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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혜경 대표와 천영세 의원 등 지도부를 비롯한 당원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 5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김혜경 대표와 천영세 의원 등 지도부와 당원등이 창당 5주년 기념식에서 5m짜리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제 막 유아기를 벗어나 다섯살박이 어린아이로서 성장에 따른 진통도 있습니다. 대중의 정서와 거리가 있는 사업 관행, 이미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당이 커진 만큼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통합해내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당사업을 펼치고 공존과 경쟁의 원칙을 만들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앗, 윤도현이 아니라 윤밴이 왔네?"
5년 전 민주노동당의 '그 때 그 창당대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민주노동당의 창당대회는 실수 연발이었다. 프레스룸을 준비하지 않았다가 행사 당일 기자의 조언으로 급조했다. 당명만 있었지 당 로고도 없었다.

가장 큰 실수는 초대가수인 윤도현 밴드의 공연. 반주만 깔면 노래를 부르는 민중가수에 익숙해있던 실무진들이 아무런 악기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예상과 달리 '가수 윤도현'만이 아닌 '윤도현밴드'가 행사장에 나타난 것이다. 결국 이날 윤도현씨가 아닌 다른 멤버들은 공연 내내 무대 뒤에 가만히 앉아있어야 했다고 한다.
창당 5주년 기념식이 열린 28일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소수정당의 한계와 현실정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력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며 "이제 변화된 정치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2012년 집권을 준비할 때"라고 결의를 밝혔다.

또한 김 대표는 "정책역량 강화, 민생현장의 정책발굴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정책정당의 면모를 강화하고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등 대중운동과의 발전적 관계를 모색하겠다"며 '진보세력의 허브 정당'을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전 대표인 권영길 의원을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과 최고위원, 당직자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정세균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김무성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모두 대회의실에 들어오면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로부터 '진보'를 상징하는 붉은 장미를 받았고, 열사들에 대한 묵념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민중의례'에도 참여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는 동안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을 제외한 다른 당 의원들은 다소 당황하며 입을 다물기도 했다.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민주노동당원들의 5살박이 아이들이 피켓과 꽃다발을 김혜경 대표등에게 전달하기위해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최초로 진성당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당 모델을 제시해 열린우리당도 뒤이어 진성당원으로 이루어진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고 "국회의 관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데,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민주노동당의 노력이 국정에 전달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은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개혁 후퇴는 있을 수 없다"며 "서로의 강령이 합치할 때에는 주저말고 힘을 합쳐달라"고 당부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를 과감히 벤치마킹할 것"이라며 "서로 지향과 정책은 다르지만 민생경제를 실천하는 공통의 과제가 있으니 치열하게 경쟁하고 토론하자"고 강조했다.

브라질 노동자당에서도 축전이 전달됐다. 파울로 페레이라 국제관계 비서는 "한국에서 민주노동당이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향한 투쟁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축하의 뜻을 밝혔다.

기념식은 민주노동당의 5년을 돌아보는 영상보고와 타악공연으로 이어졌다. 부부당원 자녀 중 5살인 어린이 5명이 김혜경 대표와 천영세 의원단대표, 권 의원에게 장미와 '10만 당원' '진보정치' 등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는 '민주노동당 창당 5주년'이라는 글씨를 적은 5m 길이의 시루떡을 자르는 것과 지도부 및 시도당 위원장들의 당가 제창으로 모두 끝났다.

권영길 "건설 자체가 기적이라던 진보정당, 아직도 부족하다"

▲ 김혜경 대표와 천영세 의원 등 지도부와 당원등이 창당 5주년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김 대표와 함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람은 권영길 의원. 오랫동안 당 대표와 대선 후보로 활약하며 당의 얼굴이었던 권 의원은 그동안의 성장에 대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지만,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권 의원은 지난 5년 동안의 시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으로 꼽았다. 모두들 불가능하다던 진보정당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97년 국민승리21 이후 진보진영 사람들도 당비 내는 정당 체제는 기적일 거라고 했고, 아예 불가능하다고 운동을 떠나 지금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에 있는 사람들도 있다"며 "어떤 때는 새벽에 속리산에 가서 20분 동안 당원이 되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온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대중정당인만큼 4.15 총선을 통해 3당으로 원내 입성한 것이 가장 감격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장 가슴아픈 기억은 국민들로부터 "민주노동당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들을 때다. 천 의원단대표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심해서 국민들이 함께 부패할 거라고 말한다"며 "앞으로 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위원장 "이 자리에서도 부끄러움 금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에게도 유혹 있을 것, 떨칠 자세 갖춰라"

▲ 이수호 위원장은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경을 밝혔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28일 민주노동당 창당기념식에 참석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남의 잔치 같지 않고 우리 5돌 생일같다"는 말로 축사를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언제 중앙위원회에선가 단 위원장(단병호 의원)과 나란히 앉았는데 '민주노총당'이라고 잘못 나온 인쇄를 보고 웃은 적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며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당이자 농민의 당, 민중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잔치'라고는 해도 기아차 노조 문제로 곤경에 처한 이 위원장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요즘 이 자리에 서있지만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고 현재의 심경을 밝혔고 "여러차례 사과를 드렸지만 아직 여러가지 도전이 있다"며 고충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어떻게는 (현재의 어려움을) 떨치고 나갈 각오"라며 "민주노동당에게도 그런 유혹과 어려움이 항상 기다리고 있을텐데 과감하게 떨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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