절매장' 선정

<매일신문>
2005년 1월 29일 서문시장 친절시장으로 거듭난다

<국민일보>
2004년 12월 4일 [위기의 재래시장―대안은] 지역밀착 相生마케팅 중요


재래시장이 살기 위해서는 시설 근대화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질도 높여가야 한다. 서문시장의 경우 상가연합회가 실시한 친절교육을 이수한 점포주들을 대상으로 각 번영회별 심사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28일 친절매장 150곳을 선정했다.

그 가게들은 상품 교환, 환불 등에서 친절한 상거래를 하겠다고 서약한 곳들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모든 재래시장 전반에 퍼져 나가도록 지방정부와 지역 상공회의소 등 관련 기관에서는 앞장 서서 재래시장 상인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직 우리 지역 관련 기관에서는 시설을 갖추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많다.

그런 점에서 2월 1일 영남일보가 보도한 영천시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영천시가 재래시장과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각 읍·면·실·과·소별 아이디어를 모집한 결과 '패밀리 데이' 등 38건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됐다는 것인데, 패밀리 데이는 매주 토요일을 가족과 함께 재래시장과 지역 식당을 이용하는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지역의 도소매업체로 하여금 지역업체 이용시 경품권 추첨제 등을 시행토록 하는 방안이다.

또 지역소재 직장인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 상당의 지역 상품권을 발행하고, 사용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0.5%)를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또 국민일보 2003년 12월 4일자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집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대형 고객집단들과 직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도 있다.

주변 대기업체 혹은 웨딩홀과 대형 식당,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리모델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노점상들의 대책을 꾸려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경기도 재래시장연합회는 조폐공사와 협조,전국에서 통용되는 '재래시장 상품권' 제작을 강구 중이라 한다.

그 외에도 각 지방정부에서는 달라진, 혹은 달라지고 있는 재래시장에 젊은 엄마 아가씨들 또는 젊은 청춘 남녀들, 그리고 중고교 대학생들을 불러들여 먼 안목에서 재래시장의 고객들이 될 사람들에 대한 다양한 홍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은 재래시장을 가보면 중년 혹은 노년층의 고객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장기와 단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측면에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서 중소 영세상인들을 살려야 한다.

그래서 요즘처럼 청년실업이 심각한 시대에 젊은이들이 그곳에 뛰어들어 평생을 설계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도 하나의 삶의 길이 될 수 있을 만큼 재래시장이 달라지도록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참언론 참소리>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언론개혁운동단체다. 지역사회 민주주의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정비하고 발전시킬 참언론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참언론 참소리>칼럼은 기존의 <참언론 대구시민연대 언론신경쓰기 칼럼>을 확대 개편했다. <참언론참소리>칼럼을 통해 개혁을 거부하고, 기득권층과 유착 그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언론의 그릇된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재훈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공동대표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 / 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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