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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민정·인사수석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민정수석(왼쪽)과 김완기 인사수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완기 수석의 머리는 완전 백발이고 문재인 수석은 은은한 백발이다.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민정·인사수석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민정수석(왼쪽)과 김완기 인사수석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완기 수석의 머리는 완전 백발이고 문재인 수석은 은은한 백발이다. ⓒ 연합뉴스 김동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 분위기가 전보다 훨씬 더 '신성'해지게 생겼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이 '산신령'들을 모시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청와대에 '백발(白髮) 클럽'이 떴다. 산신령처럼 허연 머리를 가진 '실세 수석'들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그리고 김완기 인사수석이다. 문 수석은 '반백'이고 이강철·김완기 수석은 완전한 '백발'이다. 특히 이강철 수석이 열린우리당에서 청와대로 '이적'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대통령 비서실 실세 3인, 백두(白頭) 포진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자료사진)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들이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에는 문재인 시민사회·정찬용 인사수석 두 사람이 '은은한 반백머리'를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문재인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원대 복귀하고, 같은 날 김완기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장이 인사수석으로 발탁되고, 25일 이강철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이 시민사회수석으로 기용되면서 대통령 비서실은 3인의 백두(白頭)가 '장악'했다.

청와대 '짠밥'으로 따진 전입고참은 문재인, 김완기, 이강철 순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나이로 따지면 김완기(61), 이강철(58), 문재인(52) 순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영향력으로 따지면 그 순서가 어떻게 될까. 그 계산은 좀 복잡하다.

우선 대통령과 교유하게 된 연한으로 따지면 문재인>이강철>김완기 순이다. 그러나 청와대 의전상의 서열로 따지면 이강철>문재인>김완기 순이고, 대통령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으로 따지면 김완기>문재인>이강철 순이다.

문 수석과는 노 대통령이 사법시험(17기)에 합격해 부산에서 처음 변호사를 할 때부터 함께 해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생각하는지 아는 사이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서열은 민정수석이 가장 높았다. 문재인 초대 민정수석은 그래서 더 '왕수석'으로 통했다. 그러나 물러났던 문 수석이 시민사회수석실의 신설과 함께 그 자리에 오면서 다시 시민사회수석이 서열상 선임수석이 되었다. 그만큼 노 대통령의 신임이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번에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조직특보를 맡아 '왕특보'로 불려온 이강철씨가 시민사회수석을 맡고 문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의전상의 서열이 바뀌었다. 그래서 '왕수석'과 '왕특보' 중에서 누가 더 세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삼손은 머리가 길어야 힘쓰지만, 우리당에선 머리가 허옇게 세어야 힘쓸 수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의전 서열은 실질적 영향력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또 영향력은 이 수석보다 문 수석이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두 사람 모두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지만 문 수석이 그 동안 청와대의 중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향력은 늘 바뀌기 마련이다. 이 수석이 정무기능도 맡을 가능성이 있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또 노 대통령과 별반 인연이 없던 '촌닭' 정찬용 수석이 사심없이 일해 실세가 되었듯이, 노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던 김완기 수석 또한 노 대통령의 큰 신임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누가 셀 지, 길고 짧은 것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 밖에서 보기에는 사정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의 힘이 세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 대통령에게 장·차관과 공기업 사장 등 사람을 천거하는 인사수석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전에 "밖에서는 문재인 수석이 청와대 실세라고 하는데 정찬용 인사수석이 추천하면 저는 꼼짝없이 믿고 쓴다"고 말해 인사수석의 막강한 영향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 3인의 '백두'는 공교롭게도 각각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그리고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일종의 대표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이 3인의 '백두'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한편 열린우리당에서는 김한길(52) 집행위원과 박명광(59) 열린정책연구원 원장이 '백두클럽' 회원이다. 물론 이강철 수석도 청와대 오기 전에는 백두클럽 회원으로 통했다. 확대간부회의를 하는 날이면 참석하는 10여명의 간부 중 유독 이들의 하얀 머리가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은 열린우리당 지도부 개편 이후 '잘 나가는 실세'로 통해 당에서는 "삼손은 머리카락이 길어야 힘을 쓰지만, 우리당에서는 머리카락이 허옇게 세어야 힘을 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힘센 이강철 선수가 청와대로 '이적'함에 따라 백두클럽의 무게중심이 청와대로 옮겨온 셈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 인사들은 '흑발'임에 비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최형우·서석제·홍인길·김덕룡 등 상도동계는 상당수가 '백발'이어서 상도동계를 두고 백두당(白頭黨)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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