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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당직개편안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11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당직개편안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박근혜 2기'를 이어갈 한나라당 당직인선이 발표되었다. 박근혜 대표의 당 장악력을 높이는 방향의 이번 인선을 바탕으로 한나라당은 제2창당에 버금갈 당 쇄신을 통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나라당은 11일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의와 운영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사무총장에 김무성 의원, 대표비서실장에 유승민 의원을 임명했다. 대변인은 전여옥 대변인이 유임된 가운데 공동대변인제에서 '전여옥 단일체제'로 전환되었고, 제1 사무부총장에는 권경석 의원이 임명되었다.

박세일 현 여의도연구소 소장이 정책위의장으로 내정되었으며 경제·교육·사회문화 등 6개 분야로 구성된 정책조정위원회도 황진하 제2정조위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바뀌었다. 공석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에는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윤건영 의원이 맡게 되었다.

제1정조위원장 유정복 의원 ▲ 제3정조위원장 박재완 의원 ▲제4정조위원장 이혜훈 의원 ▲ 제5정조위원장 이주호 의원 ▲제6정조위원장 박찬숙 의원 등 5명이 새로 내정되었다. 정책위의장과 정조위원장의 경우 의원총회 동의를 거쳐, 대표가 임명해야 하는 절차로 인해 아직 내정자 단계다.

사퇴의사를 밝힌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유임이 확정되었고, 박진 국제위원장, 송영선 여성위원장, 곽성문 홍보위원장을 비롯해 원외인 김용균, 이성헌 제 2사무부총장도 유임되었다.

박근혜 대표는 이번 인선 배경에 대해 "정책정당으로 가기 위한 체제정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정책은 정당에 흐르는 깨끗하고 맑은 물이다, 이제 국민들은 정책으로 경쟁하기를 원한다"며 "정책정당으로서 살아남지 않으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효율적인 의사결정과정과 탄탄한 정책생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DR과의 투톱시스템에서 박근혜 원톱으로

박세일 신임 정책위의장
박세일 신임 정책위의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1기가 김덕룡 원내대표와의 '투톱시스템'이었다면 이번 인선은 '박근혜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로써 박 대표는 당 장악력을 발판으로 대여관계 등에 있어 확실히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3선급 초선'으로 알려진 박세일(57·비례대표) 의장은 박형준, 박재완, 윤건영, 이주호 의원 등 이론과 전문성으로 무장된 한나라당 내 소위 '박세일 사단'의 리더.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 의원은 2007년 대선 수권전략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발전 3개년 계획'안을 준비했고, 국가보안법, 과거사, 언론 등 쟁점현안에 대한 기본전략을 수립해 왔다.

특히 정치권의 과거사 청산작업과 관련에 대해 '청산'이 아니라 '정리'라는 점을 못박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과오에 대해서도 70:30 공과론을 제기하며 박근혜 대표에게 반박논리를 제공해왔다. 이 과정에서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반민주세력이 중심이 된 좌파의 반체제 운동"이라고 주장해 무리를 빚기도 했다.

신임사무총장으로 임명된 3선의 김무성(53·부산남구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민정·사정비서와 내무부 차관(현 행정자치부),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국회 재경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변에서 김 사무총장의 친화력을 높이사고 있다. 특히 김 사무총장이 박근혜-김덕룡 '다리역'을 얼마나 충실히 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내 몇 안되는 재력가로 알려진 김 사무총장의 형은 전남방직 명예회장인 김창성씨. 현정은 현대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씨가 누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작년 입주한 강서구 염창동의 신당사(연건평 850평의 2층 건물)는 김 명예회장의 소유로 김 사무총장의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총재 시절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지낸 유승민 신임 대표비서실장은 당 제3정조위원장을 지내면서 기금관리기본법 등의 한나라당안을 작성했다.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유 신임대표비서실장은 지난 연말 경제법안 관련 대여협상에서 원안을 끝까지 고집, 원내대표단을 당혹스럽게 한 '매파'(강경파)로 알려졌다.

국가보안법 개폐 입장에 있어서도 소폭 개정의 김용갑, 이방호 등 영남 보수중진쪽에 가깝다는 평이다. 박근혜 대표와는 작년 교섭단체 대표 국회 연설문을 작성한 것을 계기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한나라당 '입' 전여옥 대변인 단일체제

단독대변인제를 통해 한나라당의 입을 좌지우지하게 된 전여옥(45) 대변인은 지난 1년 박근혜 대표로부터 톡톡히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 입당하기 전 신문칼럼을 통해 '한나라당이 박근혜 의원을 대표로 선택한다면 화약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격'이라고 폭언을 퍼부었던 '과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박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밀착마크하며 헌신성을 발휘했다는 것. 당직자 인선 '헌팅'이 이뤄지기 초반, 대표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 6개월 임태희-전여옥 공동대변인제를 운영하는 데 있어 박 대표와 소통에 혼선을 빚는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독체제'로 전환되었으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1년 당과 대표를 위해 투신한 공이 높이 평가되었다"며 "다만 당의 입장을 언론에 전달하는 과정에 있어 개인의 관점이 지나치게 가미되고, 독특한 화법으로 인해 피아가 선명하다는 평"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번 당직개편을 통해 지난 한해 국가정체성 공방과 4대 개혁법안 논쟁 등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불식, 정책경쟁을 내세워 '우일신'한 모습을 보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장파와 온건개혁파가 박 대표와의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2월 임시국회 4대 법안 재협상 등이 새로 꾸려진 '박근혜팀'의 정치력 시험에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근혜 대표와의 불협화음과 영남중진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김덕룡 원내대표는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당분간은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가 강제로 밀어낼 수 없든 선출직인 데다가, 4대법안 협상 마무리를 위해 2월 임시국회까지는 원내를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5월 임기까지를 채울지는 미지수. 맹형규, 김문수 의원 등이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고 있다.

김무성 신임총장 "정권재창출 위해 치열하게 노력"...당사 여의도 재이전 시사
유승민 비서실장 '정치적 매파' 지적에 "방법은 유연하게"

이회창 총재 시절 각각 대표비서실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김무성·유승민 의원의 당직 중용을 놓고 '이회창 계열의 복원'이라는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를 의식, 김무성 신임 사무총장과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며 "그 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박근혜 대표를 도와 정권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김 총장은 "이회창 전 총재가 냈다는 여의도 사무실에는 가본 적도 없다"며 "정치를 다시 하시겠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자신이 "비교적 사심이 없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인사말에서 "대권 생각도 없고,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생각도 없다"며 "당인으로서 의회인으로서 열심히 할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지난 두 번의 대선 패배에 대한 죄의식을 과중하게 느껴왔다"며 "하지만 집권여당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대안세력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의 위기의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총장은 심화될 조짐의 당 노선투쟁을 의식, "세대간의 중간, 세력간의 중간에 서서 아무 사심 없이 오로지 정권창출을 위해 정치인생 모두를 걸겠다"며 "정당은 정권을 창출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인선을 두고 박근혜 대표의 친정체제 강화, 소장파·개혁파 배제라는 비판에 대해 김 총장은 "박 대표는 측근이 아무도 없다할 정도로 측근정치와는 거리가 먼 분"이라고 일축한 뒤 "나를 '꼴보수' 이미지로 보는 언론도 있던데 사고를 유연하게 해서 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치열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총장은 "화합형 총장이 되겠다고 하면 소장파들이 웃을지 몰라도 세대간 중간역을 열심히 하겠다"며 "소장파와 부단한 토론과 접촉을 통해 당 진로를 정하는데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소장파를 중심으로 '반영남' 노선투쟁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김 총장은 "생각의 차이도 있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서"라며 중재역에 나설 것을 피력했다.

현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가 형의 소유인 점에 대해 김 총장은 "당에서 도와달라 해서 내가 나선 것 뿐"이라며 "심리적 거리감이 멀다, 개인적으로 여의도로 당사를 다시 옮기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발언, 당사 재이전을 시사했다.

한편 유승민 비서실장은 인사말에서 "2002년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한나라당에 와서 지난 대선 패배로 책임이 무지 큰 사람"이라며 "그 책임을 다한다는 점에서 대표비서실장을 맡아 말을 줄이고 뒤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매파'라는 지적에 대해 유 실장은 "글세, 그런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 고사를 했다"며 "과거에 내린 정치적 결정에 대해 옳다고 믿는 부분이 있으나 방법은 유연하게 취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 "민생 살리기로 상생 정치 회복해야"
4대 개혁법안 원점 재검토? "아직 거론 단계 아니다"

박 정책위의장 내정자는 한나라당 정책 최우선 순위로 2가지를 꼽았다. 민생 살리기와 당 선진화 작업. 박 내정자는 민생 살리기와 관련 민생을 위한 여야 상생을 강조하며 "민생문제를 푸는데 여야가 논의과정부터 시작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필요하다면 정부의 협조를 얻어 협력적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여당에 제의했다.

이어 당 선진화 작업과 관련, 박 내정자는 "작년이 총론이었다면 올해는 각 분야 비전을 제시하는 각론작업이 될 것"이라며 "2020년 고령화 사회로 들어가기 전,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각 분야 구조개혁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책위와 여의도연구소(후임 윤건영 소장)가 긴밀하게 협조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선에서 6개 분야 정조위원장들이 모두 초선으로 짜여진 것과 관련 박 내정자는 "사전에 박 대표에게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며 "정책 전문성과 조정역이 선발기준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2월 임시국회 불씨로 남아 있는 4대 개혁법안 당론과 관련 당내에서 '원점 재검토'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박 내정자는 "아직 거론하기 이르다"며 "4대 법안으로 경직된 여야 관계를 민생 살리기로 풀어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선에서 말을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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