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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수 기자] 국민은행이 지난 11월 강정원 은행장 체제로 바뀐 이후 내년 금융 대전 준비에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최근들어 외부영입 인사에 대한 불만증가, 인력 구조조정 우려 등으로 내홍을 겪어 있어 `은행 전쟁` 시작전부터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강 행장 취임 이후 곧바로 책임경영과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기존 9개 사업그룹을 15개로 확대하고, 주로 외부인물을 영입하는 인사를 단행해 곧바로 은행간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강 행장과 전략담당인 김동원 부행장은 지난 11월26일부터 한달간 직원들에게 은행들의 전쟁의 위기의식을 알리고, 경영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전국 지역별로 23회의 워크샵을 갖는 등 강행군을 지속하며 전 직원의 공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그간 진통을 겪던 국민은행 3개 노조 통합도 지난달 극적적으로 합의됨에 따라 내년 새 출발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통합 2기 국민은행이 출범한지 두달이 지난 지금, 은행내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

책임경영을 위해 각 사업부문을 세분화해 전문가 체제로 가자는 구상이 당초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전문가 영입에 대해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새 집행부를 선출한 국민지부와 국민카드 지부는 지난 28일 성명서를 내고 "대부분의 임원자리에 씨티은행 출신을 포함한 외부인을 앉힌 것은 `씨티 맹신주의`"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은행의 수익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외부전문가 영입이 필수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은행 내부의 사기진작과 내부 전문가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인사란 비판이다.

실제로 15개 부문의 부행장에서 새로 선임된 9개 부문의 부행장중 씨티 출신은 절반에 가까운 4명에 이른다. 노조는 부행장은 물론 신설된 상품본부장에도 씨티은행 출신이 내정될 것이란 얘기가 있는데다 씨티은행 출신이 설립한 업체에 직원 위탁 교육을 시키려한다며 씨티식 사고방식 주입에 불만을 드러냈다.

노조 관계자는 “강 행장이 의욕적으로 영업점을 순방하는 등 열심히 하는 것은 평가받을 일이지만 자산규모 220조원의 은행에서 11조원 규모의 씨티은행 서울지점 출신을 대거 기용하는 것은 문제가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노사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노조 내부에서의 혼란도 적지 않다. 국민지부와 국민카드지부는 최근 선거를 통해 새 집행부가 탄생했지만 주택지부의 경우에는 지난 17일 실시된 선거결과를 놓고 열흘이 넘은 지금까지 후보간 상호비방 속에 충돌을 빚고 있어 내년 3개 노조 집행부가 대표 위원장 체제로 출범하는 것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이와 함께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불협화음을 키우고 있다. 그간 외부컨설팅을 통해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구조조정 현실화는 직원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걱정거리다.

이미 금융계 안팎에서는 전직원의 20% 수준에 육박하는 5000명까지 회사를 떠나야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있어 불안감이 더해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인력감축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는 대신에 내부적으로 인력구조조정 작업을 위해 국내외 주요 사례와 내부 선정기준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새 노조 집행부가 완성되는 대로 가급적으로 빠른 시일내에 구조조정을 해야 조직화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은행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감축이기 때문에 노조와의 협상기간이 여느 때보다 휠씬 길어질 수 가능성이 높아 국민은행이 자칫 내년 은행 대전에 나서기도 전에 내홍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내부 개혁을 위해 어느 때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것 사실이지만 탑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너무 강조되거나 인력감축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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