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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육지를 잇는 저도연륙교
섬과 육지를 잇는 저도연륙교 ⓒ 김연옥
길이 182m, 폭 13m인 왕복2차로의 V각 닐센아치교로 지난 16일 착공한 지 약 2년5개월 만에 첫 선을 보인 아름다운 저도연륙교. 양쪽으로 나있는 보행로를 따라 다리 밑으로 흘러가는 겨울 낮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가로이 걸어 보는 것도 괜찮을성싶다.

추운 겨울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저도연륙교
추운 겨울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저도연륙교 ⓒ 김연옥
바로 옆에 이제는 추억의 옛다리로 침묵 속에 남겨져 있는 기존의 철제 연륙교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는 느긋한 오후의 즐거움이 하나 더 있으니까.

일명 '콰이강의 다리'인  기존 저도연륙교. 현재 보행자 전용 다리로만 이용하고 있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인 기존 저도연륙교. 현재 보행자 전용 다리로만 이용하고 있다. ⓒ 김연옥
누가 아름다운 것을 꽃이라 했던가./아름다움이란/ 건강한 힘./ 건강한 사랑, 아니/ 힘과 사랑으로 결집된/ 우리들의 노동,/ 난공사는 끝났다./ 마지막 교각을 세우자./ 너와 나의 가슴을 잇는/ 탄탄대로,/ 이제 더 이상 우리는/ 물 건너 살/ 필요가 없다. (오세영의 '다리' 일부)

시인 오세영도 다리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이제 물 건너 안타깝게 떨어져 살 필요가 없는, 그리움으로 시커멓게 타들어간 가슴을 뜨겁게 잇는 찬연히 빛나는 그 다리 말이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 로 불리던 철제 연륙교(1987년 가설). 길이 170m, 폭3m로 다리 모양새가 태국 칸차나부리에 있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년)' 의 배경이 되었던 그 유명한 다리를 연상하게 한다 해서 사랑을 받아왔다.

아름다운 사형수(이미연 분) 와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변호사(박신양 분) 의 슬픈 사랑을 그린 노효정 감독의 영화 <인디언 섬머> 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이제 낡아져서 안전문제로 인해 옛영광을 막 새로 탄생한 저도연륙교에 돌려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보행자 전용 다리로 그대로 보존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소풍 나왔었다고 말한 시인 천상병의 '강물' 을 읊조리며 옛다리를 한 번 걸어 보는 것도 멋스러울 것 같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겨울밤의 저도연륙교
겨울밤의 저도연륙교 ⓒ 김연옥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고 다리를 건너면 횟집들이 모여 있어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즐겨 찾을 만한 곳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고 낭만이 그립다면 저도연륙교를 한 번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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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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