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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숲
그럼, 그렇지.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 리가 없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 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소장인 조지 베일런트의 책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은 바로 이런 궁금증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풀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책이다.

이 책의 기둥을 이루는 것은 성인 남녀로 이루어진 세 집단 - 1920년대에 태어난 건강하고 똑똑한 하버드대학 졸업생 268명, 대도시 중심부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인 이너 시티(Inner City)에서 1930년대에 태어난 고등학교 중퇴자 456명, 1910년대에 태어난 지적인 중산층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삼아 60년에서 80년 동안에 걸쳐 꾸준히 연구한 결과들이다.

이런 연구를 '종단적 연구(縱斷的 硏究)'라고 하는데, 같은 연령 집단을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추적해 반복적으로 관찰 연구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방대한 연구 결과를 우리 눈앞에 펼쳐 놓은 채 유년기가 노년에 미치는 영향, 성공적인 노화의 열쇠, 건강한 노화,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는지, 종교나 영성과 노화의 관계, 건설적인 노화 등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을 적어나가고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조상의 수명, 콜레스테롤, 스트레스, 부모의 특성, 유년기의 성격, 사회적 유대 관계는 건강한 노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건강한 노화를 예측하게 하는 일곱 가지 요소로는 비흡연과 젊음의 유지, 성숙한 방어기제, 알코올 중독 경험 없음, 알맞은 체중, 안정적인 결혼, 운동, 교육 년수를 꼽고 있다.

성숙한 방어기제란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을 심각하게 몰아가는 일 없이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노년의 육체적 건강에 교육 년수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IQ나 부모의 소득이 아니라 '자기 관리'와 '인내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담배를 끊거나 음식을 조절하거나 술을 자제하는 성공률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면담원들이 연구 대상자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주기적으로 방문해 면접 조사를 하면서 던진 질문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성공적인 노화 혹은 건설적인 노화의 열쇠를 찾기 위해서 던진 질문들이었지만, 지금의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열쇠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가장 절친한 친구는 누구인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도움을 청하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 살아오면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무엇이었는가? 부모와 가장 가깝게 지냈던 때는 언제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 부부가 서로의 어떤 점을 믿고 의지하는가? 부부가 함께 하는 일이 있는가? 자녀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삶을 택하겠는가?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와는 다른 사회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그대로 가져다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노년이라는 삶의 열매를 통해 오랜 세월의 결과물을 보여 주고 있는 노년의 모습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미덕이 있다.

품위 있게 늙어 가는 방법

1.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새로운 사고에 개방적이며, 육체적 건강의 한계 속에서도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베푼다.
2. 노년의 초라함을 기쁘게 감내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품위 있게 받아들인다.
3.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결하며 매사에 주도적으로 임한다.
4.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놀이를 통해 삶을 즐길 줄 안다.
5. 과거를 반추할 줄 알며, 과거에 이루었던 성과들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는다.
6. 오래된 친구들과 계속 친밀감을 나누려고 노력한다.
성공적이고 건설적인 노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은 책 속에서 각자 표현은 다르지만 하나로 통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합해서 정리해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 보내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다른 사람의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기쁜 마음으로 남에게 베풀기,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요청하기이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 때에 노년 준비마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요즘,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책을 통해 돈이 전적으로 노년의 행복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연구 대상자의 삶을 종합 정리한 저자 역시 성공적인 노화의 열쇠로 '돈'이 아니라 '자기 관리'와 '사랑' 두 가지를 꼽으면서, '50세 이후 운명은 스스로가 결정한다'고 말한다.

나는 우리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노년이 있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의 얼굴 그대로, 혹은 살면서 지니게 된 지금 중년의 얼굴 그대로 늙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스스로의 얼굴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잘 익은 노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남은 생의 희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덧붙이는 글 |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 Aging Well / 조지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 나무와 숲,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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