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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폐지 단식농성단 100여명은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김원기 국회의장 공관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원기 의장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여의도 촛불물결이 이번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장 공관 앞으로 옮겨갔다. 막바지로 치닫는 임시국회 일정에서 김원기 국회의장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27일. 저녁 7시 한남동 의장공관 앞 칼바람은 유난히도 매서웠다. 이승호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촛불문화제는 300여명의 단식농성단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은 채 시작됐다.

단식농성단의 여의도 천막농성 생활,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촛불을 밝혔던 촛불집회 등 단식농성단 활동을 보여주는 영상자료물이 상영되고,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빠이빠이 국가보안법','얼굴 찌푸리지말아요’ 등의 노래가 이어졌다. 잔뜩 웅크려 있던 단식농성단들은 몸을 녹이기 위해 중간중간 율동을 따라하기도 하며 몸을 녹이려 애썼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압박하러 왔다"

안지중 단식농성단 상황실장은 “단식 기간이 늘어가면서 바닥난 체력을 고려해 단식농성단의 이동거리를 짧게 해야 하지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의장공관 앞에서 촛불문화재를 열었다”고 밝혔다. 안 실장은 “우리가 단식농성단인지 실천단인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주 모 신문사를 사직하고 27일 처음 단식농성단에 결합한 임도현(29)씨 표정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밝았다. 민주노동당 용산지구당에서 활동한다는 임씨는 “지금까지 동료들만 단식하고 나는 편안하게 살아서 많이 미안했다”며 “김원기 의장이 오랫동안 역사에 남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고 김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 국가보안법폐지 단식농성단 100여명은 27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김원기 국회의장 공관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저녁 7시 30분경 시작된 본 행사에서는 학생실천단의 대국민홍보전 등 그동안의 단식농성 경과보고가 이어졌다.

단식농성 15일째인 홍순석 민주노동당 경기도지부 부지부장은“김원기 의장은 직권으로 국보법폐지안을 결단하라”며 압박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호흡조절 발언은 신나서 운동하는 사람에게 호흡 조절하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홍 지부장이 단식농성단에게 “연내 폐지가능할까요?”라고 묻자 칼바람속 아스팔트에 쪼그려 앉아있던 단식농성단들은 일제히 힘을 내어 큰 소리로 “YES!"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결단하라, 국가보안법 연내폐지하자”는 구호를 반복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배고픔보다 매서운 추위가 이들을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중간중간 손을 높이 들어 촛불을 흔들기도 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등 추위를 이겨나갔다.

19일째 단식 중인 정재민(한양대 4학년)씨는 “김원기 의장이 올해가 가기 전 우리 단식농성단을 찾아오길 바란다”며 “김원기 의장이 역사에 훌륭한 정치인으로 남는 길은 소신에 따른 직권상정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둘러' 의장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뿅망치' 1위

한편 촛불문화제의 스타‘폐지보이’의 국가보안법 폐지 긴급 여론조사 결과(가상)가 발표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둘러’김 의장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의사봉을 대체할 수 있는 ‘뿅망치’가 66%로 1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가장 주고싶은 선물로는 의장석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본드(19%)가 차지했다.

단식농성 22일 째인 박세길 국민단식농성단 집행위원장은 “김원기 의장의 두 어깨에 이 나라의 목숨이 걸려있다”면서 “국민이 그토록 염원하는 직권상정을 제발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승호 한청 집행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호소하는 것은 이제 투쟁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증거”라면서 “국회의장만을 믿고 물러가겠다”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속에 진행된 촛불 문화제는 의장공관앞에 모인 300여명의 단식 농성단들이 다 함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며 밤 9시경 막을 내렸다.

한편 단식농성단 중 150여명은 내일(28일) 새벽 6시30분 경 의장 공관 앞에 다시 모여 김 의장 출근시간에 맞춘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25개 청년학생단체 "김원기 의장은 결단을 내려라"

▲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청년학생단체회견이 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촉구하는 요구가 높은 가운데 김원기 국회의장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전대협동우회, 한국기독학생회총연합, 원불교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25개 청년단체로 구성된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 청년학생위원회는 27일 오후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원기 국회의장의 결단”을 주문했다.

청년학생위원회는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4자회담을 통해 그 무엇도 합의할 생각이 없었다”며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더 이상 합의를 시도하지 말고 국민과 약속했듯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김원기 국회의장이 중대한 결단으로 역사발전의 반역자가 아닌 공로자가 되기를 바란다”며 “국민의 뜻대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학생위원회는 “반세기를 끌어왔던 국보법의 끝을 보겠다”며 ▲28일 오전부터 국회의장 공관 앞 철야농성 돌입 ▲전국동시다발 끝장 동조단식 돌입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사이버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태흥 반미청년회 회장은 “한나라당에게 국보법은 마지막 남은 생명줄”이라며 “4자회담은 한나라당만 살고 우리 국민 모두가 죽어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전상봉 청년학생위원회 공동상임대표는 “국보법이 있는 한 청년학생들에 대한 탄압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5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만큼 김원기 의장은 확실하게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 박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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