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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나종규 산업은행 이사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LG그룹의 LG카드에 대한 추가증자 참여 거부 결정에 대해 산업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27일 오후 나종규 산업은행 이사가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LG그룹의 LG카드에 대한 추가증자 참여 거부 결정에 대해 산업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대체 : 27일 오후 5시 50분]

27일 LG그룹이 LG카드의 추가 증자에 불참키로 결정하고, 이를 채권단에 공식 통보함에 따라 파문이 커지고 있다. LG그룹의 이번 결정으로 LG카드는 자본금 부족과 이로 인한 부도, 그리고 청산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LG카드가 지난 2003년에 이어 또 다시 금융대란을 불러일으킬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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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의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7일 오후 설명회를 열고 LG그룹이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해왔다고 밝혔다.

나종규 산업은행 기업금융본부장은 설명회에서 "LG측이 이윤우 산업은행 부총재에게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겠으며, CBC(채권현금매입)도 할 수 없다고 유선으로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애초 LG그룹이 보유한 채권 1조 1750억원 가운데 770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했고, 이 금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조정 가능성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LG는 이미 지난 22일 "전체 이해관계자 간의 공평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률 및 회계 관계자들의 전문적이고 법률적인 판단에 기초한 분담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채권단의 일방적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LG카드에 대한 추가 지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동안 채권단과 LG그룹은 출자전환 액수를 놓고 여러 차례 조정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는데 실패했고, 결국 LG그룹은 채권단의 요구를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LG그룹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채권단은 실망감을 표시하며, 28일까지 LG그룹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나 본부장은 이날 설명회를 통해 "LG카드는 그 동안 최대 채권자인 LG그룹의 출자전환 및 CBO에 대하여 1개월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득했고 LG측의 부담감 해소를 위해 출자전환 요청 금액을 조정 제시도 했다"며 "하지만 출자전환에 참여할 수 없고 CBO에도 응할 수 없다고 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나 본부장은 또 "LG측의 거부는 LG카드 청산에 따른 소액 투자자들의 손실, 금융시장 혼란, 대량실직 사태 발생 등 경제, 사회적 불안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 한 뒤 "28일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입장 변화가 없는 경우 즉시 은행장 회의를 통해 강력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28일 중으로 각 은행장들로 구성된 채권금융기관장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그룹 입장 변화 가능성 적어... 감독당국 대책 마련 부심

27일 LG그룹이 출자전환을 거부함에 따라 LG카드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LG카드 이사회가 열리는 29일까지는 아직 하루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28일 중으로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현재 문제 해결의 열쇠는 LG그룹이 쥐고 있다. LG그룹이 입장을 바꿔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LG카드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LG그룹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나종규 본부장은 "LG그룹이 출자전환을 거부한 것이 나름대로의 전략적 선택이라면 입장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그러나 현재로서는 LG그룹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채권단이 LG그룹을 대신해 증자에 필요한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이미 LG그룹이 출자전환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결국 '청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감독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당장 LG카드가 청산된다면 채권단보다 LG카드 소액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또 6000여명에 달하는 LG카드 직원들의 대량 실업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채권단과 금융감독원은 27일 오후 회의를 갖고 LG카드의 청산 가능성과 후속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카드 노동조합은 LG그룹이 출자전환을 거부함에 따라 강경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LG카드노조 역시 28일까지 시한을 두고 LG그룹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곧바로 단체 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황원섭 LG카드노조위원장은 "LG그룹이 추가 증자에 참가하지 않고 채권단이 LG카드를 청산하기로 할 경우 강도 높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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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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