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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서 우아한 자태를 뽑내며 유유히 노니는 큰고니
우포늪에서 우아한 자태를 뽑내며 유유히 노니는 큰고니 ⓒ 황원판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유유히 물 위를 떠도는 백조는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연상케 한다.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이 백조 이야기는 원래 러시아에 널리 알려진 전설을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흡사한 이 전설의 내용은 '여인으로 변해 호수에서 목욕하는 백조의 옷을 한 사냥꾼이 감춰 결혼했으나 몇 년 후 백조가 옷을 찾아 날아갔다'는 것이다.

'새박사'로 널리 알려진 윤무부(경희대 이학부 생물학 전공) 교수는 '백조의 사랑'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연 상태에서 짝이 죽은 이후에는 짝을 바꾸는 '재혼'을 하기도 하지만, 한번 짝을 지으면 짝이 죽을 때까지 함께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아한 자태를 뽑내는 것도 잠시 뿐. 긴 목을 물 속에 넣고, 그것도 모자라서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든 채 '체면 불구하고' 먹이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평화롭고 우아해 보이지만, 물 위에 유유히 떠있는 그 순간에도 그 큰 덩치를 움직이기 위해 물 속에서는 다리를 힘겹게 바둥거렸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공주의 환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고한 자태 뒷면에 숨어 있는 '삶을 위한 몸부림'을 느끼게 된다.

둔한 부리를 '부지런함'으로 극복하는 '노랑부리저어새'

겨울의 우포늪에서 가끔 백로처럼 보이는 흰 새가 이리저리 물 속을 휘저으면서 무언가를 부지런히 찾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는 주걱 모양의 부리를 가진 새가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등 두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 노랑부리저어새의 모습이 이 우포늪에서 매년 열 마리 정도가 관찰된다.

노랑부리저어새가 부지런히 물 속을 휘저으면서 먹이를 찾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가 부지런히 물 속을 휘저으면서 먹이를 찾고 있다. ⓒ 황원판
노랑부리저어새는 부리가 넓적하게 생겨 불리한 만큼, 더 부지런히 사는 것이 '생존의 비결'이라고 한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부리가 넓적하게 생겨 불리한 만큼, 더 부지런히 사는 것이 '생존의 비결'이라고 한다. ⓒ 황원판
부리가 '주걱' 같이 생기다 보니까, 물 속에 있는 우렁이나 물고기 등의 먹이를 부지런히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부리로 잡아 먹는다. 그 모습이 마치 노를 젓는 것 같다 하여 '저어새'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숟가락처럼 생긴 부리 모양 때문에 스푼빌(Spoonbill)이라 부르는 이 철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로, 우리 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고있다. 윤무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전 세계에 2천마리 정도 분포하는 겨울 철새인데, 우리 나라에는 매년 10월 말부터 찾아와서 겨울 동안에는 충남 서산 천수만,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에서 살다가 북녘 땅 시베리아로 갑니다."

노랑부리저어새를 보면 누구나 '저렇게 뾰족하지 않고 둔하게 생긴 부리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리가 유달리 넓적하고 둔하게 생겨 먹이를 잡기에 불리한 만큼, 백로나 다른 뾰족한 부리를 가진 새보다 '더 열심히' 움직이며 부지런히 사는 것이 '생존의 비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사는 새, '기러기'의 아름다운 곡예비행

가을이면 북녘 땅에서 가장 먼저 우리 나라를 찾는 새 기러기. 겨울철 우포늪에서 가장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철새이기도 하다.

큰기러기의 힘찬 비상 장면
큰기러기의 힘찬 비상 장면 ⓒ 황원판
큰기러기가 서로 격려하며 'V'자로 우포 상공을 줄지어 날아가고 있다.
큰기러기가 서로 격려하며 'V'자로 우포 상공을 줄지어 날아가고 있다. ⓒ 황원판
기러기가 줄지어 창공을 날아가는 모습에서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느끼게 한다. 윤무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러기들이 먼 길을 'V'자나 'ㅡ'자를 그리며 대열을 지어서 함께 나르면, 뒤따르는 기러기들이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아 날기가 쉽고, 함께 무리 지어 나는 것이 혼자 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앞서 가는 기러기가 날면서 계속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 격려하는 '응원'과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함께 어려움을 나누다 보면 멀고 험한 곳도 쉽게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줄지어 나르는 기러기 떼를 보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새롭게 느끼게 됩니다."

폴 컬린저도 <세계의 철새, 어떻게 이동하는가>라는 책에서 철새들이 무리지어 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철새들은 V자형, W자형, ㅡ자형 등 다양한 형태의 무리로 하늘에 한폭의 그림을 그린다. 무리를 만드는 이유는, 앞의 새 날갯짓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타면 비행에 유리하다는 항공역학을 이용하기 위한 경우도 있고, 상승기류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이동길과 방향을 잘 잡거나 포식자를 피하고 더 좋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 등 다양하다.

'장대 나무배' 고기잡이, "새끼는 절대 안잡아"

석양을 배경으로 장대를 이용해 움직이는 전통적인 나무배의 모습은 1억 4천만년의 세월을 품은 우포늪의 신비감을 더해 준다. 모터 달린 배가 아닌 '나무 쪽배'를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우포 사람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장대 나무배로 고기를 잡는 우포 사람들의 모습
장대 나무배로 고기를 잡는 우포 사람들의 모습 ⓒ 황원판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11명의 주민만 어로 활동이 가능하지만, 요즘 이 우포늪에서 고기 잡는 모습도 갈수록 보기 드문 광경이 되고 있다. 특히, '우렁이 잡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사라져 가는 우포의 풍속도가 되고 있다.

우포늪에서 26년째 우렁이 잡는 임봉순씨.
우포늪에서 26년째 우렁이 잡는 임봉순씨. ⓒ 황원판
하루 종일 한대야를 채우지 못하고 허탕을 쳤지만, 작은 물고기를 잡으면 모두 살려준다.
하루 종일 한대야를 채우지 못하고 허탕을 쳤지만, 작은 물고기를 잡으면 모두 살려준다. ⓒ 황원판
우렁이 잡는 아주머니도 점차 줄어들어, 사라져가는 우포늪 풍속도가 되고 있다.
우렁이 잡는 아주머니도 점차 줄어들어, 사라져가는 우포늪 풍속도가 되고 있다. ⓒ 황원판
29세 때부터 약 26년 세월을 이 곳에서 우렁이를 잡아온 임봉순(55·여·창녕군 이방면)씨는 다음과 같이 요즘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다.

"물속에서 고기잡는 일이 너무 힘든 일이라, 요즘은 우렁이 잡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줄어 들어 겨우 3명밖에 없습니다. 특히, 입이 커다란 '배스'가 물고기를 많이 잡아 먹어서인지, 제방 공사 후 강물이 적게 들어와서인지는 잘 몰라도 요즘 들어 물고기가 너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얼어 붙은 우포늪을 하루 종일 헤매어도 한 대야를 채우지 못하고 허탕을 쳤지만, 그래도 작은 물고기를 잡으면 "이런 새끼 물고기는 잡으면 절대 안된다"며 다시 살려주는 임봉순씨. 그 모습에서 우포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의 여유'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비결을 찾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동영상은 2005년 1월 3일부터 22일까지 6회에 걸쳐 우포늪을 방문해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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